경제

벤처기업 '앱'이 허위매물·승차거부 없앤다

최만섭 2016. 2. 5. 10:33

벤처기업 '앱'이 허위매물·승차거부 없앤다

  • 박순찬 기자
  • 채민기 기자
  • [일상의 고질적 문제들, 해결 나선 신생기업들]

    '배달의민족' 난폭운전 추방 - 고정 급여제·안전 교육
    '직방' 허위매물 제거 - 안심중개사 매물 상단에 노출
    '우버' '콜버스' 승차거부 해결 - 자동 배차… 전세버스식 운행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 법적인 문제 풀어야

    그간 우리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치부해왔던 일상의 불편들이 있다. 예를 들면 음식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난폭 운전하며 거리를 질주하는 것, 부동산 중개업자가 온라인에 허위 매물을 올려놓고 손님을 찾아오게 한 뒤 "그 집은 방금 전에 나갔다"며 다른 매물로 유도하는 것, 택시가 거짓으로 '예약등(燈)'을 켜놓고 장거리 손님을 골라 받는 것 등이다. 시민들로서는 화나지만 지자체나 경찰, 대기업도 쉽게 해결하지 못한 고질병들이다. 이런 일상의 불편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IT(정보기술)를 접목해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들과 갈등을 빚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난폭운전·허위매물 등 생활불편 해결 나서

    음식점들은 배달원에게 월급을 적게 주는 대신 배달 건수에 따라 인센티브를 주는 곳이 많다. "아까 시켰는데 왜 안 오느냐"는 고객 성화를 피하기 위해 음식점 주인들도 배달원을 독촉한다. '○분 안에 배달 못 하면 음식값을 안 받겠다'고 선전해놓고, 배달에 늦은 배달원에게 벌금을 물리는 곳도 있다. 이러다 보니 배달원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요, 교통법규를 무시한 난폭운전을 불사하기도 한다.

    '일상의 불편' 해결하는 신생 벤처기업

    음식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런 오토바이 배달원의 난폭운전 문제를 풀기 위해 '고정 월급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는 작년부터 '배민라이더스'라는 자체 외식배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월 250만원의 고정급을 주고 있다. '빨리 배달하라'고 독촉하는 대신 '교통 법규를 철저히 지키라'고 교육한다. 가맹 음식점의 배달원들에게도 '안전 오토바이 교육'을 시켜준. 김봉진 대표는 "횡단보도나 인도에선 내려서 오토바이를 끌고가도록 하고, 교통 법규도 반드시 지키도록 하고 있다"며 "신호등 몇 개 더 지킨다고 해도 실제 배달시간은 1~2분 정도 더 걸리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 회사는 현재 60여 명인 자체 배달원을 연내 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창업 5년 차인 부동산 중개 스타트업 직방은 온라인상의 부동산 허위매물을 근절하기 위해 올해부터 '안심중개사' 제도를 도입했다. 안심중개사는 고객과의 통화 내용을 직방이 자동 녹음하는 데 동의하고, 허위 매물로 인해 헛걸음한 이용자에겐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등의 약속을 한 중개사를 뜻한다. 그 대신 안심중개사가 올린 매물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눈에 잘 띄게 노출하는 방식으로 우대해준다. 직방 앱은 현재 1200만여 명이 내려받은 모바일 부동산 업계 1위 서비스다. 작년에만 이곳을 통해 37만여 건의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세상의 변화와, 정체된 기존 시스템 간의 간극을 빨리 찾아내서 메꾸는 것이 스타트업의 역할"이라고 했다.

    택시기사들의 고질적인 승차거부도 스타트업이 하나둘 해결하고 있다. 콜택시 서비스를 하는 우버는 택시 승차 요청이 접수되면, 고객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사를 지정 배차(配車)한다. 승객의 목적지는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승차 거부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국내에도 카카오·SK플래닛이 운영하는 스마트폰 기반의 택시 앱 서비스가 있지만 택시기사에게 목적지 정보를 사전에 알려주는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기사가 손님을 골라잡을 수 있어, 사실상 '승차 거부'를 합법화하고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콜버스랩의 '콜버스'는 고질적인 택시 승차거부를 해결하는 서비스다. 택시를 잡기 어려운 심야시간대에 서울 강남구·서초구에서 맞춤형 전세버스를 운영한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수의 탑승자를 모집한 뒤 이들의 요청을 반영해 전세버스가 매일 다른 노선을 달리는 것이다.

    기존 업체와 갈등, 불법 논란도

    스타트업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일상의 불편 해결에 나섰지만 기존 사업자와의 갈등, 불법 논란에도 휘말려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관련 4개 단체는 "콜버스 서비스가 '1개의 주체와 운송계약을 맺고 운행해야 한다'는 전세버스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전세버스를 직접 빌려서 운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승객들이 전세버스를 '공동 구매'하도록 중개하는 것이어서 위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도 자체 인력·차량으로 상품을 배달하는 '로켓배송'을 둘러싸고 택배·물류 업계와 분쟁을 겪었다. 한국통합물류협회는 법원에 로켓배송 금지 가처분신청을 냈으나, 법원은 최근 "문제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KAIST 이병태 교수(경영학)는 "이런 갈등이 법규 공방에 그치지 않고 규제 개혁을 통해 신·구 업체 간의 혁신 경쟁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