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소로스의 창, 마오쩌둥의 방패

최만섭 2016. 2. 1. 09:37

소로스의 창, 마오쩌둥의 방패


입력 : 2016.02.01 03:00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김기훈 디지털뉴스본부 콘텐츠팀장
세계경제가 급박하다. 동아시아 통화 가치가 하락하자 대기업 자금 담당자들은 달러 사재기에 바쁘다. 1997년 외환 위기 당시 달러를 가진 사람이 큰돈을 벌었던 경험을 되새긴다. 일본은 엔화 강세를 막으려고 금리를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세계경제의 엔진'이던 중국 경제가 있다. 작년 경제성장률(6.9%)이 25년 만의 최저로 나오자 결국 하이에나까지 붙었다.

하이에나들은 중국 경제가 경(硬)착륙한다는 데 돈을 걸었다. 성장이라는 안전핀이 빠지면서 부실 채권과 자본 유출이라는 뇌관이 폭발한다는 논리다. 그 선두에 헤지펀드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Soros)가 있다. 1992년 영국을 상대로 한 환율 전쟁에서 1조2000억원을 벌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의 경착륙을 지켜보고 있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한다. 확성기 앞에서 말로 직사포를 쏘는 것을 보니 이미 중국전(戰)을 개시한 듯하다. 그가 위안화 공격을 시작하면 졸개들이 메뚜기떼처럼 따른다.

소로스의 창[矛]에 중국 측 전문가들은 마오쩌둥의 방패[盾]로 대응한다. 방 3개짜리 아파트에 3명이 넉넉히 사는 미국인은 14명이 오글오글 사는 중국인의 생존 비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중국 경제는 역동성 덕택에 연(軟)착륙할 것이라고 낙관한다.

중국 국무원(행정부 격) 산하 사회과학원에서 금융연구소 실장을 지낸 이셴룽(易憲容) 칭다오대학 교수. 그는 블로그에 '6.9%의 성장 속도는 결코 문제가 아니다'는 글을 썼다. 14억명 중국 시장의 거대한 포용력을 강조한다.

"(상하이·광저우 등) 동남 연해 지역의 경제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중서부의 적지 않은 지역은 여전히 동남 연해 지역의 1980~1990년대 수준이다. 동쪽이 어두우면 서쪽이 밝다(東方不亮西方亮)." 중국은 대국(大國)이어서 동쪽이 침체하면 서쪽에서 경기 회복의 탈출구를 찾을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마오쩌둥의 '동방' 발언을 인용했다. 중국 고위 관료들은 기자들이 제조업 침체를 지적하면 3차 산업 위주로 '질적 전환'을 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반박한다.

소로스의 창이 부러질지, 마오쩌둥의 방패가 뚫릴지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될 것이다.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것은 이 G2 담론이 모두 향후 한국 경제의 위기를 암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로스의 관측이 맞아 중국이 경착륙하면 위안화가 폭락하고 중국의 산업과 금융 쓰레기들이 쓰나미처럼 한국을 덮칠 것이다. 마오쩌둥식 처방이 맞아 중국이 질적 전환에 성공하면 미국식 경제 구조와 경쟁력 있는 기업 군단을 갖출 것이다. 그때 한국 기업들이 중원에서 활약할 여지는 얼마나 될까. 중국은 여전히 전 세계 부가가치의 30%가량을 생산하는 성장 국가이다. 반면 한국은 기업들이 활력을 잃고 성장률은 다시 2%대로 처박히는 하강 궤도를 가고 있지 않은가.

로스는 오스트리아 철학자인 칼 포퍼에게 철학을 배웠다. 떡 벌어진 어깨와 억센 손을 가진 그는 서양 철학의 메스로 중국 경제를 해부하며 급소를 파고든다. 이에 맞서 중국인들은 역사서 자치통감을 끼고 살았던 마오쩌둥의 황제 철학으로 중국 경제의 활로를 찾는다. 동서양의 철학과 안목이 격돌하는 이 모순(矛盾)의 순간에 한국 경제는 창도 방패도 없이 떨고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