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기고] 한국은 '서비스 주도 성장'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최만섭 2016. 2. 5. 10:03

[기고] 한국은 '서비스 주도 성장'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 대사/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 대사

입력 : 2016.02.05 03:0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 대사, 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 대사.
(왼쪽부터)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 찰스 헤이 주한 영국 대사, 윌리엄 패터슨 주한 호주 대사, 게르하르트 자바틸 주한 EU 대사.
한국에 주재하는 4개국 대사가 한국 법률 서비스 시장의 더 완전한 개방을 촉구하는 공동 기고문을 본지에 보내왔다.

어제 국회는 한국 법률 시장을 개방하고 한국과 외국 로펌 간 합작 법무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내용을 표면상 목적으로 하는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지나치게 제약이 많아 원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될까 우려된다. 예를 들어, 개정안이 규정한 지분 제한으로 외국 로펌은 완전히 독립된 지역사무소를 운영하지 못하고 제한된 경영권과 무한책임을 지는 합작 법무법인만을 설립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개정안대로라면 일자리 창출, 경제성장 촉진, 투자 유치, 비용 절감, 서비스 제공의 질적 향상, 경쟁력 제고 등 자유무역협정(FTA)의 잠재력을 충분히 실현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변호사들과 매년 로스쿨을 졸업하는 젊은 법조인 1500명은 합작법인에서 일하며 국제적인 경험을 쌓을 소중한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한국 법률회사들은 합작법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업무와 전문성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또한 한국 소비자들과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한국의 모든 사업 부문은 합작법인이 제공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도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마도 가장 심각한 것은, 한국이 역동적인 서비스 분야를 개발함으로써 제조업 등 전통적인 성장 동력이 힘을 잃은 이 시기에 지역 서비스 중심지로 거듭나는 의미 있는 걸음을 내디딜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이다.

이날 가결된 개정안은 한국이 EU, 미국, 호주와 체결한 FTA에 따른 법률 시장 마지막 3단계 개방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합의된 3단계 이외에 다른 명확한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여서 한국의 법률 서비스 시장이 더욱 개방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이런 불확실성은 잠재적인 외국인 투자와 그에 따른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을 어렵게 한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한국과 관련 당사국 사이에서 풀어야 할 양자 간 경제 현안들이 대두될 것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질 것이다. 개정안의 지나치게 제한적인 성격은 국가 간에 힘들게 타결한 FTA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전 세계 국가들은 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국내총생산(GDP)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강력한 서비스는 강력한 경제를 만든다. 한 예로, 호주는 서비스 시장 개방 덕분에 25년간 경기 침체 없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현재 호주 일자리 5개 중 4개가 서비스 분야에 속해 있으며 GDP에서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도 70%에 이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은 세계 무대에 진출했기 때문에 생존뿐만 아니라 성장도 할 수 있었다. 영화, 자동차, 음악, 기술, 공학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세계를 선도하는 이유는 바로 공개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금융 서비스 당국도 이 점을 인식하고 지난여름 외국 기업이 한국에서도 국제적인 기업 관행을 따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그들은 한국의 재능이 시장의 힘과 만날 때 한국 기업과 한국 경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함께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서비스 산업을 개발하고, 서비스 산업이 꾸준한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당 산업을 강화하려는 한국 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이러한 문제들을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법률 시장 개방을 유보하기로 한 이번 주 결정이 이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우리는 이미 강력한 경제 관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은 이런 관계로부터 긍정적인 추동력을 이끌어낼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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