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고교생들
입력 : 2016.02.05 05:47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에게 통일 안보 교육을 하는 탈북 강사다. 북한의 실상을 바르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나는 북한에서 대학을 세 군데 다녔고, 노동당 관련 주요 사업도 했다. 2014년 봄에 고등학생 딸과 탈북해 광주광역시에 정착한 뒤, 북한에 남은 남편을 데려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다. 드디어 지난달 남편을 입국시키는 데 성공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고3 교실 현장에 대해 실망이 크다. 한마디로 너무 무질서하다. 강사가 교육하는데도 마구 웃고 떠든다. 스마트폰을 거리낌 없이 쓰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도 예사다. 수능 후 학생들의 관심이 학교 교육과는 멀어진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도 정말 너무하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고 무질서일 뿐이다. 비교하기는 좀 어색하지만 북한의 교실은 아주 다르다. 고3 학생들도 졸업하는 날까지 철저하게 수업받는다. 특히 한국의 안보 교육에 해당하는 사상 교육을 할 때는 벌이 날아와 쏘아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다.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 학생들이 떠들면 제지해야 하는데도 손 놓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생님은 "북한의 나쁜 점은 강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내가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해야지,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해도 "아무튼 나쁜 점을 강조하지 말라"고 거듭 다짐받으려고 한다.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 학생들이 떠들면 제지해야 하는데도 손 놓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생님은 "북한의 나쁜 점은 강조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내가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해야지,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해도 "아무튼 나쁜 점을 강조하지 말라"고 거듭 다짐받으려고 한다.
어느 날은 한 학생이 "난 여기 한국이 싫은데 북한으로 갈 수는 없냐"고 질문했다. 그를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분노가 일었다. 도대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북한을 어떻게 가르치기에 저런 질문이 나오는 것일까. 북한의 고3 학생들은 겨울이면 방과 후에 매일 들로 산으로 가서 이삭이나 땔감을 줍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식량 배급을 줄인다. 그에 비하면 한국 학생들은 화초나 다름없다. 북한의 실상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웠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서는 군 복무 기간이 남자 12년, 여자 6년이라고 말하면 학생 대부분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은 야유를 보낸다. 거짓말 말라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한국에선 21개월 군 복무도 길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큰일"이라고 말한다. 북핵에 관해서도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는데 왜 없애려고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북한 실상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안보 개념도 없다.
정신력이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북한은 유치원 때부터 사상 교육을 철저히 한다. 반면 우리 학생들은 적이 누구인지, 왜 북한과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교육 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탈북 강사 활동을 통해 북한 실상을 전하기에 앞서 고교 현장의 어두운 모습부터 보게 돼 안타깝다.
북한에서는 군 복무 기간이 남자 12년, 여자 6년이라고 말하면 학생 대부분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런데 일부 학생은 야유를 보낸다. 거짓말 말라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한국에선 21개월 군 복무도 길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큰일"이라고 말한다. 북핵에 관해서도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는데 왜 없애려고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북한 실상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안보 개념도 없다.
정신력이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북한은 유치원 때부터 사상 교육을 철저히 한다. 반면 우리 학생들은 적이 누구인지, 왜 북한과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교육 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탈북 강사 활동을 통해 북한 실상을 전하기에 앞서 고교 현장의 어두운 모습부터 보게 돼 안타깝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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