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한국 천하(天下)'다. 이 반도체는 스마트폰·PC 같은 전자기기에서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삼성전자가 세계 1위, SK하이닉스가 2위를 달린다. 대표적인 제품인 D램의 경우 두 회사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무려 73.5%나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업계는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대만 등에서 20여개 업체가 뒤섞여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생존경쟁을 펼쳤다. 수요는 적은데 저마다 생산량을 늘리고 원가보다 싸게 덤핑을 일삼았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수천억~수조원씩 적자를 보는 업체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키몬다, 일본 엘피다가 쓰러지고 대만 업체들은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하이닉스 사정도 심각했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대규모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회사 인수자를 찾아다니던 박성욱 현 SK하이닉스 사장은 "국내 대기업 여러 곳에 찾아가서 브리핑했지만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며 "해외 업체가 외국에 합작 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손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던 '반도체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양 사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과감한 선제 투자였다. 생산시설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를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회로를 평면이 아닌 입체로 쌓는 기술이나, 회로 선폭(線幅)을 나노미터 단위로 줄이는 초미세 공정을 개발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삼성 일각에서도 "버는 만큼 계속 투자해야 하니 남는 게 없다"며 반도체 사업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은 "다른 업체가 어려울 때 격차를 확 벌려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현재 2017년 가동을 목표로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정유와 이동통신 사업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던 SK그룹으로서도 반도체 사업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SK는 하이닉스 인수 첫해 설비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전년보다 1000억원 이상 늘렸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SK하이닉스는 최근까지 7분기 연속으로 1조원 이상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대 투자를 결정했다.
올 들어 중국을 비롯해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구조 조정이나 사업 매각 등 축소 지향적 경영을 하고 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는 천수답(天水畓)식 경영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 일시적으로 힘들다고 해서 금방 투자를 축소하거나 사업을 접었다면 오늘날의 '반도체 코리아'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경영자들의 뚝심과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도체 코리아'의 위상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반도체 업계는 한국, 일본, 미국, 독일, 대만 등에서 20여개 업체가 뒤섞여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생존경쟁을 펼쳤다. 수요는 적은데 저마다 생산량을 늘리고 원가보다 싸게 덤핑을 일삼았다. 그러다 보니 해마다 수천억~수조원씩 적자를 보는 업체가 속출했다. 이 과정에서 독일 키몬다, 일본 엘피다가 쓰러지고 대만 업체들은 규모가 대폭 쪼그라들었다.
하이닉스 사정도 심각했다. 채권단의 지원으로 근근이 버텨왔지만 대규모 투자는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회사 인수자를 찾아다니던 박성욱 현 SK하이닉스 사장은 "국내 대기업 여러 곳에 찾아가서 브리핑했지만 다들 고개를 내저었다"며 "해외 업체가 외국에 합작 공장을 만들자고 제안했을 때는 손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면서 회생의 전기를 마련했다.
상대가 항복할 때까지 죽기 살기로 싸우던 '반도체 치킨게임'의 최후 승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양 사가 이런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최대 요인은 과감한 선제 투자였다. 생산시설을 고도화하고 국내외 우수 인재를 끌어모았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회로를 평면이 아닌 입체로 쌓는 기술이나, 회로 선폭(線幅)을 나노미터 단위로 줄이는 초미세 공정을 개발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사실 삼성 일각에서도 "버는 만큼 계속 투자해야 하니 남는 게 없다"며 반도체 사업의 미래에 대한 회의론이 대두된 적이 있다. 하지만 최고 경영진은 "다른 업체가 어려울 때 격차를 확 벌려야 한다"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현재 2017년 가동을 목표로 15조6000억원을 투입해 경기도 평택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정유와 이동통신 사업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올리던 SK그룹으로서도 반도체 사업은 상당한 모험이었다. SK는 하이닉스 인수 첫해 설비투자에 3조8500억원을 투입하고, 연구개발(R&D) 투자도 전년보다 1000억원 이상 늘렸다. 이것이 마중물이 돼 SK하이닉스는 최근까지 7분기 연속으로 1조원 이상 이익을 올릴 수 있었다. 올해는 반도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인 6조원대 투자를 결정했다.
올 들어 중국을 비롯해 세계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일제히 구조 조정이나 사업 매각 등 축소 지향적 경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