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지열 발전소의 원리

최만섭 2016. 1. 12. 10:57

[재미있는 과학] 180℃ 땅속에 물 넣고 '펄펄' 끓이니… 

수증기가 에너지로-입력 : 2016.01.12 03:08      글꼴 작게

[국내 첫 지열발전소의 원리]

땅속 뜨거운 열 이용한 재생에너지… 좁은 면적서도 많은 전기 만들어
우리나라, 화산지대 국가와 달리 깊이 4㎞ 아래로 지하수 주입해 고온·압 수증기 끌어올리는 방식

날씨가 추워지면서 비싼 난방비가 가정의 걱정거리가 됐을 거예요. 난방비가 비싼 이유는 자원이 특정 지역에서만 한정적으로 생산되고, 가공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지요.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특히 자원 걱정이 많아요. 그런데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 있어요. 최근 포항시에 국내 첫 지열발전소가 올해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는 거예요. 지열발전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또 얼마나 유용할까요?

발전소 원리… 열·운동에너지로 전기 생성

지열발전은 땅속 뜨거운 열을 이용하여 전력을 만들어요. 지열발전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일반적인 발전 원리에 대해 알 필요가 있어요. 자가발전 자전거의 페달을 빠르게 밟았더니, 조명등에 빛이 들어오는 것을 본 적 있나요? 이런 자전거 바퀴에는 원통 모양의 고정된 자석이 있고, 코일이 주위에 감겨 있어요. 바퀴가 회전하면 코일에 전류가 발생하지요. 운동에너지가 전기에너지로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재미있는 과학] 180℃ 땅속에 물 넣고 '펄펄' 끓이니… 수증기가 에너지로
▲ /그림=안병현
발전소에서는 열에너지를 운동에너지로 변환한 뒤 전기에너지를 얻기도 해요. 높은 열로 물을 끓이면, 수증기 상태로 팽창하며 압력이 높아져요. 고압의 수증기를 관을 통해 발전기에 공급하면 터빈 날개가 회전해요. 발전기 속의 코일·자석도 함께 회전하고, 전기가 만들어지지요. 화력발전소는 석유·석탄·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원자력발전소는 원자핵이 붕괴할 때 생기는 열을 이용해요. 지열발전소는 땅속 열을 활용하고요. 그외 수력발전소는 떨어지는 물의 힘을, 조력은 바닷물이 움직이는 힘을, 풍력은 바람의 힘을 직접 활용해서 발전기를 돌리지요.

전력 1GW 생산에 필요한 땅 면적
GW(기가와트):매우 큰 전력 에너지를 측정하는 단위. 1GW는 연간 33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10억W(와트)와 같아요.
자연을 활용하는 지열·수력·풍력발전 등과 달리, 화력발전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와 환경오염물질을 생성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가 화력발전을 가장 많이 써요. 가장 간단한 발전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연료를 태워 터빈을 돌리면 곧바로 전기가 생산되는 데다 장소 제약 없이 지을 수 있으니까요. 반면, 수력발전소는 물이 있는 곳에 지어야 하고, 태양광발전소는 햇빛이 충분한 곳에 지어야 하는 등 자연 환경과 장소의 제약이 까다롭지요. 게다가 날마다 달라지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어 정전이 발생할 위험도 크고요. 하지만 화력발전은 연료만 잘 수급되면 안정적이지요. 그러나 화력발전으로 인한 환경오염은 심각한 수준이기에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요.

지열발전소, 안정적이고 토지 효율 좋아

지열은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에너지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랍니다. 물론 장소 제약은 있지만, 햇빛이나 바람처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항상 유지되기 때문이에요. 지열발전소는 한번 설치되면 멈추지 않고 꾸준히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생산량이 상당한 데 비해 발전소를 지을 때 필요한 땅도 그리 크지 않아 효율적이에요. 전력 1기가와트(1기가와트는 연간 33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10억와트와 같음)를 생산하는데 지열발전의 경우 900㎡ 이하 면적으로도 충분하다고 해요. 반면 화력발전소를 지을 때 드는 땅은 약 6.3배(5700㎡), 원자력발전은 약 1.3배(1200㎡)랍니다. 토지 이용 관점에서 공간 효율적인 셈이죠.

포항에 곧 완공될 우리나라 첫 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포항에 곧 완공될 우리나라 첫 지열발전소 건설 현장. 약 4km 깊이 지하에서 나오는 열을 이용해요. /넥스지오
그렇다면 깨끗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이고 효율도 좋은 이 열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지구 안쪽의 핵은 매우 뜨거운 물질로 뭉쳐져 있어요. 지각 아래 약 60㎞ 부근 암석은 그 열과 압력에 녹아 마그마란 액체로 변하지요. 액체 상태인 마그마는 고체인 지각보다 밀도가 낮아 부력에 의해 지각의 약해진 부분이나 벌어진 틈을 타고 지표면 위로 분출돼요. 그것이 바로 화산 폭발이지요. 즉, 화산 지대는 비교적 얕은 곳에 마그마가 있기 때문에 땅과 지하수가 뜨거울 수밖에 없어요. 마그마는 지하수를 뜨겁게 가열하는 거대한 보일러인 셈이지요. 일본·인도네시아 등 화산 활동이 활발한 국가에서는 이 수증기를 끌어올리기만 하면 터빈을 돌려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열발전소가 일찍이 만들어졌어요. 활발한 화산 활동으로 많은 피해를 입기도 했지만 지표면 아래 갇힌 열기로 인한 혜택도 받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화산 활동이 활발한 나라도 아닌데 어떻게 지열발전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일까요?

포항에는 땅속 4㎞ 이상 되는 깊은 곳에 160~180℃의 뜨거운 화강암 지층이 있어요. 땅 깊이 화강암 틈 사이에 인위적으로 파이프를 끼우고, 물을 주입하면 고온고압의 수증기가 만들어져요. 그 수증기를 끌어올려 발전기를 가동시키는 원리지요. 이렇게 화산 지대가 아닌 곳에서 지열을 이용해 발전하는 방식은 아시아 최초라고 해요. 기술력으로 환경 조건을 극복한 것이라 더욱 의미가 있지요. 물론 지열발전소처럼 신재생에너지발전소를 지을 땐 건설 비용이 꽤 들어요. 하지만 인류가 살아갈 오랜 기간을 생각해보면, 청정한 신재생에너지야말로 사용하면 할수록 이득이 될 거예요. 미래는 '에너지 전쟁의 시대'예요. 우리나라의 첫 지열발전소는 그 미래를 위한 첫걸음이지요. 여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에너지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이라 할 수 있을 거예요.

기획·구성=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