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명작 따라잡기]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동물… 삶도 우리와 닮았네
[원숭이]
사람과 닮아 더 친근한 포유동물… 지혜·재주·모성애 상징으로 그려져
고구려 청자 연적, 佛 화가 루소 작품… 원숭이의 모성·가족애 묘사했어요
- ▲ 작품 1 청자 모자(母子·어머니와 아들) 원숭이 모양 연적, 12세기 중반, 간송미술관 소장.
올해는 열두 띠 가운데 아홉째 동물인 원숭이의 해예요. 우리 조상은 옛날부터 해를 나타내기 위해 널리 알려진 열두 동물을 십이지지(十二地支)로 삼았지요. 사람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쥐·소·호랑이 같은 실제 동물이나 용 같은 유명한 전설의 동물을 선별한 덕분에 순서를 더 쉽게 셀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올해의 주인공인 원숭이도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동물이지요. 예술 작품 속에도 자주 등장하는 원숭이는 지혜·재주·모성애 등을 상징한답니다.
작품 1은 고려 시대 만들어진 청자 연적이에요. 연적은 벼루에 먹을 갈 때 사용하는 물을 담는 그릇을 말해요. 이 청자 연적은 어미 원숭이가 아기 원숭이를 다정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네요. 고려의 도공은 원숭이는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 연적을 만들었을 거예요. 원숭이의 모성애에 대한 옛날이야기가 있답니다. 중국 진나라의 한 병사가 새끼 원숭이 한 마리를 잡아 배에 태웠대요. 그러자 어미 원숭이는 비명을 지르며 100여 리 넘게 배를 쫓아가다가 죽고 말았어요.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토막토막 끊어져 있었대요. 그 후 가족이 생이별한 슬픔이나 창자가 끊어질 듯한 슬픔을 단장(斷腸·몹시 슬퍼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함)이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고려의 도공도 이 청자 연적을 만들 때 자식을 잃은 어미 원숭이에 관한 전설을 떠올렸겠죠? 그래서 이토록 애틋한 모성애가 느껴지는 작품을 만든 것은 아닐까요?
- ▲ 작품 2 - 앙리 루소, 처녀림의 원숭이, 1910.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도 원숭이가 가족을 무척 사랑하는 동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원숭이 가족이 밀림에서 열대 과일을 따 먹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작품 2에 표현했거든요. 이 그림에는 열대림 속에 사는 원숭이의 모습이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어요. 그러나 이 원숭이는 야생 원숭이가 아니라 인간에 의해 사육되는 동물원 원숭이예요. 앙리 루소는 세상을 떠날 때까지 단 한 번도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었어요. 당연히 실제 밀림에 가서 원숭이를 직접 본 경험도 없지요. 그런데 어떻게 야생 원숭이의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요? 비결은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관찰력에 있어요. 앙리 루소는 전문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거장이 된 화가로 유명해요. 스스로 그림을 깨쳤기에 오히려 아이처럼 상상력이 풍부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어요. 뛰어난 관찰력을 갖췄던 그는 파리 시내에 있는 동물원과 식물원을 좋아해 자주 찾았어요. 동물원에서는 원숭이를, 식물원에선 열대식물을 관찰했지요. 비록 밀림에 가본 적은 없지만 관찰력에 상상력을 더해 정글에 사는 야생 원숭이의 일상을 그림에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지요.
- ▲ 작품 3 - 프리다 칼로,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 1943.
원숭이는 인간을 가장 많이 닮은 동물인 데다 영리하고 부지런하며 장난기도 많아서 애완용으로도 인기가 높다고 해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작품 3에서 애완 원숭이를 만나볼까요? 그림 속 멕시코 전통 옷을 입은 여성은 프리다 칼로 자신이에요. 화가 주변에는 네 마리의 거미원숭이가 보이네요. 거미원숭이는 멕시코와 브라질 등의 열대 우림에서 살며 가늘고 긴 팔다리를 가졌어요. 생김새가 거미와 비슷하다고 해서 거미원숭이라고 불리지요. 프리다 칼로는 애완 원숭이를 여러 마리 길렀어요. 거미원숭이와 프리다 칼로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그녀의 삶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어요. 프리다 칼로는 교통사고로 입은 신체적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예술가랍니다. 그러나 사고의 후유증으로 수십 번에 걸쳐 고통스러운 수술을 받아야만 했어요. 멕시코에서 가장 유명한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했지만 결혼 생활도 행복하지만은 않았어요.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자신의 슬픔과 고통을 위로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했어요. 프리다 칼로에게 기쁨과 위안을 준 친구는 다름 아닌 거미원숭이였지요. 이 자화상은 원숭이가 인간의 반려동물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한편 이탈리아 출신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브루노 무나리는 몸을 유연하게 움직이는 원숭이의 특성에 관심을 가졌어요. 작품 4는 지지라는 이름을 가진 원숭이 모양의 인형이랍니다. 신기하게도 이 원숭이 인형은 실제 원숭이처럼 자세를 자유롭게 바꿀 수도 있는 데다 팔다리도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어요. 부드러운 고무 소재로 인형을 만들었기 때문이죠. 무나리는 긴 팔과 긴 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손을 발처럼, 발을 손처럼 사용하는 원숭이의 해부학적 구조와 특성을 자세히 관찰했어요. 그리고 유연한 동작을 강조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고무 소재를 사용해 인형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에 고무가 흔히 쓰이지만, 브루노 무나리의 발상 덕에 가능해진 일이랍니다. 전에는 고무가 공업용으로만 쓰였거든요.
- ▲ 작품 4 - 브루노 무나리, 작은 원숭이 지지, 1954.
비비원숭이·붉은털원숭이 공동체에서 서열이 가장 높은 리더가 되려면 다른 원숭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줄 알아야 한대요. 즉, 힘이 센 원숭이가 아니라 위험을 감지하는 정찰력이 뛰어난 원숭이가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원숭이의 해를 맞아 원숭이가 가진 장점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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