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사설] 中, 北 정권 지켜주며 '북핵 반대' 말하지 말라

최만섭 2016. 1. 9. 10:14

[사설] 中, 北 정권 지켜주며 '북핵 반대' 말하지 말라

입력 : 2016.01.09 03:23

북한의 4차 핵실험 도발을 제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논의가 '중국의 직접 제재'를 촉구하는 양상으로 전개되기 시작했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집단적·포괄적 제재에 매달려온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고 따라서 우리는 평소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대응할 수는 없다'는 뜻을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중국이 원하는 특별한 대북 접근법이 있었고 우리는 중국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존중해왔다"며 "왕이 부장과 앞으로 진전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상당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의 방식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직설적 표현으로 중국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단정하고 본질적 전환을 공개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측 반응은 알려지지 않았다.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세 번 핵실험을 하고 여러 번에 걸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을 할 때마다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제재를 가해왔다. 금융을 죄거나 북 선박을 직접 검사하도록 하는 등 할 만한 것은 거의 해봤다. 그럼에도 4차 핵실험을 막지 못했고 이렇게 가다가는 5차, 6차 실험도 막기 어렵다. 이렇게 된 것은 결국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을 연장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북한 원유 소비량의 90% 안팎, 부족한 식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나라다. 중국 내엔 수백 개의 북한 비밀 계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중국은 북이 불안정한 상황에 빠지면 자국의 안보 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북에 대한 직접 제재는 거부해왔다. 북한이 도발 수위를 계속 높이는 방식으로 국제 제재를 비웃어온 것도 바로 이 점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작년 9월 국내외 비판을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천안문 망루에 올랐다. 북한을 핵 포기와 개방의 길로 이끄는 데 중국이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는 주문을 담은 것이었다. 중국 측도 그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북은 어떤 결정적 상황이 오기 전에는 핵을 포기할 리가 없다. 거기에 경제적 수혈(輸血)을 해주며 북의 핵 개발을 사실상 묵인하고 '핵·경제 병진 노선'을 뒷받침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이대로 계속 가면 일본이 재무장을 강화하고 동북아 정세도 지속적으로 불안해질 것이다. 한·중 관계도 더 이상 진전되기는커녕 악화될 수도 있다. 중국이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