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2016년 1월 6일

[주용중 칼럼] 누가 책임질 건가

최만섭 2016. 1. 7. 10:09

[주용중 칼럼] 누가 책임질 건가

北核 경보음 계속 울렸는데 '좋은 게 좋다'고 서로 외면
좌파정권은 북핵을 외면하고 우파정권은 북핵에 무력해
국민을 속인 지도자들이 贖罪하는 게 대책의 출발

주용중 부국장 겸 국제부장 사진
주용중 부국장 겸 국제부장

통탄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북핵(北核)을 대비하라는 나라 안팎의 경고에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살아왔다. 사이비 안보론자, 친북론자들은 물론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리려 애를 써왔다. 그러나 북핵의 제1 피해자들인 우리가 지난 25년간 속고 또 속았는데도 쉬쉬하고, 대책도 없는데 발 뻗고 잘 잤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해 초 미국의 지그프리트 헤커 박사는 "(북한으로서는) 핵폭탄을 더 많이 만들고 그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런 것들이 북한 정권에 그릇된 자신감을 불어넣어 북한의 전술·전략적 카드들을 늘려준다"고 했다. 그는 2010년 영변을 방문해 우라늄 농축 현장을 확인한 세계적인 핵과학자다. 미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수석연구원은 "북핵 위험이 현실화될 경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했고, 며칠 전 타계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미대사는 "한미 양국이 북핵 위기에 일종의 불감증이 생겼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런 발언들은 주목받지 못했다. 언론이 크게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핵 불감증에 대해 셰인 스미스 미 국방대학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8월 '북한의 핵 전략 보고서'에서 "주된 이유는 세 가지"라고 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능력을 폄하해왔고, 북한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으며, 북핵 전략의 목표가 비군사적이라고 가정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핵의 목표가 국제적 위신이나 내부의 지지, 또는 협상용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다.

국내에서는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이 경고음을 계속 울렸다. 그는 최근엔 "북한의 수소폭탄 개발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지 못하면 미증유의 안보위기가 찾아올 것"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다면 증폭 핵분열탄 또는 수소폭탄 실험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대표는 "핵 카드만이 북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일찌감치 핵무장론을 폈다.

돌이켜보면 북핵을 방치한 책임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몫이 가장 크다. 김대중 정부는 2002년 부시 미국 행정부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를 북한에 제기하자 노골적으로 탐탁지 않게 여겼다. "사실도 아닌데 공연히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킨다"는 게 이유였다. 국내 좌파들이 떠받들었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역시 이런 미몽에서 오랫동안 깨어나지 못했다. 그는 2007년 "HEU에 대한 미국의 첩보는 사담 후세인의 대량살상무기(WMD)와 다를 바 없다(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북의 HEU 프로그램이 벌써부터 가동됐다는 사실을 이제는 다 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이 2005년 핵무기 보유 선언을 하고 2006년 1차 핵실험에 성공했는데도, 셰인 스미스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자면 "북핵의 목표가 비군사적이라는 가정"을 설파하는 데 주력했다. 노 대통령 스스로 "북한이 '핵은 외부 위협에 대한 자위용 억제 수단'이라고 한 것은 일리가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한명숙 총리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우리를 겨냥하고 있지만 핵무기는 우리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북은 "온 민족이 핵전쟁의 재난을 면할 수 없을 것" "누르면 발사하게 돼 있다"고 여러 차례 위했다.

김영삼 정부는 북핵 해결의 첫 단추를 잘못 꿰었다. 클린턴 행정부는 1994년 영변 핵시설에 '족집게 폭격(surgical strike)을 하려 했으나 김영삼 정부가 반대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국경선의 포가 남쪽을 보고 있는데 (미국이 영변을 공격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면서 "전쟁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만일 북이 수소폭탄 실험까지 할 줄 알았다면 과연 그때 어떤 선택을 했을까.
*

sur·gi·cal-형용사

[명사 앞에만 씀] 외과의, 수술의

surgical procedures예문 발음듣기

수술 절차

a surgical ward예문 발음듣기

외과 병동

중요 중고등학교 교과서 단어 분류고교 영어2

단어장 저장

미국식 [|s3:rdƷɪkl] 미국식 발음듣기반복 듣기 영국식 [|s3:dƷɪkl] 영국식 발음듣기반복 듣기
발음듣기 단축키 안내버튼발음듣기 단축키안내버튼
파생형
  • 명사형 surgeon | surgery
  • |부사형 surgically

이명박 정부는 북핵을 포기시켜야 한다는 당위론에만 의지한 채 이를 실현하기 위한 외교력이나 대북 협상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는 히틀러가 연합군이 관리하던 라인란트를 점령하고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한 것도 줄줄이 묵인해줬다. 그는 평화를 갈구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 것이 평화'인 줄만 알았지 '때로는 싸워야 진정한 평화가 온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제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 이외에는 북핵에 무방비 상태다. 미사일 을 쏘기 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이나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미사일방어(KAMD)는 10년쯤 돼야 쓸만해 진다. 이미 많이 늦었지만 국민을 속이고 국민을 잘못 이끈 지도자들이 반성하는 게 출발점이다. 체임벌린처럼 현실을 직시할 안목도, 국민에게 때로는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용기도 없는 비겁한 지도자는 여야 없이 물러나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