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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보어드바이저는-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조언자)의 합성어

최만섭 2016. 1. 8. 10:49

☞로보어드바이저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어드바이저(Advisor·조언자)의 합성어로 로봇이 자산 관리와 재무 설계 등을 자동으로 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실제로 물리적인 형태를 갖춘 로봇이 아닌 정교하게 짜인 컴퓨터 프로그램이 투자자 성향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준다. 기존 자산관리 서비스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고 최소 투자 금액도 낮아 서민들의 재테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이 자체 개발, 국내서 처음 서비스… PB보다 수수료 저렴해 美선 인기
예측 가능한 박스권 장세에선 로보어드바이저 유용하지만 시장 급변땐 제대로 대응 못해

최근 NH투자증권이 국내 금융업계 최초로 자체 개발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QV 로보 어카운트'를 출시하면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정교하게 짠 컴퓨터 프로그램이 몇 가지 설문으로 투자자 성향, 목표 수익률, 자금 성격 등을 진단한 뒤 그에 알맞은 포트폴리오 구성과 운용 방식을 결정해 자산을 관리해준다. 각종 빅데이터(거대 정보)를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포트폴리오에 대한 모니터링, 리밸런싱(자산 배분 비율 조정)도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그간 금융회사에서는 PB(Private Banker)가 직접 자산을 관리해줬지만, 비싼 수수료를 댈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서비스가 제공됐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보편화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서민들도 자산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미국 자산관리 로보어드바이저 점유율

◇저렴한 수수료, 낮은 문턱으로 미국에선 인기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운용하는 웰스프런트(Wealthfront), 베터먼트(Betterment)등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했다. 베터먼트는 현재 11만1800명의 자금 30억달러를 로보어드바이저로 운용 중이다. 성장의 비결 중 첫째는 저렴한 수수료다. 웰스프런트는 1만달러 이상 자산의 0.25%만 수수료로 받고, 그 이하는 무료다. 베터먼트 역시 0.15~0.35% 정도만 수수료를 받고 있다. 기존 자산 관리 수수료인 1%보다 훨씬 싸다. 최소 투자 금액이 낮아 진입도 쉽다. 웰스프런트는 최소 투자 금액이 500달러(약 60만원)이고, 베터먼트는 아예 투자 금액 기준이 없다. 경영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미국 로보어드바이저들의 운용 자산 규모가 2020년 2조2000억 달러(약 26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전체 미국 투자 금액의 5.6%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기존 금융회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

국내에서도 '핀테크'(금융+IT) 바람과 함께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기존 PB 서비스는 문턱이 너무 높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말 NH투자증권의 'QV 로보 어카운트',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회사인 쿼터백투자자문이 KDB대우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내놓은 '쿼터백 알파'와 '쿼터백 베타'가 시장에 나왔고, 삼성자산운용 등도 시장조사 중이다. 기존 은행들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이르면 이달 안에 은행권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적용한 '사이버 PB'(가칭) 베타 버전을 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재무 상태와 투자 성향 등을 입력하면 로보어드바이저가 포트폴리오를 짜주고, 상품도 추천하는 방식이다. 올 하반기 출범할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 역시 생활 밀착형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자산관리 , 로보어드바이저
▲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베터먼트(좌측 위), 웰스프론트(좌측 아래)에서 제공하는 자산 관리 메뉴. 어떠한 자산을 얼마난큼 배분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현재 자산 위험도나 자산 재분배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사진 오른쪽은 NH투자증권의 'QV 로보 어카운트' 초기 화면.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자산 배분을 알려주기 위해 간단한 설문을 한다.

◇로보어드바이저의 한계도 명확히 인식해야

로보어드바이저가 만능은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과거의 빅데이터와 알고리즘(해답을 찾는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예측 가능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 있지만, 금융 위기 등에 따라 시장이 급변하는 동안에는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PB는 "금융시장이 급변하는 시기에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만큼 자산 재조정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업체별로 각자 다른 알고리즘을 이용하기 때문에 업체 선택을 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위창 현대증권 연구원은 "업체마다 금융시장 환경에 대한 위험 인식 수준, 자산별 기대 수익률 산출과 자산 배분 엔진 등이 달라 똑같은 조건을 넣어도 자산 배분 결과는 다르게 나온다"면서 "결국 성과에 대한 충분한 기록이 쌓인 뒤에야 업체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의 성패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