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데스크에서] '절절포'는 더 절절해야

최만섭 2016. 1. 2. 09:38

[데스크에서] '절절포'는 더 절절해야

이진석 경제부 차장
이진석 경제부 차장
'절절포(절대로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금융 개혁을 이끌고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트레이드마크나 다름없다. 금융위원장에 임명되기 한 달 전쯤인 지난해 2월, 농협금융지주 회장 자격으로 금융위원회가 소집한 회의에 참석해서 그는 처음으로 금융 개혁에 대해 이 말을 꺼냈다. 스스로 "그 말 때문에 위원장이 됐는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로 절절포는 절묘한 데가 있다. 금융 개혁의 절실함과 어려움을 한마디로 압축했다.

유래가 궁금했는데 얼마 전 임 위원장을 따라서 경기도의 한 육군 사단으로 연말 군부대 위문을 갔다가 알게 됐다. 임 위원장은 사단 간부들에게 한 격려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금융위는 국민의 재산을 지키고 불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데, 군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면서 "국민을 위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근무하자. 불철주야 조국을 위해 노력하는 장병들의 정신과 마음을 배우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작년 12월에는(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강원도의 한 부대를 방문해서 절절포라는 말을 배웠는데, 오늘도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아마 부대 곳곳에 붙어 있는 '아이 캔 두(I CAN DO·나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를 눈여겨본 듯싶다. 올해는 '금융개혁,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구호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새해에는 금융 개혁이 더 속도를 냈으면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얼마 전에도 "금융은 우리 경제의 피와 같다. 피가 탁하거나 흐르지 않아 곳곳에서 막히면 사람의 건강은 보나 마나"라면서 "낡고 보신적인 제도와 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시스템 전반에 경쟁과 혁신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개혁은 우리 경제를 살리는 토대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과제다"라고 독촉한다. 성에 차지 않는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과 다른 생각을 가진 국민도 많겠지만, 금융 개혁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듯싶다.

금융위원회는 "점점 속도가 붙고 있다"고 말한다. 임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해 3월부터 '금융개혁회의'를 출범시켜 민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거듭했다. 이후 100차례 가까운 크고 작은 관련 회의를 열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올 3~4월이면 출범하고, 인터넷으로 계좌를 만들 수 있게 됐고, 자동이체를 일일이 옮기지 않아도 되는 계좌이동제도 도입됐다. 법과 규정에는 없지만, 버젓이 행해지던 '그림자 규제'의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려는 노력도 했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해선지 금융위는 지난달 23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금융개혁회의는 막을 내리고, 올해부터는 기존 '금융발전심의회'를 확대 개편해서 같은 역할을 맡기겠다고 한다. 긴급 상황은 지나갔다고 선언하는 것 같다. 이러다 단막극으로 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까지 든다. 모두가 더 흥미진진한 2막을 기대하고 있는데 그럴 리는 없다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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