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경제포커스] '황금 노다지' 헬스케어 시장서 돌멩이만 캐나

최만섭 2015. 11. 26. 09:24
  • [경제포커스] '황금 노다지' 헬스케어 시장서 돌멩이만 캐나
  •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입력 : 2015.11.26 03:00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이광회 조선비즈 대표
글로벌 경제가 안 좋지만 유난히 급성장 중인 산업 분야가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health care, 의료·건강) 시장이다.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한 해 시장 규모가 10조달러, 1경(京)원이 넘는다. 매출 200조원 넘는 삼성전자 50개가 있어야 달성할 규모로 전 세계적인 노령화 현상, 소비자들의 건강 행복 욕구라는 수요가 뒷받침돼 있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큰 시장을 놓칠 리 없다. 미 의료 당국은 규제부터 풀고, 시장 키우기에 적극적이다. 원격 진료 규제를 풀었더니 1400여 명 의사가 원격 진료를 담당하는 회사가 나왔고, 7400만 명이 혜택을 누린 새 시장이 만들어졌다. 애플 앱스토어의 건강관리 앱만 16만5000여 개, 실리콘밸리 창업 자금 중 60%가 디지털 헬스 분야로 쏠린다. 고령화에 들어간 유럽은 이미 바이오 강국이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가 의료 허브 전략으로 경제성장률을 견인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바이오 기업체의 A 사장. 의사 출신에 국제특허까지 보유 중이어서 큰돈 벌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요즘 회사를 북유럽으로 옮길 것을 고민 중이다. '기업 하기 어렵다'는 동료들의 고언(苦言), 툭하면 오라 가라 하는 규제 당국, 바이오산업을 기술 기업으로 보지 않고 투기 기업으로 보는 편견이 지긋지긋하다는 고백이다. 북유럽 국가들은 매년 바이오 기업에 보조금까지 주고,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몰려 있어 연구개발 환경이 아주 좋다. 기술 있고, 머리 좋은 기업인마저 해외로 내몬다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문제는 옴짝달싹 못하는 우리다. 해법은 못 만들고 전문가 집단과 업계, 정부와 국회 모두 이해관계로 싸움만 한다. 미국이 원격 진료를 허용하고 시장을 키우지만 우리 원격 진료는 불법(不法)이다. 동네 의원들을 중심으로 다수 의사들이 먹거리 고갈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의료 기관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의료 등 낙후된 서비스산업을 키우려는 서비스발전기본법은 야당 반대로 제자리걸음이다. 영리 의료법인 허용도 논란만 진행 중이다. 약가(藥價)인하 제도 폐지도 제약회사 간 이해관계로 해결이 안 되고 있다.

'언젠가 해결되겠지' 팔짱만 끼기에는 미래가 너무 어둡다. "중국은 미국과 비슷한 반열에 올랐다. 샤오미(小米)조차 '혁신'이라는 관점에서 삼성을 앞질렀다. 한국은 이미 중국에 뒤떨어졌고, 한국의 새 경쟁 상대는 인도가 될 것이다."(2015 런던 싱커스 50 행사의 경영 석학들의 진단)

희망이 없지는 않다. 지난 수십년간 의대, 약대로 진학했던 수재(秀才)들이 버티고 있고, 장벽이 높아도 지난 5년간 한국 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는 100만 명을 넘어섰다. 여건이 좋아지면 더 많이 찾을 것이다. 전문가와 당국자, 국회의원들이 가슴을 열고, 머리를 맞대고 집단 이기주의를 탈피, 해법을 도출할 수만 있 다면 미래는 우리 편이다.

매출 140조~210조원의 현대기아차, 삼성전자가 수년간 나라 경제를 지탱해 왔다. 1경원 헬스케어 시장에서 우리 비중은 단 1.5%, 여기서 또 희망을 찾는다. 3%, 5%, 10%로 늘릴 수 있다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가 만들어 냈던 시장을 다시 만들 수 있다' 희망을 가져본다. 황금 노다지에서 돌멩이만 캘 수는 없지 않겠나.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