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대수술 필요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최만섭 2015. 11. 25. 09:41

[전문기자 칼럼] 대수술 필요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입력 : 2015.11.25 03:00

김동섭 보건복지 전문기자 사진
김동섭 보건복지 전문기자
공무원들은 은퇴 후 연금 월 300만원을 기대하며 노후를 설계한다. 부부 교사는 월 500만원이 넘는 연금액을 꿈꾼다. 과연 국민연금 가입자들에게 이런 달콤한 연금은 신기루에 불과한 것일까.

지난달 국민연금 액수를 늘리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연금 소득 상한선을 올리는 방안을 논의했던 국회의 공적연금개선특위가 아무런 소득 없이 막을 내리게 됐다. 현재 국민연금은 소득 상한선이 월 400만원대에 묶여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한 월급쟁이가 최대 받을 수 있는 돈은 400만원의 30%(1년에 1%씩 가산)인 월 120만원이다. 하지만 월 소득 상한선을 600만원으로 올리면 연금액이 600만원의 30%인 180만원으로 오른다. 물론 이런 연금을 받으려면 보험료를 지금보다 월 10여만원씩 더 내야 한다. 공무원연금에 비해 턱없이 낮은 액수지만 소득 상한선을 올려 더 내고 더 받기를 바라는 게 직장인의 기대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정부는 소득 상한선을 올리면 연금 재정 지출이 커지는 만큼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며 2018년에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국민연금 소득 상한선을 임금 인상률에 맞춰 계속 올렸어야 하는데, 복지부는 십여년을 묶어놓았다. 공무원 임금은 직장인보다 낮은데도 공무원연금 소득 상한선은 이미 월 700만원대에 달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복지부의 행태가 가관이다. 소득 상한선 논의를 다음 정권 때인 2018년으로 넘겨 놓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독립을 홍보하는 데만 주력한다. 연금 수익률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기대감을 따지면 어떤 것이 우선순위가 될까. 복지제도로 중산층을 키우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 뿐이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은퇴자가 의지할 두 개의 사회 안전망은 연금과 건강보험이다. 그런데 오히려 은퇴자들의 '덫'이 됐다. 퇴직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집과 자동차가 있으면 직장 다닐 때보다 건보료가 높아진다. 은퇴자들을 울리는 이런 무감각한 복지제도를 운용하는 국가가 또 있을까. 건강보험제도를 설계하던 1998년엔 소득과 재산 중 재산 쪽 보험료 비중이 전체 보험료의 27%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무려 41%로 높아졌다. 부동산 값이 소득보다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이에 맞춰 재산의 보험료 비중을 떨어뜨려야 형평에 맞는데, 지금껏 방치한 탓이다.

그나마 작년부터 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논의가 시작됐지만, 올 초 당시 복지부 장관은 돌연 개편 논의의 '연내 중단'을 선언해 국민의 분노를 샀다. 보험료를 섣불리 재조정하면 보험료 혜택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불이익을 당하는 사람도 많아 검토할 게 많기 때문이란다. 복지부는 2000년 보험료 부과 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매기겠다고 한 뒤 15년째 계속 '검토'만 하는 중이다. 지금은 퇴직해 소득이 끊긴 당시 복지부 장관은 과연 자신이 소득 수준에 맞게 건보료를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연금과 건강보험을 중산층 복지제도로 설계하는 것은 정부의 과제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는 복지 정책들을 편다. 이대로는 국민에게 보건·복지에 대해 안심(安心)은커녕 노후 불안만 증폭시킬 뿐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