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대학을 '평생 학습'의 전당으로-조선일보

최만섭 2015. 11. 4. 11:39

대학을 '평생 학습'의 전당으로

  • 기영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입력 : 2015.11.04 03:00

기영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사진
기영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장

저출산·고령화 추세는 대학 교육에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령기 인구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학생 정원을 채우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이 있는 반면 대학 교육을 받고자 하는 성인 학습자 수요는 계속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대학은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학령기 중심 교육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경직된 교육 체제는 언제 어디서든 학습을 원하는 성인 학습자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 재직자와 성인 학습 수요를 흡수하기 위한 획기적 대학 시스템 개편이 시급하다. 세계의 주요 대학은 이미 인구 구조 변화, 산업·기술 고도화, 국제화 등 고등교육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온라인 공개 강좌는 물론 1년 이내 단기 과정 확대 등으로 디지털 세대와 평생 학습 시대에 맞게 대학을 재편하고 있다.

우리도 일과 학습을 병행하면서 평생에 걸쳐 수준 높은 학습을 할 수 있는 평생 학습 시스템을 대학에 갖춰야 한다. 성인 학습자들이 대학에서 학위 및 비학위 과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별도 서비스가 필요하다. 세계의 주요 대학에서는 이미 성인 학습자를 위해 따로 단과대학 형태를 갖추어 교육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학 내 '평생 교육 단과대학' 신설이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이 새로운 대학에서는 일정 수준의 사회적 경력과 경험을 갖추기만 하면 누구든 수능 없이 입학을 허용해야 한다. 학비 부담도 줄여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국가 장학금 지침 및 고등교육법 시행령 등을 개정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대학 차원에서도 미래형 대학 모델을 만들기 위한 선도적 전략을 보여주어야 한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정책이 학령기 학생들의 편법 입학을 조장하는 사례가 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학점당 등록금제, 다학기제 운영 등 새로운 형태의 학습 모델이 가능하도록 학칙을 적극 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한 이들에게는 나중에 진학할 기회, 인생 2·3모작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평생 교육 기회, 직장인에게는 시간·경제적 부담 없이 대학에 다닐 기회를 주게 될 것이다. 이것은 모든 국민에게 평생교육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이 새롭고 혁신적인 고등교육 모델을 대학이 앞장서 추진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