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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큰 성과 없이 끝난 韓·日 정상회담, 그래도 자꾸 만나야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최만섭 2015. 11. 3. 10:39

사설] 큰 성과 없이 끝난 韓·日 정상회담, 그래도 자꾸 만나야

입력 : 2015.11.03 03:23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일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2012년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지 3년 5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공식 회담은 처음이다.

두 나라 관계는 아베 총리의 역사 역행(逆行)과 이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으로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최악(最惡)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악화되어 왔다. 이번 회담에서 공동 발표문을 채택하거나 공동 기자회견을 하지 못한 것도 현재 한·일 관계가 얼마나 악화돼 있는지를 보여줬다.

회담 후 손에 잡힐 만한 굵직한 성과가 발표되지 못한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두 정상은 최대 현안이자 난제(難題) 중의 난제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조기 타결을 위한 협의를 가속화한다'는 선에서 합의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일본 기자들에게 "미래 세대에게 장해(障害)를 남겨선 안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말만 있을 뿐 타결 시기, 내용, 방법 등 어느 하나 구체화된 것이 없어 합의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줄기차게 부정해온 정치인이다. 총리 취임 전에 강제성을 부인하는 연명(連名) 광고를 미국 신문에 내더니 취임 후에는 재검증이라는 방식으로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훼손했다. 정상회담이 지금까지 이뤄지지 못한 것도 아베 총리의 이런 태도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만약 그가 한·일 관계 원상 회복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을 보이고 싶다면 이번에 합의한 '조기 타결'에 최대한 노력해 매듭지어야 한다.

아베 총리는 "여러 현안에 관해 일본이 말할 것, 주장할 점을 말했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여러 현안'에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 재판 문제, 일제하 강제징용자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 문제 등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 전 지국장은 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실형을 구형받고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만약 아베 총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로 이 문제를 거론했다면 이는 우리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일이다.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1965년 청구권협정 내용과 상충되지 않느냐며 행정부가 나서서 정리해달라는 식의 주장을 해왔다. 이는 일본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가 내린 판결에 정권이 영향을 미쳐달라는 얘기와 똑같다. 일본은 이런 식으로는 상황만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아베 내각은 지난 2년여 동안 '평화헌법'을 사실상 폐기해가면서 집단적 자위권을 확보하고 중국에 대한 경제블록 성격이 짙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도 창설국으로 가입했다. 그러면서 미국 외교가에서 한국이 중국에 경도(傾倒)되고 있다는 식의 인식을 확산시키려 해왔다. 일본은 이런 일들로 인해 일본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각에 의구심(疑懼心)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언제든 갈등과 마찰이 전면에 떠오르기 쉬운 관계다. 그러나 정상들이 만나지도 않으면 어떤 문제들에 얼마나 큰 의견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기조차 어렵다. 가급적 자주 만나 공유하는 이익을 넓히고 차이는 좁혀가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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