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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시] 바래길 첫사랑

최만섭 2015. 11. 2. 11:07
  • [가슴으로 읽는 시] 바래길 첫사랑
  • 문태준 시인

입력 : 2015.11.02 03:00

바래길 첫사랑

깊고 푸른 바닷속
그리운 사람에게

편지 몰래 건네주고
막 돌아오는 길인가 봐

얼굴 저렇게
단감 빛인 걸 보면.

―고두현(1963-)

가슴으로 읽는 시 일러스트

남해에 가서 바래길을 걸어본 적 있다. 어머니들이 물때에 맞춰 바닷가에 나가 고둥이나 파래, 미역을 캐오던 그 길을 남해 사람들은 바래길이라 불렀다고 한다. 생계를 위해 바닷가를 오가면서 어머니들은 낮 시간의 쪽빛 바다와 석양 때의 단감 빛 바다를 보셨을 것이다.

우리 마음의 내부도 깊고 푸른 바닷속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 마음속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산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속을 잠깐이라도 보여줄 때에는 얼마나 두근거리고 일렁일까. 바다도 하루에 한 번씩은 설레어 단감 빛의 얼굴로 물든다고 말한다. 마음이 들떠 기쁜 때에는 사랑하고 있는 때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