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수원 손실 문제, 백운규에 보고” 前산업부 국장 법정서 진술백운규 배임 교사 혐의 단서 진술

최만섭 2022. 8. 24. 04:54

“한수원 손실 문제, 백운규에 보고” 前산업부 국장 법정서 진술

백운규 배임 교사 혐의 단서 진술

입력 2022.08.23 20:53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3일 월성원전 조기 폐쇄와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을 받기 위해 대전지법에 출석하고 있다./뉴스1

문모 전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이 23일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및 조기 폐쇄’ 사건의 공판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 보고하고, 한수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정부가 비용 보전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수력원자력에 회신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대전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헌행) 심리로 열린 월성 원전 사건 공판에는 문 전 원전산업정책관(국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작년 8월 24일 재판이 시작된 뒤 1년 만에 시작된 첫 증인 신문이었다. 문 전 국장은 백 전 장관과 함께 양재천 산책을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전 국장은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삭제·지시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10월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 /조선일보 DB

◇“백운규에 보고하고 한수원에 비용 보전 관련 회신 공문 보냈다”

문 전 국장은 이날 공판에서 원전 조기 폐쇄 관련 한수원이 ‘비용 보전’을 정부가 해달라는 요청 관련 산업부가 한수원에 회신 공문을 보낸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월성 1호기는 5000여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면 수리한 상태였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이를 조기 폐쇄하려했고, 한수원 입장에선 정부가 그 비용이나 손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지 산업부에 문의했다. 월성 1호기 해체 비용만 수천억원이 드는데, 수리 비용 5000여억원까지 더하면, 1조원 안팎의 돈 낭비가 되는 셈이라 당장 한수원 이사회가 ‘배임’ 우려 등을 말하며 극심한 반대를 할 상황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러자 산업부는 한수원 질의에 대해 한수원 이사회(2018년 6월 15일)가 열리기 하루 전날인 2018년 6월 14일 회신 공문을 보냈다. 회신 공문 내용은 “정부가 비용·손실 보전 문제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검찰은 이 공문은 산업부가 정부 돈으로 손실 보전을 해줄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수원을 안심시키기 위한 위장 공문이나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문 전 국장은 “한수원에 회신하는 공문은 당시 정모 원전산업정책과장 전결(專決) 사안이었다”며 “정 과장이 자신의 이름으로 전결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해, 내가 전결처리했다”고 했다. 문 전 국장은 “그만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 보전, 비용 보전 문제는 민감하고 중요해 (정 과장이)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전결을 부담스러워했던 정 과장은 2018년 4월 3일 ‘월성 1호기를 2년 반 동안 한시적으로 가동할 필요가 있다’는 보고를 올렸다. 그러자 백 전 장관에게 “너 죽을래. 즉시 가동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써서 청와대에 보고하라”라는 말을 들었던 당사자이다.

특히 문 전 국장은 “한수원의 월성1호기 원전 조기 폐쇄로 인한 비용 보전 요청에 대한 회신 공문은 백 전 장관까지 보고하고, 내가 전결처리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2017년 당시 원전이 중요한 이슈였기 때문에 원전산업정책국에서 (월성 1호기 관련) 국정감사 자료를 만들어서 백 전 장관까지 보고했던 기억도 있다”고 했다.

 
대전지검/뉴스1

◇檢 “문 전 국장 증언, 백운규 배임 교사 혐의 입증할 단서”

검찰은 이날 문 전 국장의 증언은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한수원이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을 알고서도 조기 폐쇄를 부당하게 지시한 배임 교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할 경우 한수원 측에선 업무상 배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또 청와대나 산업부는 정부가 한수원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정당한 손실을 보상해줄 수 없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었다고 보고 있다.

앞서 대전지검은 작년 6월 백 전 장관은 원전인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전 정부 검찰 지휘부 등의 반대로 백 전 장관이 한수원의 1481억원대의 손해를 입히도록 지시했다는 배임 교사 혐의 기소는 하지 못했다.

대전지검은 앞으로 이어질 공판에서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관계자들의 법정 증언이 이어지면, 공소장 변경을 통해 백 전 장관의 배임 교사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대전지검의 압수 수색이 있던 19일 오전 세종시 대통령기록관 모습/연합뉴스

◇‘문재인 청와대’ 개입 검찰 진술도 인정...수사 가속화 전망

문 전 국장은 이날 공판에서 검찰 수사 당시 자신이 진술한 검찰 진술 조서에 대해 “내가 진술한 것이 맞는다”는 취지로도 인정했다. 문 전 국장은 검찰 조사에서 백 전 장관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책임, 가담 행위,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을 해 한수원에 1481억원대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에 대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문 전 국장은 ‘문재인 청와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개입한 내용도 검찰에 상세히 진술했다고 한다. 이를 법원 재판에서도 자신의 진술 내용이 맞는다고 인정한 것이다.

대전지검은 현재 ‘문재인 청와대’ 윗선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개입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앞서 전 정권 등의 압박으로 청와대 윗선 수사는 이뤄지지 않아 ‘미완의 수사’로 남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지난 6월 검찰 인사 후 대전지검 지휘부가 교체되면서 ‘문재인 청와대’에 대한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지난 19일엔 세종시의 대통령 기록관도 압수 수색했다. 현재 월성 원전 사건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 임종석 전 비서실장, 김수현 전 사회수석,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 박원주 전 경제수석 등이 고발된 상태다. 월성 원전 사건 공판에서 청와대 윗선 개입에 대한 증언이 나올 경우 검찰 수사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