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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반대표 뭉치... 대우조선 ‘금속노조 탈퇴투표’ 개표 중단

최만섭 2022. 7. 23. 11:11

수상한 반대표 뭉치... 대우조선 ‘금속노조 탈퇴투표’ 개표 중단

“부정 투표 의심”

박진성 인턴기자(연세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입력 2022.07.22 18:03
 
 
 
 
 
22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내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원청 노조)에서 집행부가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지를 개표하고 있다./뉴스1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인 대우조선지회(대우조선해양 노조)가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한 뒤 22일 오후 투표함을 개표하는 과정에서 ‘반대’가 찍힌 투표용지 20여 장이 접히지 않은 채 무더기로 나와 개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대우조선지회 측은 거제경찰서에 현 상태의 투표함을 경찰에 인계해 보관한 뒤 2주 뒤 법원 판단을 받아 개표를 이어갈지 재투표를 할지 정하겠다고 밝혔다. 21~22일 진행된 이번 찬반투표에는 대우조선지회 조합원 4726명 중 4225명이 투표해 투표율 89.4%를 기록했다. 투표자 중 3분의 2가 찬성하면 금속노조 탈퇴 안건은 가결된다.

개표는 이날 오후 2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지회 건물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는데, 2차 개표 도중 한 투표함에서 접히지 않은 ‘반대표’ 20여 장이 한꺼번에 나왔다. 무더기 반대표의 투표용지 일련번호도 연속된 번호로 확인됐다. 장내는 술렁였고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들은 ‘개표 재개’와 ‘재투표’로 의견이 갈라졌다. “문제 있는 표를 빼고 개표를 계속 해야 한다” “누군가의 소행이다. 재투표해야 한다”는 고성이 오갔다.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총 3차로 나눠 개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1차 개표에서는 찬성 674표, 반대 689표로 ‘탈퇴 반대’가 근소한 차이로 우세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2차 개표 도중 한 투표함에서 ‘부정투표’로 의심되는 정황이 나오면서 개표가 중단된 것이다.

대우조선지회는 찬반투표 추진 당시부터 내부 갈등을 드러냈었다. 대우조선지회 산하에는 노선이 다른 5개의 조직이 있는데,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팽팽히 엇갈렸다.

이번 투표를 주도한 민노협(대우조선 민주노동자 협의회)은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형 노조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현민투(현장 중심의 노동자투쟁위원회)는 “금속노조 탈퇴는 노노 갈등과 노동 탄압의 시작”이라며 탈퇴 반대 여론을 주도했다. 이들은 이날 개표장에서도 투표 재개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한편, 탈퇴를 원하는 직원들이 다수였던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 단체카톡방에서는 특정 부서명을 거론하며 “부정투표다” “(개표를) 엎어야 된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반면, 대우조선지회의 한 간부는 “애초 찬반투표가 무리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었다”며 “금속노조 탈퇴 의견이 과대 대표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