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막가파식 파업” 대우조선, 금속노조 탈퇴 찬반투표
금속노조 거제 집회에 직원 3000명 맞불 집회
20일 오후 4시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서문 앞. 폭 4m, 높이 2m 선박용 스프링클러 7대가 장벽처럼 세워져 있었다. 이 스프링클러 장벽을 사이에 두고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대우조선과 협력사 직원들이 목소리 높여 구호를 외쳤다. 금속노조 조합원 일부가 직원들을 향해 “어용 조직 아니냐”고 하자, 대우조선과 협력사 직원들이 “꺼져라”를 반복해서 외쳤다. 양측 참가자들이 이 장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욕설을 하거나 소리를 지를 때마다 긴장감이 높아졌다. 경찰 4개 중대 250여 명이 배치돼 혹시나 생길지 모를 양측 충돌에 대비했다.
이날로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의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 건조장) 불법 점거가 49일째다. 금속노조는 서울과 거제에서 총 1만명이 모인 집회를 열며 하청지회를 지원하고 나섰다. 여기에 대우조선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 3000명이 조선소에 모여 ‘맞불 집회’를 연 것이다. 대우조선 생산직 노조는 또 21~22일 금속노조 탈퇴 여부를 정하는 투표도 할 예정이다.
하청지회의 독 점거로 회사 앞날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느낀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 이른바 ‘노노(勞勞)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맞불 집회에서 한상규 대우조선해양 현장책임자연합회 조직부회장은 “이제야 조선업 호황기를 맞아 형편이 조금씩 나아지려는 시점에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부터 대우조선해양 조선소 안에 있는 민주광장에는 회색 현장 작업복을 입은 직원 3000여 명이 맞불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에 우산을 쓰고 타월을 두른 이들은 ‘도를 넘은 불법 파업! 지금 즉시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었다. ‘대우 식구 10만명이 피눈물 흘린다’ 등 손팻말을 든 3000명이 “막가파식 불법 행위, 공권력이 엄정 대응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
반면 금속노조는 이날 서울에서도 4800여 명이 참여한 집회를 열고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 파업은 한 사업장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라며 총파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거제 집회에도 5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하청지회 투쟁 승리하고 거제 지역 민주노조를 사수하자” 등의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노노 갈등이 확대되면서 현재 금속노조 소속인 대우조선 생산직 노조가 금속노조를 탈퇴할 가능성도 있다. 이 노조에는 대우조선 직원 8600명 중 생산직 4700명이 가입해 있는데, 21일부터 이틀간 이 사안을 두고 투표를 한다. 재적 인원 과반이 투표하고, 이 가운데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를 탈퇴한다. 대우조선지회 인원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전체 조합원 중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생산직 김모(51)씨는 “우리도 같은 노동자인데 금속노조는 대우조선을 투쟁 사업장으로 몰아가고, 정치화하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대우조선 협력사와 하청지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난항을 빚었다. 노조의 불법 행위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문제가 쟁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하청지회의 불법 점거를 풀기 위한 공권력 투입 준비를 사실상 대부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권력 투입이 실제 이뤄질 경우 현장에서 생길 수 있는 돌발상황 등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틀 연속으로 조선소를 찾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오후 7시 30분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을 만나 “협상이 타결되면 (조선 업계에서) 제기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도 “진정성 있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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