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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은 대우조선 파업 현장 들어가 “농성 풀어달라”...노조는 거부

최만섭 2022. 7. 20. 05:05

 

장관은 대우조선 파업 현장 들어가 “농성 풀어달라”...노조는 거부

공권력 투입 VS 협상 타결 고비맞은 대우조선

입력 2022.07.19 22:27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에서 1㎥ 크기의 철골 구조물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 중인 하청지회 부지회장 유모(40)씨를 만났다. 이 장관은 농성을 중단하면 평화적 타결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했으나 유씨는 거절했다/연합뉴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독(dock·선박 건조장) 불법 점거 사태가 48일째 이어진 19일, 조선소 주변은 하루 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난 18일 정부가 불법 파업에 대해 공권력을 투입해 엄정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기조를 밝히면서 이날 낮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지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헬기까지 타고 현장을 방문하면서 이 사태가 기로에 섰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쪽에선 하청지회와 대우조선 측이 점거를 풀고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물밑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경찰 최고 책임자 등이 나타나 “불법 점거로 하루 32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한 것은 공권력 투입이 임박했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이날 가장 먼저 노조를 만난 것은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었다. 그는 오후 2시 19분쯤 하청지회가 점거 중인 독에 도착해 김형수 하청지회장을 만나 “농성을 풀고 대화에 나서 달라”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김 지회장은 “공권력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달라” “제2의 쌍용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로 맞섰다. 그 후 이 장관은 독 안으로 들어갔다. 독 바닥은 지면에서 약 15m 아래에 있는데, 독 바닥까지 내려간 후 사람 1명이 겨우 지날 수 있는 높이 7m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독에서 제작 중인 선박 바닥이 나왔다. 거기서 하청지회 부지회장인 유모(40)씨가 1㎥ 크기의 철골 구조물에 들어간 후 입구를 용접해 스스로를 가두고 농성 중이다. 주변엔 시너를 담은 페인트 통도 보였다. 소화기 등도 비치된 상태였다. 이 장관은 그에게 “농성을 중단하면 평화적 타결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유씨는 “농성을 풀 수 없다”고 했다.

시너 매달아 올리는 노조 - 19일 오전 하청지회 측이 옥포조선소 독 안으로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15L짜리 통 5개를 줄에 매달아 반입하고 있는 모습. /독자 제공

30분쯤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도착했다. 앞서 헬기를 타고 조선소 상공에서 독 주변을 둘러본 뒤였다. 이 장관은 취재진의 질문에 “공권력 투입을 최대한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대화로 타결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김형수 하청지회장은 이 장관에게 “공권력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면 안에 있는 사람들이 불안하다. 노동자들이 희망 갖고 자기 삶을 조선소에 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이 장관은 “새 정부가 더욱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비슷한 시각 독 밖에서는 하청지회 조합원 70여 명이 독 입구에서 ‘여기 사람이 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섰다.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 없이 조선업 인력난 해결되지 않는다” 등 구호가 계속 울려 퍼졌다. 반면 여기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선 대우조선 협력업체 대표단 80여 명이 섰다. ‘가족과 같은 우리 회사를 돌려주세요’ 등의 손팻말을 든 이들은 “불법 파업을 막아 달라”고 외쳤다.

이날 경찰은 파업 현장에 대한 정밀 안전진단을 하며 사실상 공권력 투입 준비를 시작했다. 경찰을 동원해 불법 점거를 풀 경우 사상자가 나오지 않을지 검토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 주변 위험 구조물이 뭐가 있는지, 만에 하나 분신 사태가 벌어지는 경우 경찰이 어떻게 진압할지 등을 검토했다”고 말했다. 독에서 ‘결박 농성’을 벌이고 있는 유씨는 이미 시너 1.8L 2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하청지회 측은 이날 오전 인화성 물질로 추정되는 15L짜리 통 5개를 줄에 매달아 독 안으로 추가 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외관으로 볼 때 조선소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시너 제품으로 보인다”고 했다.

거제경찰서는 현재 업무방해 혐의로 하청지회 소속 조합원을 수사 중이다. 이날 수사팀도 22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조합원 9명에게는 22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한 상태다. 경찰 안팎에서는 이들이 출석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을 집행하는 형태로 독 안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전국 곳곳에서 경찰 기동대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를 관할하는 경남경찰청에는 400여 명의 기동대밖에 없다.

 
 
편집국 지방취재본부에서 경남 18개 시·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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