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을 단죄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단독] 민주 "북송 정당성 만들라"…강제추방 직후 통일부 압박

최만섭 2022. 7. 15. 05:23

[단독] 민주 "북송 정당성 만들라"…강제추방 직후 통일부 압박

중앙일보

입력 2022.07.15 05:00

2019년 11월 판문점을 통한 강제북송 당시 탈북 어민들이 격하게 저항하는 모습. [통일부 제공]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당시 집권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통일부를 사실상 방패막이로 활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 강제 북송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비판 여론에 대해선 제도적 보완책을 발표하라는 압박을 행사했다고 한다.

2019년 당시 국회 외통위 관계자는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 외통위는 긴급 현안보고 일정을 잡았는데, 당시 민주당 의원들은 김 전 장관에게 ‘적법한 절차에 따른 문제 없는 조치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보고 문건을 만들어 공개하라’고 수차례 의견을 전달했다”며 “특히 야당의 주된 비판 포인트였던 흉악범 규정과 귀순 의사의 진정성과 관련해 향후 명확한 판단 기준을 만들겠다는 개선책을 발표하는 게 좋겠다며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판단으로 반인권적 결정"  

이에 따라 통일부는 같은 해 11월 15일 긴급 현안보고 일정에 맞춰 외통위 보고 자료를 만들고 사건 개요, 조치 경과, 정부 입장 등의 내용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해당 자료 중 ‘향후 조치계획’엔 ▶흉악범죄 기준 ▶귀순 의사 객관성 확보 ▶남북 형사사법공조(범죄인 인도) 등 민주당에서 언급한 법적·제도적 보완책이 언급돼 있다.

하지만 이같은 보완책을 발표한 것 자체가 곧 흉악범 여부를 판단할 기준과, 귀순 의사의 객관성을 확보할 시스템이 없는 상태에서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향후에도 특정 탈북민이 흉악범으로 판단되거나 귀순 의사의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강제 북송이라는 반인권적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외교부 북한인권대사를 지낸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와 기소, 재판을 거치지 않은 채 행정 조사를 토대로 특정 탈북민을 흉악범인지 아닌지 판단하거나 그 기준을 세우겠다는 것 자체가 정책적·정치적 판단만으로 강제 북송이라는 반인권적 결정을 내리겠다는 의미”라며 “귀순 의사 역시 마찬가지로 그 진정성과 객관성을 따지겠다는 것은 정부가 수용할 가치가 있는 탈북민과 그렇지 않은 탈북민을 자의적으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통일부 역할은 탈북민 거주·정착 지원" 반발 

통일부는 2019년 11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탈북 어민 강제 북송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보고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통일부 내부에서는 강제 북송의 위헌적 성격을 감안해 이같은 보고 자료 취지에 반발하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사진은 2018년 방북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백두산 장군봉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실제 이같은 보고자료 내용에 대해 당시 통일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제기됐다고 한다. 위장 탈북한 간첩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본인의 귀순 의사에 따라 탈북민의 한국 거주와 정착을 지원하는 것이 통일부의 역할이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통일부가 탈북민에 대한 합동신문 과정에 참여하도록 매뉴얼을 개정한 것 이외에 해당 자료에 담긴 개선책은 대부분 이행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가 제시한 개선책 자체가 면피용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청와대와 민주당에선 의도치 않게 강제 북송 사건이 알려지며 ‘정치적 리스크’를 떠안았고, 통일부에 뒷수습을 맡겼다”며 “김연철 장관은 청와대와 민주당의 압박을 받으면서 내부적으론 당국자들의 불만과 반발을 감당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11월 15일 탈북 어민 강제 북송과 관련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 현안회의에 출석한 당시 김연철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민주당은 통일부의 보고 자료 제출과 함께 열린 외통위 긴급 현안보고에서도 김 전 장관을 상대로 강제 북송된 탈북 어민들이 흉악범이고 귀순 의사의 진정성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질의에 집중했다.

특히 당시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탈북 어민들이 해경에 의해 나포됐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찰서에 순순히 들어오면 그건 자수하는 것이고, 도망가다 잡히면 체포되는 것”이라며 “(살인을 저지른 후 북한으로) 돌아가면 큰일 날 것 같으니 사후적으로 ‘우리 귀순할래요’ 이렇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