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빈 교실과 폐교… 도시 업그레이드할 열쇠를 쥐고 있다

최만섭 2022. 6. 10. 05:03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빈 교실과 폐교… 도시 업그레이드할 열쇠를 쥐고 있다

입력 2022.06.10 03:00
 
 
 

맥도날드는 햄버거 회사가 아니라 부동산 회사라는 이야기가 있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여 국에 3만70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은 개발이 되기 이전에 토지를 매입해 맥도날드 가게를 오픈한다. 이후 도시가 정착되고 지가가 상승하면 맥도날드의 자산은 불어난다. 맥도날드의 기업 가치는 이렇게 부동산 자산이 올라가면서 성장하는 비중이 크다.

그림=이철원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레미콘 회사다. 레미콘 회사는 콘크리트와 골재를 공장에서 배합해 공사 현장으로 운반한다. 가끔 도로에서 시멘트와 골조를 섞기 위해 빙빙 돌아가는 레미콘 차량을 볼 수 있다. 레미콘은 운반될 때 액상 상태로 되어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굳는다. 그래서 레미콘은 만들어지고 최대 90분 이내에 현장에 도착해야 한다. 이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서 레미콘 공장은 공사 현장 근처에 있어야 한다.

도시 형성 초기에 레미콘 회사가 만들어지면 레미콘 회사 주변으로 건물들이 지어지면서 도시가 완성된다. 수십 년이 지나고 도시가 완성되면 레미콘은 도시 중심부에 자리 잡게 되고, 땅값은 엄청나게 올라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숲 근처의 삼표 레미콘 부지다. 강남이 만들어질 때 필요했던 콘크리트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만들어졌고, 강남이 완성된 지금 서울숲 삼표 레미콘 부지는 서울의 중심부가 되어 엄청난 부동산 자산 가치를 가진다.

맥도날드, 레미콘 회사와 비슷한 케이스가 학교다. 국가와 도시의 성장기에는 인구가 늘어나고 학생들도 넘쳐난다. 1970~9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는 교실이 부족했다. 이 시기 서울 강남의 경우 한 반에 70명, 한 학년에 15반은 보통이고, 오전 오후반 2부제로 운영하는 곳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출산율이 0.83명이다. 수험생 수는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 학급 정원이 30명이 넘는 반이 없다.

아예 학교가 소멸되는 곳도 많다. 2022년 현재까지 폐교 학교 수는 서울 3, 부산 47, 대구 35, 인천 57, 광주14, 대전 8, 울산 27, 세종 2, 경기 178, 강원 456, 충북 251, 충남 263, 전북 326, 전남 834, 경북 727, 경남 566, 제주 35개로 총 3829개의 학교가 폐교되었다. 이 중 2491개는 매각되었다. 과거에는 도시 인구가 몰리는 지역에 학교를 지었으나 청소년 인구가 줄면서 학교 공간이 비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렇게 비워지는 공간이 도심 한가운데 생겨나기도 한다.

도심 속에서 늘어나는 빈 교실과 폐교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각 학교의 빈 교실을 부수고 테라스를 만들어 학생들이 10분 쉬는 시간에도 나가서 자연을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4층 상자 모양으로 빼곡하게 지어진 학교 건물이 아니라 부분 철거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여유로운 숨 쉴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겠다. 가까운 거리의 폐교 위기 학교로 학생을 분산시키면 학교 공간은 지금보다 훨씬 더 여유로워지고 제대로 된 학교로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교가 결정이 되는 곳이 있다면 그곳을 교육부가 각 지자체로 매각해 운동장은 공원으로, 학교 건물은 도서관이나 전시장으로 환원시켜주면 좋겠다. 대개 우리의 학교는 아이들이 걸어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한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초, 중, 고교가 있다. 모든 학교는 운동장이 있기 때문에 항공 사진으로 내려다보면 이런 운동장은 마치 유럽의 광장처럼 촘촘하게 도심 곳곳에 박혀 있다. 그런데 이곳은 학교이기 때문에 지금껏 일반 시민은 사용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우리나라 도시의 경우 평지로 된 녹지 공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녹지가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경사진 산으로 되어있어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이런 공원은 너무 멀리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해서 일상과 격리되어있다. 폐교 운동장에 나무를 심고 공원으로 만든다면 과거에 미처 우리가 준비하지 못했던 도심 속 공원을 가질 수 있다. 운동장은 도심 속에 남겨진 귀한 자연 지반을 가진 땅이다. 이곳에 나무를 심는다면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 수 있다.

학교는 주로 사거리 코너에 있어서 접근성도 좋다. 학교 운동장의 방음벽을 철거하고 나무가 보인다면 도시 경관도 좋아질 것이다. 이때 기존 학교 건물은 도서관이나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해 사용해도 좋다. 학교 건축은 기둥식 구조이기 때문에 교실 사이의 벽을 터서 없애면 다양한 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도심의 상황에 따라서 운동장 하부에 지하 주차장을 만들고 상부의 운동장은 체육 시설로 사용해도 좋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이나 광장 주변으로는 1~2층 높이의 상업 시설을 배치하면 주변 공동체의 중심 공간이 될 것이다.

어렸을 때 놀았던 장난감 중 ‘그림 맞추기’ 퍼즐이 있다. 이 장난감은 섞여 있는 그림 퍼즐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서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시키는 그림이다. 이렇게 퍼즐 조각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 판에서 한 개의 퍼즐 칸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도시는 빈 공간이 없이 꽉 짜인 여유 없는 공간 구조에서 살아왔다. 이때 비워지는 학교 공간을 잘 사용한다면 퍼즐 장난감의 빈칸처럼 우리의 도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 교육부가 기회의 열쇠를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