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재미있는 과학] '우주 날씨' 안 좋으면… 통신 장애·정전 일어날 수 있죠
태양풍(風)
태양 활동 활발할 때 강해져
2월 스타링크 위성 궤도 벗어나고
1989년 퀘벡에선 9시간 전기 못써
'예보 기간 우주 기상은 일반 수준으로 예상. 기상위성 운영, 극항로(고위도) 항공기상, 전리권(지표에서 약 50㎞ 이상인 고도의 대기) 기상에 영향 없겠음.'
마치 영화에 나올 것 같은 이 안내 글은 13일 오후 4시 기상청에서 발표한 실제 '우주 날씨' 예보입니다. 기상청은 국가기상위성센터를 통해 매일 우주 기상을 알리고 있는데요. 우주 기상이 '일반 수준'으로 예상된다는 건 큰 문제 없이 좋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주 날씨란 무엇이고 우주 날씨는 왜, 어떻게 변하는 걸까요?
우주 날씨와 태양
우주 날씨는 태양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태양은 수소와 헬륨 단 두 가지 원소로 이루어진 천체인데요. 약 1500만℃가 넘는 태양 내부에서는 수소가 헬륨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태양 표면은 약 6000℃ 정도인데, 이런 온도에서는 원자가 제 형태를 유지하지 못하고 원자핵과 전자로 분리돼요. 이를 '플라스마 상태'라고 해요. 원자는 자성이 없는 중성 상태이지만, 원자핵과 전자로 나뉘게 되면 각각 양극(+)과 음극(-)을 갖고 전기적 성질을 띱니다.
우주에도 전류를 잡아당기는 자기장(磁氣場)이 존재하는데요, 태양이나 지구 같은 각 천체가 모두 자석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전기적 성질을 띤 플라스마 입자는 자기장을 따라 태양계 곳곳으로 퍼집니다. 이 현상을 '태양풍(風)'이라고 해요. 태양풍과 관련된 각종 현상을 관측하고, 지구에 미칠 영향을 파악해 알리는 게 우주 날씨 예보랍니다.
인공위성 위협하는 태양 폭풍
미국의 우주개발회사인 '스페이스X'가 지난 2월 3일 로켓에 실어 발사한 스타링크 위성이 궤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하루 만에 추락한 일이 있었어요. 당시 스페이스X는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위성 49개 중 40개가 추락했거나 추락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스타링크 위성은 자동차 크기의 작은 인공위성으로, 스페이스X는 이 위성을 이용해 지구 전체에 인터넷을 연결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요.
당시 스타링크 위성이 궤도를 벗어났던 이유는 강력한 태양풍 때문이었어요.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과 충돌하며 대기 밀도를 높였고, 그로 인한 저항력 때문에 위성이 목표 궤도에 닿지 못한 건데요. 지구의 자기장은 풍선의 막처럼 지구를 둘러싸고 있어요. 그런데 태양풍이 외부에서 풍선을 누르듯 지구 대기권을 눌렀고, 풍선이 눌리면 안쪽의 공기 밀도가 높아지는 것처럼 대기의 밀도가 높아진 거예요.
다양한 전자 장비로 돼 있는 인공위성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게 바로 강력한 태양풍인 '태양 폭풍'인데요. 태양 폭풍이 발생하면 플라스마 입자가 많아지고, 이 입자가 전자 장비로 들어가 본래 전류가 흘러야 하는 길과 다른 길로 전류가 흐르는 등 장비에 오류가 발생합니다.
태양 활동 활발하면 흑점 많아져
태양 폭풍은 태양이 활발하게 활동할수록 더 강해집니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흑점'이 생기는데요. 흑점은 태양 표면에 검게 나타나는 점으로, 주변보다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어둡게 보입니다.
태양 내부에서는 뜨거운 물질은 표면으로 올라오고, 표면에서 식은 물질은 내부로 들어가는 '대류 현상'이 일어나는데요.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면 자기장이 강해지면서 물질이 본래 움직이려던 방향대로 가지 못하는 등 흐름이 막히는 곳이 생겨요. 내부에서 뜨거운 물질이 올라오지 못하게 되니 표면의 온도가 주변보다 낮아지고, 어둡게 보이는 것이지요.
흑점을 연구하던 독일의 과학자 사무엘 하인리히 슈바베는 1843년 태양의 흑점 수가 9년 6개월~11년마다 많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2020년 미 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25번째 흑점 극대기는 2025년 7월입니다. 이때가 되면 태양 표면에서 무려 200개나 되는 흑점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태양 활동이 극에 달하는 흑점 극대기에는 '플레어'(flare)와 '코로나 질량 방출'(CME·Coronal mass ejection)처럼 지구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태양 폭풍이 자주 만들어집니다. '플레어'는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태양의 일부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강력한 전자기파가 만들어져요. 그럼 위성 통신이나 항공 통신 장애, GPS 신호 수신 장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질량 방출'은 태양 대기에서 거대한 태양 물질이 짧은 시간 동안 한 번에 방출되는 현상인데, 전자·양성자·플라스마 입자는 물론 이것들이 강력하게 뿜어져 나오면서 만들어지는 충격파까지 생깁니다.
전자기기 의존도가 높은 지금은 태양 폭풍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인터넷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은 자기장 변화에 취약한데, 이 때문에 인터넷이 끊길 수도 있어요. 1989년 캐나다 퀘벡주에서는 태양 폭풍이 송전 시설을 망가뜨려 500만명이 9시간 동안 전기를 쓰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33년 전인 그때보다 더 힘든 상황이 펼쳐질지 모릅니다.
[지구 보호하는 자석 방패 있어요]
태양풍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대기는 산소가 아닌 수소와 헬륨으로 변할지 몰라요. 태양풍이 지구 주변 대기를 바깥쪽으로 밀어버릴 테니까요. 하지만 지구에는 태양풍을 막는 방어막이 있습니다. 바로 '지구 자기장'이지요. 지구는 마치 거대한 자석과 같습니다. 북극과 남극이 자석의 양극 역할을 하면서 지구 주변은 커다란 자기장으로 둘러싸여 있지요. 이 때문에 태양에서 뿜어진 플라스마 입자들은 지구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고 지구 자기장을 따라 주변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마치 장애물을 만난 물이 휘돌아 지나가는 것처럼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