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베이지색 소파는 따분… 코로나 끝나니 色다른 게 끌려”

최만섭 2022. 6. 10. 04:55

“베이지색 소파는 따분… 코로나 끝나니 色다른 게 끌려”

2년 만에 정상화된 ‘밀라노 디자인 위크’ 그 현장을 가다

밀라노=여미영 디자이너
입력 2022.06.10 03:00
 
 
 
 
 
코로나 이후 일상에 활력을 일으키는 발랄한 디자인의 제품이 늘었다. 동화 같은 판타지를 강조한‘모오이’의 소파와 조명. /모오이

지난 7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디자인 행사 ‘밀라노 디자인 위크’가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1961년 개최된 이래로 쉼 없이 행보를 지속한 이 행사는 2020년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사상 처음 취소됐고, 작년엔 반쪽짜리 행사로 열렸다. 엔데믹과 함께 문을 연 올해 “(다시) 시작”을 알렸다. 40만㎡(약 12만평) 거대한 전시장에 2175업체가 참여해 이전의 위용을 되찾았다.

◇판타지, 공간에 활력을 넣다

“밋밋한 베이지색 소파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어요. 지금은 삶에 활력을 주는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저명 디자인 전문가 크리스티나 모로치가 말했다. 지난 2년간 위기와 통제로 일상은 위축됐지만, 인간의 상상과 자유는 제한하지 못했다. 역설적인 화려함과 자유로움이 전시장을 물들였다.

‘스토리텔링’의 힘은 위기일수록 희망을 강화하고 에너지를 부여한다. 고단했던 서로를 위로하고 긍정과 희망을 나누려는 듯 과감한 상상력이 디자인에 스며들었다. 브랜드 ‘모오이(moooi)’는 첨단 기술을 결합한 공감각 연출로 서사를 불어넣었다. 디자인 전문 회사 IDEO와 협업해 로봇으로 방향(芳香)을 제어하고, 뒷면 장식이 가능한 LG전자의 신제품 OLED TV를 함께 전시했다. 적은 비용으로 극적인 시각 효과를 볼 수 있는 비정형인 화려한 패턴을 적용한 제품도 많았다. ‘우니포’가 건축설계사무소 OMA와 함께 기하학적인 구조로 만든 사무용 가구, 격자무늬를 표면에 적용한 ‘카르텔’ 티(Tea) 조명, 부채를 겹친 듯한 모오이의 카펫 등이다.

 
‘캄페지’의 깔때기 모양 의자 '제아' /캄페지

◇대면·비대면 병행, 하이브리드 가구

소위 뉴 노멀(새로운 표준) 시대엔 비대면과 대면의 병행이 특징이다. 주거 공간과 오피스 공간이 결합해 삶과 일, 효율성과 창의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가구가 대거 등장했다. ‘캄페지(Campeggi)’의 의자 ‘제아’는 깔때기 모양으로 소음을 차단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이면서도 다양한 자세로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어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에우로쿠치나(EuroCucina·격년으로 열리는 주방 가구 행사)에서는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주방이 등장했다. 조형적이고 투명한 서랍장을 결합한 주방 가구, 수전과 인덕션을 감쪽같이 숨길 수 있는 시스템 등 주방과 거실을 구분하기 어려운 파격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안과 밖, 경계를 넘어선 가구

팬데믹으로 인해 확산한 캠핑 열풍과 외부 활동에 대한 관심은 집 밖 풍경도 집 안만큼 다채롭게 변화시켰다. 실내용과 아웃도어를 병행할 수 있는 가구들이 부쩍 늘었다. 기능의 만족을 넘어 기호의 만족으로, 다각화된 소비자 니즈에 한층 섬세하게 대응하는 가구사와 디자이너의 노력이 엿보였다.

2년간 숙성돼 밀라노에 집결된 디자인은 말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침묵했지만 지난 시간 깊어진 사색(思索). 그 깊은 생각의 힘이 뉴노멀 시대의 일상을 지탱할 뜨거운 동력으로 우리 삶을 응원하리란 것을.

/밀라노=여미영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