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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남벌 야망, 꿈 아닌 현실... 핵공격 위협에 美 참전 주저할 수도” [송의달 LIVE]

최만섭 2022. 6. 6. 06:22

 

“김정은 남벌 야망, 꿈 아닌 현실... 핵공격 위협에 美 참전 주저할 수도” [송의달 LIVE]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북한 핵이 권총이라면, 한국의 재래식 무기는 물총일 뿐”

 

입력 2022.06.05 15:00
 
 
 
 
 

“북한에게 남한은 (북한이) 소리만 지르면 현금을 대주는 ATM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남벌(南伐), 즉 적화통일의 대상이 됐다. 30여 년간 제로(zero)였던 ‘남벌’ 시나리오 가능성은 지금 10%로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거나 착각해선 안 된다.”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는 호주국립대(ANU) 교수(1996~2004년)를 거쳐 2004년부터 국민대 교수로 있다. 국내 대학에서 러시아어 강사로 일한 4년을 포함하면 한국 생활만 올해로 만22년째이다./송의달 기자

안드레이 란코프(Andrei Lankov·59) 국민대 교수의 진단이다.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에서 1990년 ‘조선시대 사색(四色) 당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4년 9월부터 10개월간 평양의 김일성대학 유학을 포함해 남북한에서 23년째 살아 남북한 양쪽 사정을 꿰뚫고 있다.

그래서 2013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를 불러 대북 정책 조언을 듣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이 핵 무기와 각종 미사일 도발의 빈도를 부쩍 높이는 가운데, 기자는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국민대 연구실을 찾아가 란코프 교수를 만났다.

란코프 교수가 쓴 한반도 및 북한 관련 저서들. 모두 총13권의 저서를 냈고 영어, 한국어, 러시아어 등으로도 나왔다./안드레이 란코프

“증원군 보내려는 美에 핵 공격 위협할 것”

- 북한 경제와 국력이 한국 보다 한참 열세인데, ‘남벌(南伐)’이 가능한가?

“북한은 모든 국력을 핵·미사일 개발에 집중해 큰 성공을 이뤘다. 북한은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핵 미사일을 확보했거나 조만간 갖게 될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핵보유국과 싸우기 위해 참전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국이 참전하지 않는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가 핵보유국이어서다. 북한의 남벌은 꿈이 아닌 ‘현실’이다.”

- 북한이 남침해도, 핵 때문에 미국이 참전 못한다는 말인가?

“그렇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미(韓美)동맹의 힘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지만, 미국이 1954년 한국과 동맹관계를 맺을 때, 북한은 LA나 뉴욕을 폐허로 만들 능력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참전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LA나 샌프란시스코 또는 뉴욕이 북한의 ICBM 공격을 여러 발 받아 많은 희생자가 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미국에서 경제 위기가 발생하거나 고립주의가 고조될 때, 남한을 지킬 의지(意志)가 약한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는 경우, 북한은 이를 ‘기회’로 보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미국이 증원군 등을 남한으로 보내려 할 때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뉴욕이나 LA 핵공격을 위협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했다.

2016년 2월 중순 실시된 대한민국 육군 제2작전사령부와 미국 육군 제8군사령부의 한미 연합 전시증원(RSOI) 훈련 모습. 미군 증원 물자들이 전방전개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조선일보DB
미군의 B-2 스피릿 폭격기는 핵 무기 탑재가 가능한 대표적인 대북 전략 자산이다./조선일보DB

“‘통일대통령 되겠다’는 헛꿈 버려야”

- 북한이 목숨 걸고 ICBM을 확보하려는 이유가 이런 건가?

“남침 같은 유사시에 한미동맹을 마비시키고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ICBM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ICBM과 SLBM(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 수소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이 전술핵 개발에도 성공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 북핵 고도화로 남북한의 군사적, 전략적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김영삼부터 박근혜까지 역대 보수 대통령들은 북한이 붕괴해 자신이 통일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한 번씩은 가졌다. 전시(戰時)작전권 전환을 처음 추진한 것도 보수 정부였다. 진보 정권들이 북한에 환상을 품고 굴종했다면, 보수 정권들은 북한에 너무 오만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꿈이 완전히 사라졌다. 1990년초 이후 30년 만에 되살아난 ‘남벌’의 위협을 윤석열 정부는 냉정하게 직시(直視)해야 한다.”

란코프 교수의 이어지는 분석이다.

“지금 한국 입장에서 국가 안보와 국가 생존은 가장 중요한 제일과제이다. ‘경제 외교’가 아니라 ‘군인들에 의한 외교’가 더 중요해졌다. 이 마당에 한국 대통령이 ‘통일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은 망상(妄想)일 뿐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 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1월 출간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에서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건네는 6가지 조언을 했다. 그는 여기서 "'통일 대통령'의 꿈을 버리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라"면서 "대통령의 무지(無知)는 '죄'가 된다"고 밝혔다.

◇“韓美동맹을 美日동맹 수준으로 격상해야”

- 북한의 ‘남벌’ 의지를 무력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한국 일각에서 제기하는 자체 핵 개발은 불가능하다. 한국이 정말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국제 제재로 경제가 무너진다. 미국의 전술핵 배치나 미국과의 핵 공유는 유의미하지만 최종적으로 핵무기 사용 버튼을 누르는 딱 한 명은 미국 대통령이다. 마지막이자 유일한 방법은 한미(韓美) 동맹을 미·영(美英) 미·일(美日) 동맹에 버금가도록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 한미 동맹은 지금도 단단하고 강력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 미·영, 미·일 동맹의 결속도가 10점이라면 한미동맹은 6~7점에 불과하다. 이게 9~10점이 되도록 한국의 전략적 가치와 매력을 더 높여야 한다. 한미 동맹을 과신(過信)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생존을 지켜주는 다른 대안(代案)은 없다.”

2022년 5월 23일 도쿄 미나토구의 고급식당 핫포엔(八芳園)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만찬 자리에서 기시다 총리의 부인인 유코(裕子) 여사가 기모노 복장을 하고 직접 끊인 차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접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부부는 이날 1시간 반 동안 함께 일본 전통 요리를 즐겼다. 핫포엔은 초대 쇼군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측근인 오쿠보 히코자에몬의 저택이 있던 곳으로, 약 4만㎡의 부지에 일본식 정원과 요정, 예식장, 다실 등을 갖추고 있다./뉴스1

◇“尹 정부, 대북 강경 구호 외칠 필요 없어”

- 윤석열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북(對北) 정책을 펴야할까?

“북한과의 거의 모든 경제 교류가 금지돼 있고, 남북한 교류와 미·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뉴 노멀’(new normal·새로운 정상)이 제법 오래 지속될 것이다. 윤 정부는 인도적 지원 정도만 할 수 있다. 이 마당에 윤 정부는 대북 강경 노선으로 비쳐지는 구호들을 크게 외칠 필요가 없다. 안보 강화는커녕 ‘한반도 평화 파괴의 주범’이라는 공격 빌미만 될 뿐이다.”

- 북한을 향해 강경한 구호만 줄이면 되나?

“대신에 미국과의 실질적인 동맹을 심화하고 북한에 대한 확장 억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또 북한을 향해 크고작은 문화교류나 대북지원을 가끔 제안해야 한다. 그러면 ‘윤석열=강경파’라는 인식을 약화시키고 진보파의 공세를 차단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이나 적대행위가 있을 때, 이게 열전(熱戰)으로 번지지 않도록 한반도 정세를 잘 관리해야 한다.”

◇“文 정부는 비현실주의적 환상에 사로잡혀”

- 문재인 정부 5년간의 대북 정책을 평가한다면?

“2017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전반부에서 문 정부는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줄였다. 평창동계올림픽 외교와 대북 특사단 방문 등으로 긴장 완화를 이뤘다. 그러나 문 정부가 내건 ‘한반도 운전자론’은 사실과 다른 거짓이었다. 당시 진짜 운전자는 북한이었다. 2019년 초부터 문 정부는 비현실주의적인 환상에 사로잡혀 북한 관계에서 실패했다.”

북한이 2022년 5월 공개한 남북정상회담 화보집 '북남관계의 대전환-2018'에 담긴 2018년 2월 김여정 부부장 등 북한의 대남 특사단과 문재인 대통령측의 만남 장면/뉴스1
북한 공연단이 2018년 9월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정상회담 축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중 문재인 대통령 방문을 환영하는 공연을 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 왜 실패인가?

“2018년 말부터는 트럼프의 북한 공격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북한 입장에서 남한 정부는 아무 효용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국제 제재 때문에 문 정부는 일절 대북 지원을 할 수 없었다. 북한 입장에서 남한은 미국을 관리하는 도구도, ATM 역할도 못하는 무용지물이었다. 이 때문에 북한은 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 남북문화교류,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을 철저히 무시했다.”

- 한국 진보 세력의 북한관을 평가한다면?

“한국 진보파들은 남한이나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 분석을 할 때, 집권 엘리트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분석에선 이런 비판적 시각이 즉각적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북한 엘리트들의 최고 목표는 체제와 권력 유지이다. 경제성장이나 주민생활 개선 등은 장식용일 뿐이다. 정작 한국의 586진보파는 이 사실에 눈감고 북한 엘리트층을 ‘자주평화통일’ 열망으로 가득한 동반자로 본다. 이는 터무니 없는 환상이다.”

 

그는 “북한 엘리트층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통일방식은 적화통일 뿐인데도 진보파는 남북한이 자유왕래하는 세상, 즉 묘향산을 자유롭게 올라가 북한인들과 얘기하고, 서울역에서 KTX타고 북한 사리원을 구경하려 가는 미래를 상상한다.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꿈”이라고 했다.

◇“‘北 엘리트가 평화통일 동반자’라는 생각은 586의 환상”

북한이 2015년 10월 10일 오후 조선로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마친 후 평양시내 김일성 광장에서 북한청년 수천명이 참여한 대규모 횃불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횃불공연 참석자들이 '로동당만세'라는 글자를 만들었다./조선일보DB

- 왜 불가능한가?

“북한 엘리트 입장에서 모든 남한인들은 ‘위험한 사상적 바이러스 보균자’이다. 남한인들의 옷, 신발, 태도, 몸짓, 피부색깔 모두 위험하다. 남한인들과 접촉할수록 북한 인민들의 체제에 대한 충성심이 흔들린다. 때문에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에서 보위부원 같은 ‘두꺼운 사상의 방역복’을 입고 있는 극소수 북한인들만 남한인들을 접촉할 수 있다.”

- 북한이 쇄국 정책이나 핵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나?

“북한 엘리트층은 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와 쇄국정책, 주민 감시통제를 구사한다. 쇄국 정책을 풀고 주민 감시가 느슨해지면 수령 유일 독재 체제는 금방 무너진다. 핵은 국내 위기 발생시 외부의 개입을 막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들에게 비핵화는 자살(自殺) 행위이다. ‘북한 비핵화가 가능한가’라고 묻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500살까지 살 수 있느냐’는 질문과 똑같다.”

- 남북한 통일은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2050년, 즉 남북 분단 100주년이 되는 시점까지 통일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영구 분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사를 보면 분단이 3~4세대, 약 100년동안 이어지면 공유하는 민족 의식과 통일에 대한 생각이 사라진다. 한국의 20~40 세대가 가진 경험과 가치관은 북한 동년배들과 180도 다르다. 한국 청년들은 점점 더 북한에 무관심하고 통일에 대해 적대적이까지 하다.”

◇“‘한국민족’과 ‘조선민족’ 따로 성장하는 중”

란코프 교수는 “2010년쯤부터 한반도 양쪽에 ‘한국민족’과 ‘조선민족’이라는 완전히 다른 민족의식이 생겨나고 있으며, 이질성이 최근들어 더 빠르게 깊어지고 있다. 한국 청년들에게는 도쿄·뉴욕·파리가 평양 보다 훨씬 가깝고 친숙하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가운데)이 2022년 5월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 초청된 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을 취재진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날 백악관 브리핑룸을 가득 채운 취재진은 스마트폰을 내려놔달라는 요청에도 여러 차례 스마트폰을 들어 BTS를 촬영했다./로이터연합뉴스
한국 20~30대는 BTS, 해외 배낭여행 등에 친숙한 반면, 북한 청년들은 고난의 행군과 생존 투쟁에 바쁘다. 최근 백악관을 방문한 BTS(방탄소년단) 멤버들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환영하는 모습/트위터

- 남북 통일은 앞으로 꼭 필요할까?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은 언어와 문화가 거의 같지만 별도 국가로 정치체제가 다르다. 남미의 20여개국과 약 20개 아랍국가들 역시 언어와 역사를 공유하나 통일할 생각이 없다. 남북 통일은 더 넓은 시장이 생기고, 안보 불안 제거, 북한인들의 능력발휘 기회 확대 같은 점에선 긍정적이다. 그러나 통일후 20~40년간의 과도기는 매우 어렵고 혼란스러울 것이다.”

- 한국에게 북한은 어떤 존재인가? 한국은 어떤 대북 정책 원칙을 가져야 할까?

“한국 정부나 주류 언론의 통일 담론을 보면, 주로 북한의 천연자원과 저렴한 노동력을 얘기한다. 저임금 단순노동력을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영토로 북한을 보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제국주의를 연상시킨다. 우리가 통일을 정말 원한다면 북한 주민들을 ‘자원’보다 ‘동포’로, 북한 땅은 ‘착취 대상’ 아닌 ‘우리나라 땅’으로 봐야 한다. 이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래야 통일 후 과도기의 어려움을 빨리 극복할 수 있고, 남북한 통합도 가능하다.”

- 한국 국민들이 북한과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럴 때에는 북한을 문제 많은 이웃 국가 중 하나로 간주하고 평화공존을 최고 목표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이 경우에 한국과 교류를 단절하고 가끔 군사적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 다시 말해 남북한이 별개 주권국가로 공존할 경우,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에서 완벽한 평화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위기를 관리하고 큰 충돌을 회피하는 공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평화공존은 양측이 군사력과 억제수단으로 균형을 맞출 때 가능하다.”

란코프 교수는 김일성대학 유학 시절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10차례 방북했다. 사진은 그가 마지막으로 북한을 찾은 2018년 5월 평양 시내 모습/안드레이 란코프
2018년 5월 평양 시내에서 기념촬영한 란코프 교수/안드레이 란코프

◇“美·中 대립속 北 위상 높아져...도발 기회 노려”

- 북한 엘리트들이 기존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없나?

“경제적 어려움과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북한 엘리트들이 똘똘 뭉쳐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규모는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에서 최대 100만명 이상 된다. 로동신문은 물론 지방신문에서 사설을 쓰는 기자나 주민 감시에 열심인 보위부원, 수령님 만세를 외치며 미제(美帝) 타도를 외치던 선전일꾼들, 현대 기술이나 경영 방식을 모르는 북한 경제 일꾼들은 모두 한국 주도의 통일한국에선 설자리가 없다. 이들은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기존 권력과 특권을 모두 잃는다. 체제 유지에 결사적(決死的)일 수 밖에 없다.”

란코프 교수는 “아직 체제에 가깝지 않은 북한의 젊은 하급 엘리트 마저 현 단계에서 정치 운동을 하고 체제에 도전할 지는 의심스럽다. 그러나 이들에게 끊임없이 자유민주주의나 중국식 개혁개방 같은 대안을 들려줘야 한다”고 했다.

- 북한의 최근 대남 정책이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미중(美中) 전략 경쟁 격화로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크게 높아진 게 첫 번째이다. 그 결과 북한은 중국으로부터 훨씬 수월하게 기름과 식량을 공짜 지원받게 돼 한국이나 기타 국가와의 경제협력 또는 원조 필요성이 급감했다. 또 하나는 ICBM과 전술핵 등의 개발 성공이다. 이런 변화는 북한의 대남 정책을 공세적으로 바꾸고 있다. 올 4월 김정은 남매(男妹)의 ‘대남 핵 공격’ 발언에 적화통일의 야망을 읽을 수 있다.”

2022년 4월25일 조선인민군 창건 90주년 기념 경축연회에 참석한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오른쪽)와 부인 리설주 여사 뒤로 김여정 당 부부장이 보인다./조선중앙TV 캡처-뉴스1

“美 대통령이 트럼프식 고립주의 펼 경우 대비해야”

그의 이어지는 말이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최근 많이 위험해졌다. 미·중 대립으로 한반도는 전략적 최전선(最前線)에 서고 있다. 여기에다 북한은 남벌(南伐)을 획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국제 정세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 보다 젊고, 더 에너지 넘치는 리더가 트럼프식(式) 고립주의 같은 한반도 정책을 편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 한국 국민과 엘리트들에게 충고한다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러시아는 자신의 능력은 과대평가하고 상대 능력은 과소평가해 고전(苦戰)을 자초했다. 또 안보에선 0.1%, 0.01%의 가능성도 무시해선 안된다. 한국인들은 세계 6위 군사력을 가진 한국군에게 낙후한 인민군은 위협이 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한국의 재래식 군사력으로 정말 전술핵을 막을 수 있을까? 핵무기가 권총이라면, 한국의 최첨단 재래식 무기는 물총이다. 한국은 북한의 도전을 과소평가하고 착각에 빠져선 안 된다. 지나친 낙관주의는 판단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조선일보에서 홍콩특파원, 디지털뉴스부장, 산업1부장, 오피니언 에디터, 선임기자로 일했고 조선비즈에서 대표이사(CEO)로 근무했습니다. 저서 : <뉴욕타임스의 디지털 혁명>(2021), <세상을 바꾼 7인의 자기혁신 노트>(2020), <세계를 움직이는 미국의회>(200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