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 알아보고 커피·도시락 배달...AI가 회의록 자동 정리
로봇과 함께 일하는 네이버 제2사옥 가보니
지난 13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제2사옥 ‘1784′. 6층 택배실 직원이 로봇 루키의 배 안에 소포 상자를 넣었다. 소포의 수신인은 12층에서 일하는 개발자 김모씨. 루키는 사람들을 피해 로봇 전용 길을 따라 미리 무선으로 호출해둔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12층에서 루키를 맞은 김씨가 안면 인식으로 본인 확인을 거치자 짐칸 문이 열렸다. 28층짜리 사옥에는 40대의 루키가 돌아다니며 소포뿐 아니라 스타벅스 커피·도시락 등을 나르고 있었다. 네이버가 4829억원을 들여 지은 제2사옥은 로봇뿐 아니라 인공지능(AI)·디지털트윈(가상 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를 만들어 시험하는 것) 등 네이버의 미래 먹거리 기술을 시험하는 거대한 테스트베드였다.
◇로봇과 함께 일하는 네이버 신사옥
네이버는 이날 외부에 처음 공개한 제2사옥은 한마디로 로봇 빌딩이었다. 건물 이름인 1784는 주소(정자동 178-4)와 산업혁명이 일어난 1784년에서 영감을 받아 지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산업혁명이 인류의 일상을 바꿔놨듯, 네이버가 다시 한번 일상을 바꾸고자 하는 의미”라고 했다. 빌딩 안에서 로봇과 직원들이 공존하며 새로운 근무 형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2층에는 네이버의 로봇 연구소와 중앙 제어실이 있다. 네이버는 로봇에 고성능 두뇌 역할을 하는 칩을 넣는 대신,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에 두뇌를 올려두고 인터넷 통신으로 일사불란하게 로봇을 조종한다. 5G(5세대 이동통신)를 이용해 건물과 로봇이 지연 없이 실시간으로 명령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로봇 대기실에서는 양팔 로봇 앰비덱스가 손에 알코올이 묻은 스펀지를 쥐고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루키를 닦으며 소독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네이버 직원들이 터치펜을 쥐고 태블릿PC에 그림을 그리는 로봇을 한창 연구하고 있었다. 네이버 로봇 연구진은 “사람이 로봇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했다. 로봇과 사람이 한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어색함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복도에서 사람이 로봇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배송로봇 루키의 속도를 시속 3.6㎞로 제한했다. 또한 로봇이 사람에게 말을 거는 대신 로봇에 달린 화면에 표정을 띄우거나, 이용자의 앱으로 로봇이 알림을 보내는 방식을 채택했다. 친근감을 높이기 위해 라인 캐릭터 모습을 한 로봇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AI가 회의 받아치고, 얼굴 인식으로 물건 결제하고
네이버는 최근 제2사옥을 준공하면서 AI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제 제2사옥에서는 사무실 출입을 하거나 물건을 살 때 사원증이 없어도 얼굴만 확인하면 결제와 입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사옥 전체에 AI 기술을 적용했다”고 했다. 이제 각 층 회의실에 설치된 AI 스피커가 회의 내용을 알아듣고 자동으로 타이핑을 한다. 네이버 회의록 정리앱인 ‘클로바노트’가 이를 정리해 회의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알아서 문서를 공유하는 식이다. 또한 네이버 직원들이 업무 앱으로 회의실 온도·조명·환기를 직접 제어할 수도 있다.
4층에 있는 300평 규모의 사내 병원은 가정의학과·재활의학과·이비인후과 등 5과 진료가 가능하고, 수액치료와 물리치료실도 갖추고 있었다. 네이버는 이 병원을 단순 임직원 진료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 실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직원이 의사를 만나 진료를 하면 AI 스피커가 진료 내용을 알아듣고 자동으로 시스템에 기록·정리한다. 이를 분석해 추후 적절한 검진도 권해준다는 계획이다. 4층과 5층에는 기존 사옥에는 없었던 스타트업 입주 사무실과 소상공인 가게들이 들어선다.
한편 아직 대부분 직원들은 제2사옥에 입주하지 않은 상태다. 아직 업무 공간을 어떻게 배치할지 확정 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전면 재택근무를 해왔는데, 아직 계속 재택근무를 할지 재택과 출근을 병행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 최근 전 직원 설문조사에서는 94%가 재택·병행근무를 희망했다. 최수연 대표는 이날 “개인에게 선택지를 주고 최적의 업무 환경을 만드는 게 맞는다”며 “단 모여서 해야 시너지가 나는 업무도 있기 때문에 업무 공간을 어떻게 바꿀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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