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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이 만난 사람] “러시아 푸틴과 중국 시진핑, 독재하기에 편리한 세상 원해… 자유로운 국제질서 폐기 추구… 新얄타체제 등장할 듯

최만섭 2022. 2. 28. 05:01

[김진명이 만난 사람] “러시아 푸틴과 중국 시진핑, 독재하기에 편리한 세상 원해… 자유로운 국제질서 폐기 추구… 新얄타체제 등장할 듯

우크라이나 침공 앞서 ‘푸틴 독트린’ 분석한 앤절라 스텐트 교수

입력 2022.02.28 03:00
 
 
 
 
 

앤절라 스텐트(75) 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요즘 미 워싱턴 DC에서 가장 바쁜 러시아 전문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후해 그를 찾는 곳이 많아 5번이 넘는 일정 변경 끝에 어렵게 만남이 성사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직후인 24일(현지 시각) 화상으로 스텐트 교수를 만났다.

워싱턴 최고의 러시아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앤절라 스텐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러시아와 중국은 독재 정치를 하기에 안전한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라며“한국에는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

그는 지난 1월 말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 ‘푸틴 독트린’에서 “푸틴의 궁극적 목적은 유럽연합, 일본과 미국이 촉진해 온 냉전 이후의 자유롭고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폐기하고 러시아가 통제하기 쉬운 체제로 바꾸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새 체제는 19세기 강대국 간 협조 체제와 비슷할 수 있고 러시아, 미국, 중국이 세계를 3극 영향권으로 분할하는 얄타 체제의 새로운 재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유럽 문제에 밝은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프레더릭 켐프 회장은 이 글의 필독을 권하며 “스텐트 교수는 러시아에 대해 최고의 통찰력을 지닌 학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통제권

- 미국과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가혹한 제재를 경고했지만 전쟁을 막지 못했다. 미국이 왜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제재의 의미는 러시아가 벌인 일을 처벌하는 데 있다. 제재가 없다면 유럽에서 중대한 전쟁을 일으키고도 아무 후과 없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미·러 두 핵 보유국이 직접 충돌해서는 안 된다. 미군이 우크라이나에 가서 러시아군과 싸우면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전쟁 책임은 분명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려 해서 러시아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떻게 보나?

나토 확장은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진짜 문제는 푸틴이 구소련 국가들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해서 소련 붕괴의 결과를 되돌리려고 한다는 데 있다. 처음에 푸틴은 나토 확장에 대해 불평하지 않았고 (발트해 3국 등이 나토에 가입한) 2004년에도 그랬다. 이것은 그가 나중에 추가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핑계일 뿐이다. 진정한 문제는 구소련 영토에 대한 통제권 회복이고 더 구체적으로는 우크라이나의 통제권이다.”

- 침공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있었을까?

나토 동맹국들이 사전에 방어를 강화한다든지 뭔가 더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냉전 이후 유럽에서 미군이 많이 철수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 합병 이후 일부만 다시 유럽에 보냈다. 우리가 뭔가 실수를 했다면, 러시아가 소련 붕괴 이후 정착된 질서를 받아들이리라 가정했던 것 같다. 러시아가 그러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이해하는 데 너무 오래 걸렸다. 푸틴은 15년 전 (2007년) 뮌헨 안보 회의에서 미국이 패권 국가이며 러시아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주장할 때 사실 지금 위협하는 모든 일을 계획했다. 푸틴이 얼마나 굳게 결심했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 푸틴이 “우크라이나 점령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비무장화, 비나치화하겠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비나치화란 우크라이나가 나치에 지배되고 있다는 뜻인데 언어도단이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태계다. 비무장화란 우크라이나군의 제거를 뜻한다. 푸틴이 정말 원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정부 교체고, 그것이 아마도 우리가 보게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규모 군대 동원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장기 점령은 러시아에 너무 값비싼 일일 것이다. 군사시설을 폭격해 우크라이나군을 불능화하고 나토나 유럽연합 가입에 관심이 없는 친러 정부를 집권시킬 것이다.”

앤절라 스텐트 조지타운대 명예교수가 지난 2019년 2월 출간한 저서‘푸틴의 세계’표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오른쪽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인다. /아마존

푸틴의 야심, 어디까지인지 몰라

-러시아군이 폴란드에 접한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까지 갈까?

“푸틴은 항상 역사적으로 러시아에 속한 우크라이나는 동부 지역이라고 말해왔다. 서부 지역은 과거 폴란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다. 그래서 러시아가 얼마나 깊이 들어갈지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키예프 주변에는 러시아군을 주둔시킬 것 같다.”

- 서부 지역을 점령하지 않고 친러 정부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면 통제 수단이 필요하지 않은가.

“푸틴이 우크라이나 분할을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크라이나 대부분을 차지해 러시아와 매우 가깝게 연계시키려고 한다. 그러면 서부에 작게 조각난 나라가 남을 텐데, 푸틴은 그 부분이 폴란드에 합병돼야 한다고 말한 적 있다. 그렇게 되리란 뜻은 아니다. 푸틴이 서부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분명치 않다.”

 

유럽에서 더 큰 충돌 가능

- 푸틴은 2000년 집권 후 22년간 러시아군을 현대화했고 주변 국가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푸틴이 지닌 야심의 정점일까. 뭔가 더 있을까.

“그것도 모호하다. 러시아가 작년 12월에 나토에 제시한 조약 초안을 보면 나토군이 나토 확장 전 1997년의 태세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바르샤바 조약이 폐기된 뒤 중부 유럽과 동유럽이 고아가 됐다고 말한 적 있다. 즉 ‘마더 러시아’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푸틴이 구소련 국가를 넘어 (폴란드, 체코,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에도 일정한 영향력을 회복하려고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문제는 이 국가들이 나토 회원국이란 것이다. 지금껏 러시아는 그 점을 이해하고 나토와 충돌할 뜻은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려하는 것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중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폴란드나 발트해 국가들에 영향을 주는 일이 있다면 행동할 것이라고 바이든은 말했다. 그러면 나토와 러시아 충돌의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다만 우리가 푸틴의 야심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얼마나 서쪽까지 손을 뻗칠지 모르는데 중·동부 유럽도 포함한다는 힌트가 있다.”

- 유럽에서 더 대규모 무력 충돌도 있을 수 있나?

“가능하다고 본다.”

시진핑도 푸틴과 비슷

- ‘푸틴 독트린’을 읽으며 푸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세계관·역사관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푸틴은 소련의 영광 복원을, 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추구한다. 시도 푸틴처럼 작은 나라들은 완전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고, 인근 강대국 뜻에 복종해야 한다고 믿는 것 같은데 어떻게 보나?

“그렇다. 중국도 작은 나라들의 역할에 대해 (러시아와) 비슷한 시각을 가진 것 같다. 차이라면 푸틴이 더 위험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중국이 현 사태(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를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최근 열린 뮌헨 안보 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장관이 ‘모든 국가가 영토와 주권을 보전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했다. 중국은 지금 서구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와 대만에 대한 (러·중의) 조율된 행동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그들만의 시간표를 갖고 있다.”

- 푸틴은 2008년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는 진정한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고, 시진핑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인근 지역에서 특권적 영향권을 형성하려고 할까?

“그렇다. 나는 ‘푸틴 독트린’에서 그 한 형태로 삼각 얄타 체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러시아에 중국의 영향권을 포함하는 것이다. 중국의 장기 목표는 모르지만, 누가 알겠나. 중국은 경제적 부상에 따라 아주 천천히, 체계적으로 외교 정책 전략을 설계해 왔다. 그것(특권적 영향권 형성)이 장기 목표 중 하나일 수 있다. 분명히 러시아와 중국은 독재 정치를 하기에 편리한 세계를 만들고 싶어 할 것이다. 그들은 미국과 미국의 유럽, 아시아 동맹들이 믿는 국제 질서를 폐기하고 싶어 한다. 다만 중국이 얼마나 장기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한국, 美 중심 연합 더 참여해야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미국 중심으로 이뤄지는 유럽연합,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의 연대에 더 참여해야 하나?

“모든 예측 불가능성을 고려할 때 그러는 편이 한국을 위해서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 역내의 다른 파트너들도 중요하다. 그런 것들이 분명 강화해야 할 것이다.”

- 푸틴이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 북한이나 이란에 안 좋은 교훈을 줬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러시아가 북한의 비핵화를 원한 적이 있다면 그렇게 침공하지 말았어야 한다.”

 

☞앤절라 스텐트

1947년 런던에서 태어나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과 현대사를 전공한 뒤 런던정경대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하버드대에서 소련학 석·박사를 받았다. 지난 2004~2006년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의 러시아·유라시아 담당 국가정보관을 지냈다. 75세인 현재도 조지타운대 유라시아·러시아·동유럽학 센터의 선임 고문이자 브루킹스 연구소 비상주 선임 연구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