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린의 로컬리즘] 시·군·구 아니라 읍·면·동 ‘동네’를 지역발전 중심으로
지역 발전 논의에서 항상 제기되는 문제가 지역 발전 주체다. 광역(시·도), 기초(시·군·구), 초기초(읍·면·동) 중 누가 인구 소멸 대응과 일자리 창출을 책임져야 할까? 모두 참여하고 각자 역할이 다르다면, 누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전반적 트렌드는 작은 단위 지역 발전이다. 사회에서 진행되는 분권화와 탈권위주의 영향으로 지역 발전 단위가 초(超)기초 수준으로 작아져 동네가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생활 반경이 좁아진 것도 지역 발전 단위 축소화에 영향을 끼쳤다.
경제 구조의 변화도 작용한다. 성장 모델이 물리적 자본에서 개인 상상력과 창의력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그동안 한국이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의존한 지역 발전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토지, 용수, 인력, 항만 등 제조업 생산 시설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성장한 지역이 이제는 어메니티(amenity·장소, 환경, 기후 등이 주는 쾌적함), 문화 자원, 개방성 등 창조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야 한다.
지역이 과거 지역 발전 모델에 집착해 창조 경제 건설에 소홀한 사이, 지역의 창조 산업과 창조 인재는 창조 도시 인프라가 풍부한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2010년 이후 수도권 집중이 악화되는 구조적 원인이다.
광역경제권 규모는 인구 500만명
창조 경제를 지역 단위에서 구현하는 창조 커뮤니티는 광역 경제권, 지역 생활권, 동네 생활권 등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가 문화 창조에 참여하는 다양한 규모의 생활권에서 가능하다. 대표적 광역 경제권 모델이 수도권, 충청권, 대경권, 동남권, 호남권 등 5대 권역에 제주권, 강원권을 추가한 5+2 모델이다.
광역 경제권 논리는 단순한 규모의 경제가 아니다. 규모의 경제 논리를 따른다면, 모든 국토를 한 경제권으로 묶는 것이 지역 발전 모델이 되어야 한다. 5+2 광역 경제권은 인구 500만명이 국가 단위 창조 경제에 적절한 규모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홍콩, 싱가포르, 덴마크 등 세계가 창조 경제 모델로 주목하는 강소 국가의 인구가 500만명 수준이다. 광역 경제권 모델을 성공시키기 위해 각 광역 경제권에 국가 수준의 독립적 권한을 부여할 것을 제안한 정책이 2007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공약한 ‘강소국 연방제’다.
광역 경제권의 기본적 역할은 현재 서울이 보유한 수준의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를 통한 국가 산업 관리다. 기존 국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국가 산업을 개발하는 것이 광역 경제권의 역할이고, 이를 광역 혁신 생태계를 통해 실현해야 한다.
지역생활권은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독립적인 조세, 산업, 문화, 교육, SOC(사회간접자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광역 경제권만 창조 경제에 필요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창조 커뮤니티를 요구하는 창조 경제 특성을 고려하면 종합병원, 종합대학, 대형 문화 시설과 상업 시설 등 제반 편의 시설을 공유하는 지역 생활권도 중요한 창조 경제 단위다. 이런 시설은 주민이 글로벌 수준의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하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기초 단체 2~5곳을 한 지역 생활권으로 묶어 지원했다.
지역 생활권에 적합한 창조 커뮤니티는 기존 지역 산업을 지원하고 새로운 지역 산업을 발굴하는 지역 혁신과 스타트업 생태계다. 지역 생활권이 혁신 기업과 스타트업을 제대로 지원하려면 현재 광역 단체를 지원하는 테크노파크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수준의 전문 지원 기관이 필요하다. 두 기관의 조직을 광역 단체가 아닌 지역 생활권 중심으로 재편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동네생활권서 형성되는 지역문화
개인이 일상에서 참여할 수 있는 생활권은 광역이나 지역이 아닌 동네 생활권이다. 창조 경제의 기본 자산인 지역 문화도 정체성과 문화를 공유하는 동네 생활권에서 형성되고 발현된다. 로컬 브랜드 상권, 문화 지구, 예술인 마을, 마을 공동체 등 다양한 창조적 동네가 많은 나라가 진정한 의미의 창조 국가다.
광역 경제권, 지역 생활권, 동네 생활권 중 창조 경제 시대에 새롭게 부상하는 생활권은 동네 생활권이다. 창조 커뮤니티로 기능하는 동네가 많아야, 지역 생활권과 광역 경제권도 창조 경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다. 지역 생활권과 광역 경제권은 각자 영역에서 동네 생활권을 연결하고, 동네 생활권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동네를 창조 인재가 일하고, 살며, 즐길 수 있는 ‘직(職)·주(住)·낙(樂)’ 센터로 만드는 것이 창조 경제 건설의 기본 과제다. 동네 중심의 직·주·낙 센터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 프랑스 파리가 2019년 시작했고 2021년 서울과 부산 시장 선거에서 논의된 ‘15분 도시’도 바로 동네 중심 직·주·낙 센터다.
창조 커뮤니티는 이처럼 혁신 생태계, 스타트업 커뮤니티, 로컬 브랜드 상권, 문화 지구, 예술인 마을, 마을 공동체 등 다양한 유형이 존재한다. 이 중 혁신 생태계와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광역 경제권 또는 지역 생활권이 적합한 규모다. 문화 지구, 예술인 마을 등 나머지 네 생태계는 동네 생활권이 적합하다.
창조 커뮤니티 사례를 굳이 외국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미 각 영역에서 성공한 사례를 국내에서 다수 찾을 수 있다. 앞으로 해야 일은 국내 성공 사례의 체계적 연구를 통한 국내 모델 정립이다. 그래야 동네 생활권, 지역 생활권, 광역 경제권에서 더 많은 창조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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