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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첫 ‘전쟁’ 언급, 베이징올림픽 때 침공하나

최만섭 2022. 2. 3. 04:53

푸틴 첫 ‘전쟁’ 언급, 베이징올림픽 때 침공하나

우크라의 나토 가입 가정하며 위협
“러, 국경에 부상자용 혈액 보급”
美 이어 英도 러시아 제재 천명
폴란드는 미사일·박격포 지원키로

입력 2022.02.03 03:00
 
 
 
 
 
1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의회에서 의원들이 국제사회의 지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미국·캐나다·영국 등 우방국들의 국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토 동맹국들은 파병 준비, 무기 지원 등으로 러시아에 맞서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발끝만 넘어와도 자동으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관련, 서방과 러시아 간의 군사·외교적 대치 상황이 2월 들어 더욱 첨예해지고 있다. 러시아가 처음으로 ‘전쟁’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시작했고, 유럽의 주변 국가들은 날카로운 경고음을 내고 있다. 위협과 경고가 난무하는 양측의 기 싸움 속에 러시아가 4일부터 시작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기습 침공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각) 모스크바를 방문한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게 되면 러시아와 NATO 간의 ‘전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현 정부가 ‘(러시아에 뺏긴) 크림반도를 무력 등의 방법으로 수복할 것’이라는 발언을 공공연히 하고 있다는 이유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화한 이후 ‘전쟁’이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금까지 일체의 무력 충돌에 대해 ‘군사적 조치’ 같은 간접적 수사를 주로 이용해 왔다. 서방에 대한 위협의 강도를 다시 한번 끌어올린 것이다. 러시아 동맹국인 벨라루스도 거들고 나섰다.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벨라루스도 러시아를 도와 전쟁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또 한번 ‘군사적 모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부대에 부상자 치료를 위한 혈액 보급도 시작했다”며 “러시아군이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2008년 8월 그루지야(조지아) 침공과 2014년 3월 크림반도 합병이 모두 올림픽 기간을 노려 이뤄졌다. 러시아는 2008년 8월 베이징 하계 올림픽 개막식 날 그루지야 침공을 개시했다. 2014년에는 소치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지 5일 만인 2월 28일 크림반도의 심페로폴 국제공항을 전격 점령하면서 크림 침공을 시작했다.

NATO 동맹국들은 이에 맞서 경제 제재 강화와 무기 지원, 병력 증파 선언을 계속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를 방문, “러시아의 발끝이 우크라이나를 넘어오는 순간 자동으로 강력한 대(對)러시아 제재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영국 내 러시아 법인과 개인에 대한 자산까지 동결하는 추가 경제 제재안을 준비 중이며, 동유럽에 대규모 파병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폴란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천연가스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포탄과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박격포, 정찰용 무인기 등을 공급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끊을 것에 대비해 서유럽과 우크라이나를 잇는 새 가스관 건설 계획도 밝혔다. 그는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은 (서유럽을 겨냥한) 푸틴의 권총”이라며 “이 가스관을 가동해서는 안 된다”고도 주장했다. 리투아니아도 “자국 내 주둔 중인 독일 병력의 증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공개 회의에서 맞붙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위기를 일으키고도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떠넘기고 있다”고 하자,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바라는 것은 당신들(미국과 서방)”이라고 응수했다. 네벤자 대사는 우크라이나 대사가 발언하려고 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했다.

서방과 우크라이나 간의 미묘한 엇박자도 불거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이 자국 외교관과 가족의 철수를 시작한 데 이어,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관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내 미국 시민의 출국을 재차 권고하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위기를 조장하지 말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침몰하는) 타이타닉호가 아니다”라며 “서방의 지나친 위기 경고가 우크라이나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