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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수사’ 막힌 검사 사의 글에… “사표낼 사람은 따로” 댓글 폭발

최만섭 2022. 1. 28. 04:47
 

‘성남FC 수사’ 막힌 검사 사의 글에… “사표낼 사람은 따로” 댓글 폭발

검찰 내부망에 “진실 알고 싶다” 등 댓글 300여개

입력 2022.01.27 22:37
 
 
 
 
 
서울중앙지검 청사./뉴시스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관련 ‘성남FC 후원금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 상급기관인 수원지검이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로 경위 파악에 나선 가운데, 검찰 내부에선 “진실을 알고 싶다”,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의 사의 표명은 단순한 수사 견해 차이가 아닌데 법무부와 대검이 사안을 축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성남FC 의혹’ 수사를 두고 박 지청장이 재수사를 가로막는 것에 항의해 지난 25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남긴 사직 인사 글에는 27일 오후까지 300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사표를 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박 차장이 왜 나가느냐”, “마지막까지 검사로서 소신을 지키려 한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와 같은 응원글이 대부분이었다.

2014년 11월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결승전 FC서울과 성남FC의 경기에서 성남이 승부차기 끝에 4-2로 우승을 차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선수들과 함께 기뻐하는 모습./뉴시스

◇성남FC 후원금 수사무마 의혹 확산

‘성남FC 후원금 수수 의혹’은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5~2017년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성남FC 구단주를 맡으면서, 성남시 관련 각종 인허가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당시 분당경찰서는 이 후보가 뇌물을 받았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며 불송치 결정을 했는데, 고발인 측에서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성남지청이 이 후보의 혐의 성립 여부에 관해 경찰 보완수사 지시 또는 직접 재수사를 이어가려 했지만, 이후 박 지청장이 수사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박 지청장은 2020년 법무부 감찰담당관 재직 당시 추미애 전 법무장관 지시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한 인물로, 검찰 내 대표적인 친정권 인사로 분류된다. 징계 추진 과정에서 ‘위법 압수 수색’ 논란을 빚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했지만, 작년 7월 ‘검사장 승진 0순위’로 꼽히는 성남지청장으로 영전했다.

◇성남지청 해명에 검찰 내부서도 “믿을 수 없다”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성남지청은 지난 25일 입장문을 내고 “성남지청은 수사과 수사기록과 경찰 수사기록을 법과 원칙에 따라 검토 중”이라며 “수사 종결을 지시했다거나 보완 수사 요구를 막았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 검찰 내부에서도 성남지청 입장을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 내부에선 박 차장검사의 평소 업무 스타일과 성품을 고려할 때 갑자기 이유없이 사표를 냈을 리가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박 지청장이 “기록을 보겠다”고 하면서 검사들에게 경찰 수사 기록을 넘겨 받은 뒤 한동안 기록을 돌려주지 않는 등 사건을 뭉갰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검찰 내부의 이런 분위기는 지난 25일 박 차장검사가 내부망에 “생각했던 것에 비해 조금 일찍 떠나게 됐다. 더 근무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도를 찾으려 노력해봤지만, 이리저리 생각해보고 대응도 해봤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며 남긴 사의 표명 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갈 사람 따로 있는데…” “진실 알고 싶다” 댓글 이어져

박 차장검사가 올린 글에는 이날 오후까지 총 33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고, ‘아쉽다’, ‘응원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박영진 의정부지검 부장검사는 별도의 답글을 남기며 “사람들이 그러더라, 사표를 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박 차장이 왜 나가냐고”라며 “나 또한 더도 덜도 없이 똑같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네가 몸소 보여준 검사로서 직업적 양심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가치를 잊지 않겠다”고 했다.

“항상 모든 검사들의 귀감이 되셨던 분인데 이렇게 검찰을 떠나신다고 하니 너무 아쉽다”는 댓글과 함께 “박 차장검사가 사직하면서까지 지키려했던 소신과 가치는 절대 훼손되지 않아야 할 것, 진실을 알고 싶다”는 의견도 달렸다.

한 검찰 관계자는 “김오수 총장이 신성식 검사장에게 경위 파악을 재차 당부한 것도 내부의 이런 분위기를 고려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박 지청장이 수사팀의 정당한 재수사 의견을 뭉갰다면 직권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팀이 박 지청장의 거듭된 재수사 보류를 일지로 작성해뒀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신성식 수원지검장/국회 사진기자단

그러나 법조계에선 김오수 총장이 신성식 수원지검장에게 성남지청에 대한 경위 조사를 맡긴 것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온다. 친여 성향으로 꼽히는 신 지검장은 지난 2020년 채널A 사건과 관련한 KBS 오보의 출처로 지목돼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선상에 올랐고, 윤석열 전 총장 징계에도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가 수원지검장으로 지휘하는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신성식 검사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총장 지시는 진상조사가 아니라 경위파악”이라고 선을 그으며 “성남지청 내부에서 의견이 달라 견해차가 있었다는 것 아니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6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박범계 장관도 성남지청 수마 의혹에 대해 “보완수사 방향과 방법에 대한 견해 차이인 것으로 안다”며 “(수사무마 의혹은)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없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