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개혁 감당 자신없다"면서···'연금 더주기' 덥석 문 이재명 [뉴스원샷]
입력 2022.01.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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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소확행 국민공모 캠페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전문기자의 촉: 연금개혁 뒷전, 연금 더주기 덥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책 공약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시리즈'로, 윤 후보는 '석열씨 심쿵약속'으로 포장한다. 윤 후보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새 이 후보의 소확행은 41호까지 치고 나갔다.
피임·낙태 건보 적용, 난임부부 부담 완화 등 가려운 데를 잘 짚은 공약이 있지만, '탈모 건강보험 적용' 같은 황당한 것까지 진도를 냈다. 상당수가 저출산·고령화와 관련 있는 것인데, 이 중 눈에 띄는 게 39호 공약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 깎지 않고 제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다.
소득 있다고 국민연금 깎인 사람.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만 62세가 돼 국민연금을 받을 때 황당할 때가 있다. 일해서 월 소득이 254만원 넘는다고 연금을 최대 절반까지 깎아버린다. 소득이 있으니 연금은 적게 받으라는 뜻이다. 5년 간 삭감한다. 은퇴하지 않고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왜 애먼 연금을 깎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렇게 깎이는 사람이 지난해 약 10만명이다. 1인당 연 142만원 깎였다. 월 12만원 가까이 된다. 평균 국민연금이 월 54만원밖에 안 되는 데다 일을 유도해도 시원찮을 판에 근로 의욕을 깎아버린다. 고령화 시대에 역행한다며 폐지 주장이 끊이지 않았다. 이 후보가 이런 문제점을 포착해 감액제도를 단계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공약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소득 있다고 연금 삭감된 사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물론 국민연금이란 게 낸 돈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게 설계돼 있으니 소득이 일정액 넘으면 삭감하는 게 맞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장은 월 소득이 많은 사람에게 해당한다. 하지만 지난해 삭감자 10만여명 중 약 절반이 254만원 초과액이 100만원 안 된다. 즉 월 소득이 364만원이 안 된다는 뜻이다.
세계는 고령화와 전쟁 중이다. 한결같은 대책은 오래 일하게 돕는 것이다. 우리처럼 보험료 방식의 연금제도를 운용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금을 싹둑 자르는 데는 그리스·일본·스페인밖에 없다(덴마크 등 4개국은 미확인). OECD도 한국 정부에 폐지를 권고한 지 오래다.
그러나 이 후보의 39호 공약에 마냥 손뼉만 치기 어렵다. 삭감 폐지보다 훨씬 시급한 게 연금개혁이다. 이 후보는 연금개혁 공약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7월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제 임기 안에 할 수 있을지,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 없다”고 했다. 지난달 26일 KBS 일요진단에서는 "(중략)연금개혁은 해야 한다.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론 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단계에서 ‘어떻게 하겠다’라는 것 자체가 독선에 가깝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재정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보건복지부]
이재명 후보의 연금개혁 입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연금학회 윤석명 회장(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은 연금수령자는 연금을 깎을 수 있지만, 나머지는 폐지하는 게 바르다고 본다. OECD도 연금에 세금을 매기는데, 소득 있다고 깎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폐지를 권고한다"며 이 후보의 공약에 공감을 표한다. 윤 회장은 "하지만 20·30세대를 생각해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절박하다. 고통스러워도 미래를 위해 먼저 연금개혁을 공약해야 한다"며 "그런데 표 떨어진다고 연금개혁은 말하지 않고, 표가 되는 삭감제도 폐지만 공약으로 낸 건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의 39호 공약은 자신의 취약 포인트 60대를 공략하는 데 유효할지 모른다. 하지만 2030은 누가 연금개혁을 제대로 할지 매의 눈으로 주시한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 지금 제도를 방치하면 2057년 기금이 고갈돼 소득의 25%를 보험료로 내야한다. 안그러면 2030이 연금을 못받을 수도 있다.
연금개혁은 말라죽어 가는 숲을 살리는 일이다. 숲은 나 몰라라 하고, 나무 한 그루, 잡초 하나만 살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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