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의 한반도 워치] 3년째 신년사 생략한 김정은의 속마음 들여다본다면…
평양의 새해 국정은 김정은 위원장과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한 연말 전원회의로 시작되었다. 3년째 육성 신년사를 생략하고 미니 당대회 수준의 대면 회의를 개최했다. 1만8400여 자에 달하는 노동신문 보도문은 사실 뜬구름 잡는 식이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김 위원장의 복심과 복안을 추정해보는 것이 역설적으로 임인년(壬寅年) 한반도 정세 파악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래는 김정은의 생각을 추정해 적은 ‘김정은의 신년 독백’이다. 가상이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했기에 김정은과 북한 모습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2021년은 집권 만 10년 되는 해였지만 10년 통치의 기념비적 업적이나 성과를 내세우기에는 현실이 녹록지 않았다. 코로나 방역으로 외교는 올스톱이었다. 코로나로 6월까지 공식 석상에 잘 나가지 않다가 7월에 의사들의 강권으로 몸무게를 20㎏ 줄이고 나오니 팔뚝에 찬 스위스제 고급 시곗줄을 세 칸이나 줄였다는 등 억측이 만발하였다. 내가 9월 9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5월에 쿠데타가 일어나 김여정에게 살해당했다는 등 별별 소리가 나왔다. 가을 들어 최장 35일 만에 모습을 보이니 그럴듯한 대역(代役)설까지 등장하였다. 12월 아버지 사망 추모 대회에 나타난 내 얼굴의 노화를 보고는 건강 이상설이 또 제기되었다. 독일의 한 통계 기관은 지난해 내 이름이 구글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에 이어 셋째로 많이 검색되었다고 발표했다. 한 달 평균 190만회 정도다. 건강 이상설이 나돈 6월과 대역 의혹이 제기된 9월에 집중 검색되었다니 내가 국제적인 인물이기는 한 모양이다.
코로나 위기에다 대북 제재로 공화국의 삶이 녹록지 않다. 사실 사면초가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는 일이 시급하다. 이런 때는 체제 결속이 특효약이다. 나에 대한 인민들의 충성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간부들과 인민들을 질책하고 공포정치를 전개하기보다는 구슬리고 달래는 통치술이 필요하다. 전원회의에서 ‘2021년은 승리의 해다. 농업·건설 부문의 큰 성과를 비롯해 정치·경제·문화·국방 부문 등 국가 사업 전반적 분야에서 긍정적 변화가 일어났다’고 언급했다.
지난해를 승리의 해라고 선언했지만 실제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농업과 건설 부문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지만 그저 평년작이다. 집계된 작물 생산량은 대략 470만톤 정도다. 부족량이 100만톤에 달해 수입이나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솔직히 여의치 않다. 건설 분야에서 발전소와 살림집(아파트) 건설도 겨우 예년 수준이다. 올해는 먹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답답한 마음에 전원회의에서 책상을 치고 열을 냈지만 비료와 농약이 없는 악전고투 상황이라 당 간부들이라고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항상 통제하고 감시하지 않으면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당 간부들은 금방 기강이 해이해져 바닥으로 추락한다.
지난해는 만감이 교차하는 해였다. 내가 2011년 12월 말 제왕학을 충분히 습득하지도 못하고 군 최고 사령관으로 추대된 지 만 10년이 된 해였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3대 세습 통치’를 하는 것은 호사가들 말처럼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직함을 6개나 달며 할아버지 김일성급의 수령으로 셀프 등극했고 ‘김정은주의’라는 이데올로기로 홀로서기에 성공하였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고모부 장성택 처형과 2017년 이복형 김정남 암살 등 두 차례 골육상쟁은 나에게도 책임이 있지만 그들의 경거망동에도 원인이 크다.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일 수 없다는 원칙을 무시하고 충성을 맹세하지 않는 것은 유일 수령 사상 체제에서 수명을 재촉하는 일이다. 그들은 조선 왕조의 3대 임금인 태종 이방원이 집권에 혁혁한 공을 세운 외척 민씨 일가를 단칼에 제거한 역사를 들여다보지도 않았단 말인가?
2월 베이징올림픽 참석은 실익이 없다. 최룡해나 김여정 등을 보내야겠다. 청와대에서 남측 대선 때문에 지속적으로 베이징이나 판문점에서 정상회담을 요구하고 있다. 최소한 화상 정상회담이라도 하자고 압박하는데 거의 스토커 수준이다. 지난 12월에는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들이 미국과 합의했다는 종전 선언 초안을 들고 베이징에 와서 우리를 유혹하였다.
문재인 정부와 3차례 정상회담에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한 판문점 선언과 9·19 공동선언에 합의했지만 손익을 따져봐야 한다. 남측 비무장지대 초소를 철거한 것은 유사시 대남 침투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성과다. 가장 큰 선물은 김여정 하명법이라고 하는 대북전단방지법을 제정하여 더 이상 나를 비난하는 전단이 날아오지 않는 것이다. 남측의 BTS니 오징어 게임이니 하는 한류가 몰려오지 않게 차단하는 데 효과적이다. 남측의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재창출 여론보다 높으니 문 정부와 마지막까지 거래하는 것은 다소 리스크가 있다. 지금 청와대를 도와주지 않아 정권이 야당으로 교체되면 대북전단방지법이니 9·19 합의니 모두 물거품이 되는 상황이라 고민은 있다.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대로 남북 관계에 관한 다양한 대응책을 준비하라고 간부들에게 지시했다. 2012년 집권 이후 벌써 남한 대선을 3번째 경험하는데 선거 때마다 남측의 평양 줄 대기가 만만치 않다. 역시 선거는 평양이 100% 투표에 100% 찬성으로 서울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남한의 민주주의라는 선거 제도는 역시 이해하기 힘들다.
10년 전 다시는 인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패하였다. 돌이켜 보니 10년 동안 한·중·미 정상회담을 제외하고 성과는 역시 핵실험 네 번과 미사일 발사 62차례다. 핵심 치적이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카드다. 호랑이해에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변칙적인 상황에 탄력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 바이든 정부가 우리와 협상에 나서지 않으면 하반기에는 군사 도발이라는 패를 검토해야겠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어야 하는데 앞이 안 보이니 걱정이다. 스위스에서 아무 걱정 없이 스키 타고 승마하던 조기 유학 시절이 그립다. 올해는 건강을 생각해서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과 스위스산 에멘탈 치즈를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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