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버스 타도, 커피 한잔만 해도… 하루에 쏟아내는 탄소 8.8㎏

최만섭 2021. 7. 12. 05:02

버스 타도, 커피 한잔만 해도… 하루에 쏟아내는 탄소 8.8㎏

[탄소 제로 30년 전쟁] [11·끝] 일상 속 탄소 발자국

유종헌 기자

조유진 기자

입력 2021.07.12 03:00

 

 

 

 

 

지난 5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사는 직장인 하지연(28)씨가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전날 비가 내린 탓에 집이 습해 제습기를 켜놓고 나왔다. 집에서 2.7Km쯤 떨어진 양재동 회사까지는 CNG(압축천연가스) 시내버스를 타고 갔다.

텀블러,머그컵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그는 회사 앞 카페에서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 아침 보고용 자료로 A4 용지 40장을 출력했다. 이때까지 하씨가 배출한 이산화탄소 총량은 1200g 남짓.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약 2개월간 흡수해야 하는 양을 특별할 것 없는 단순 일상생활에서 2시간 만에 뿜어낸 것이다. 하씨는 “평소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등 나름대로 환경에 신경을 쓴다고 생각했는데 숫자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본지는 지구온난화 전문가들과 함께 평범한 20대 직장인 하씨의 ‘탄소 발자국’을 추적해봤다. 탄소 발자국은 개인이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것이다. 메탄, 아산화질소 등 다양한 종류의 온실가스를 가장 배출량이 많은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시민들이 탄소 배출량을 쉽게 이해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예를 들어 하씨가 아침 출근길 ‘아이스 카페라테’ 한 잔을 구매한다면, 원두 생산부터 가공·운송·사용·폐기에 이르기까지 전(全)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을 환산한 550g이 탄소 발자국이 된다. 일상 속에서 체감하기 어렵지만, 우리도 모르는 새 탄소 발자국은 지구 곳곳에 남는다.

직장에서 점심 메뉴 하나를 고를 때도 탄소 발자국은 따라다닌다. 이날 점심때 하지연씨는 동료들과 회사 근처 식당에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 한 그릇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양은, 냉면 무게보다 더 나가는 2442g이다. 김상엽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 기획홍보국장은 “냉면의 탄소 배출량이 많은 이유는 바로 소고기 때문”이라며 “냉면 육수를 낼 때 소고기가 필요한데, 지구온난화 측면에서 소가 내뿜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0~30배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래서 메뉴판에 적힌 된장찌개(370g), 해물칼국수(361g) 등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 무려 59.6kg의 탄소가 배출된다. 반면 돼지고기는 7.2kg, 닭·오리고기와 같은 가금류(家禽類)는 6.1kg으로 소고기의 10분의 1 수준이다.

사진=고운호 기자 그래픽=백형선

하씨는 점심 먹고 회사로 돌아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페이퍼 타올로 물기를 닦았다. 회당 2장씩, 이날 내내 10장을 썼고 여기서도 17g의 탄소 발자국이 남았다. 오후에도 각종 서류를 출력하며 A4 용지 30장을 더 사용했고 여기서도 87g의 탄소가 추가로 쌓였다.

오후 6시 퇴근길, 출출해진 하씨는 퇴근길 버스 안에서 배달 앱으로 토마토 피자 한 판을 주문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늘상 하는 행동이지만, 여기서 발생한 탄소의 양은 2471g으로 하씨가 이날 한 행동 중 가장 많은 탄소가 발생했다. 일단 피자를 만드는 데 1970g, 종이 포장재가 200g, 매장에서 2.2km 떨어진 집까지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데 301g의 탄소가 각각 배출됐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제습기를 끄고 대신 벽걸이 에어컨을 켰다. 희망 온도는 24도로 맞춰 잠자기 전까지 5시간 동안 틀었다.

 

이날 오전 6시에 일어나 자정에 잠들 때까지 총 18시간 동안 하씨가 먹고, 일하고, 이동하며 남긴 탄소 발자국은 총 8.8kg. 하씨와 비슷한 나이의 30년생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6.6kg)보다 1.3배 많은 탄소를 단 하루 만에 배출한 것이다. 이는 회사에서 사용한 전력 등 직접 측정이 어려운 항목은 제외한 수치다. 하씨가 1년간 배출하는 탄소를 감당하려면, 소나무 487그루가 필요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은 14.1t(2018년 기준)이다. 한 명이 사흘마다 서울에서 부산을 승용차로 왕복하는 양만큼의 온실가스를 쉴 새 없이 뿜어내는 셈이다. 탄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불편을 감수하면 1인당 탄소 1t 정도는 쉽게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하씨의 일상에서도 여러 가지 대안을 택하면, 최대 절반 정도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출퇴근 버스 대신 자전거나 걷기를 택하면 총 606g의 탄소를 줄일 수 있지만, 시간·체력 등 여러 여건상 이를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버스 대신 자전거를 택해 출퇴근하면 연간 32㎏가량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대안은 출근길 가방에 작은 텀블러를 하나 담는 것이다. 회사 앞 카페에서 ‘아이스 카페라테’를 주문할 때, 가게의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내밀면 52g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텀블러 하나의 탄소발자국은 671g으로 높지만 수백 번이고 재활용할 수 있다. 이은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루 한 잔의 커피를 마실 경우, 1년간 텀블러를 쓰면 플라스틱 컵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무려 21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예쁜 손수건을 하나 사서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씨가 회사에서 손을 씻고 페이퍼타올 대신 손수건으로 물기를 닦는다면 연간 6.2㎏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

습관을 바꿔보는 것도 좋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달 음식이다. 배달에 사용되는 오토바이는 1km당 137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가까운 거리라면 산책 겸 직접 방문해서 음식을 포장해오는 것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배달 음식에서 발생하는 탄소의 최대 3분의 1이 음식 포장재에서 나온다. 일부 시민들은 포장 주문을 할 때, 개인 음식 용기를 가져다가 담아오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에어컨 사용 시간을 하루 1시간 줄이는 것도 연간 14.1kg의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김상엽 국장은 “일주일에 한 번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기왕이면 재활용 가능한 상품을 이용하는 ‘작은 실천’이 모이면 엄청난 양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탄소발자국

개인·기업, 국가 등이 활동을 하고 상품을 생산·소비하면서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키는 온실가스 총량. 예를 들어 특정 제품의 탄소발자국이 300g이라면 원료 채취부터 생산, 유통, 사용,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수치가 300g이란 뜻이다. 탄소의 흔적이란 뜻에서 ‘발자국’으로 표현한다.

 

유종헌 기자

 

부끄럽지 않은 글을 쓰겠습니다.

 

조유진 기자

 

조선일보 조유진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