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식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고위 간부 2만7000명 숙청 중… 3연임 노리는 ‘시진핑 리스크’
연임 시동 거는 시진핑
입력 2021.07.08 03:00 | 수정 2021.07.08 03:00
지난 6월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일인자와 지도부 감독 강화에 대한 중국 공산당 중앙의 의견’이라는 낯선 문건을 발표해 관가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문건 작성 날짜는 3월 27일이었다. 이날 시진핑 주석 직계 인물로 꼽히는 러우양성 산시성 서기를 신임 허난성 서기에 임명하는 인사도 있었다.
작성한 지 두 달이 넘은 문건을 지방 당서기 임명과 함께 발표하자 중국 국내외에서는 시 주석의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내년 11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지방 당서기 단속이 본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20차 공산당 대회 시점의 정치국 위원(25명) 거취
막 오른 연임 프로젝트
중국 공산당은 중앙과 지방의 각급 기관에 당서기와 상무위원회를 두고 있다. 그 조직을 책임지는 당서기를 ‘일인자(一欛手)’라고 하고, 상무위원회 구성원들을 ‘지도부(領導班子)’라고 부른다. 14억 인구 대국의 각 지역과 분야를 이끌어가는 일선 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공안 조직에 대한 숙청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상하이 등 10여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의 전·현직 공안국장, 법원장, 검찰원장 등이 줄줄이 낙마했다. 올 들어 규율 위반과 부패 등으로 입건돼 조사 중인 공안, 법원, 검찰 분야의 고위 간부 숫자는 전국적으로 2만7000여 명에 이른다.
중국이 7월 1일 공산당 창립 100주년 행사를 성대하게 거행하는 한편으로 지방 당 조직과 공안 간부들에 대한 기강 잡기에 들어간 것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반시진핑 세력이 형성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이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벌어진 왕리쥔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청두 미 영사관 망명 요청 사건과 같은 일이 재연되는 걸 막겠다는 뜻도 있다. 공산당 중앙당교 기관지 학습시보 부편집장을 지낸 재미 평론가 덩위원(鄧律文)은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암암리에 형성되고 있는 반시진핑 세력의 연임 저지 움직임을 겨냥한 것”이라며 “중앙보다는 통제가 쉽지 않은 지방 당 조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무난한 연임 예상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국내외에서는 10년 임기가 끝나는 시 주석이 연임할 것인가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다수 전문가들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격)에서 2035년 장기 발전 계획을 통과시킨 시 주석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본다. 당·정·군에 걸쳐 강력한 권력을 쥐고 반대 목소리를 일절 용납하지 않는 상황에서 반대 세력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폴슨 인스티튜트는 작년 말 발표한 ‘중국 2025년 예상’에서 “시 주석은 2025년에도 주석직을 유지할 것이며 20차 당대회 이후 권력 장악력이 최고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시 주석의 연임이 중국 정치의 불안 요소를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쩌민 전 주석 때부터 30년간 지속돼온 평화적 정권 교체 전통이 깨지면서 포스트 시진핑을 둘러싼 당내 권력투쟁의 씨앗을 뿌리는 격이라는 것이다.
‘평화적 정권 교체' 붕괴 위기
중국 전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식 독재와 유혈 권력투쟁이 재발하지 않도록 당 총서기 10년 집권(2기 연임), 정치국 상무위 집단지도 체제, 연령에 따른 원로 은퇴제 등을 도입했다. 이 은퇴제는 ‘칠상팔하(七上八下)’라는 불문율로 굳어졌다. 새로운 5년 임기를 시작하는 시점에 67세까지는 남고, 68세 이상은 은퇴한다는 규정이다. 이런 틀 안에서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을 대변하는 장쩌민 전 주석(상하이방), 후진타오 전 주석(공청단파), 시진핑 주석(태자당) 간 평화적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중국은 경제 발전에 집중할 수 있는 정치적 안정을 이뤄냈다.
1953년생으로 20차 당대회 시점에 69세가 되는 시 주석이 연임하게 된다면 이런 정치 시스템은 붕괴 위험에 놓이게 된다.
“위기는 밖에서 올 것”
서방 전문가들은 연임 이후 시 주석이 국내 문제보다 대외 관계에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한다. 무리하게 대만 침공을 감행하거나 미중 경쟁 과정에서 금융 체제가 붕괴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해 퇴진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인 만큼 건강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이 오면 스탈린 사후 옛 소련과 마오쩌둥 사후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당내 파벌 간에 암투가 격화될 것으로 본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호주 로위(Lowy)연구소는 지난 4월 공동으로 펴낸 보고서 ‘포스트 시진핑 시대의 네 가지 승계 시나리오’에서 “명확한 후계자 없이 시 주석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당내 파벌 간 혼란과 분열이 빨라질 것”이라며 “21세기 중난하이(中南海·중국 최고 지도부 집단 거주지) 담장 안에서 마오 사후와 같은 권력 암투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리커창 총리 연임 제한 걸려 퇴임… 후춘화·리창 차기 총리 각축전]
내년 20차 당대회에서는 중국 최고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7명의 거취도 바뀌게 된다. 현재 시 주석에 이어 서열 2위인 리커창 총리는 연임 제한 규정에 걸려 총리 퇴진이 불가피해진다. 2018년 국가 주석과 부주석의 임기 제한은 없앴지만, 총리와 부총리 등은 2번 이상 연임할 수 없는 규정이 그대로 남았다.
7월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 행사에 참석한 리커창 총리. 리 총리는 총리직은 2기(10년)까지만 연임할 수 있도록 돼있는 중국 헌법 규정에 따라 내년 20차 당대회 직후에 퇴임하게 된다. /AP 연합뉴스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위원장인 리잔수와 상무부총리인 한정은 내년 당대회 시점에 각각 72세, 68세로 당내 불문율인 칠상팔하 규정에 따라 퇴임하게 될 전망이다. 리커창 총리는 67세로 상무위원을 연임할 수 있지만, 자진 사퇴 가능성도 없지 않다. 7명의 상무위원 중 최소 2~3명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정치국 위원 중에서 50대 후반~60대 초반의 샛별들이 이 자리로 승진하면서 포스트 시진핑 시대의 최고지도부 후보군에 들어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새로 상무위원으로 승진할 인사로는 시 주석 직계 그룹으로 꼽히는 리창 상하이시 서기, 천민얼 충칭시 서기,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후보로 꼽힌다. 리커창 총리가 속한 공산주의청년단(공천단)파에서는 후춘화 부총리의 승진 가능성이 높다.
후춘화 부총리(왼쪽)와 리창 상하이 당서기. /바이두
이 중 리커창 총리의 자리를 대신할 인물에 대해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중국 내에서는 그동안 시진핑 주석의 역점사업인 탈빈곤 사업을 지휘해온 후춘화 부총리가 승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역대 중국 총리는 모두 부총리를 거쳐서 임명됐다는 점에서 리창 서기나 천민얼 서기에 비해 경력 면에서 유리하다.
반면, 시 주석이 저장성 당서기로 있던 시절, 그의 비서장을 지낼 정도로 측근인 리창 상하이시 서기가 총리로 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시 주석 집권 이후 고속 승진을 거듭한 천민얼 충칭시 서기, 시 주석이 상하이 당서기로 있던 시절 정치 비서를 담당한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도 거론되지만, 경력 면에서 총리 후보로는 적격이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새로 상무위원으로 진입하는 인사들은 시 주석이 연임 이후 5년 임기만 끝나고 물러난다면 후계자가 될 수 있는 잠재 후보군이라고 할 수 있다.
최유식 동북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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