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또 해냈니
타자·투수로 동시에 올스타 선정… 베이브 루스도 못한 MLB 새 역사
입력 2021.07.06 03:00
지난해 LA 에인절스에 부임한 조 매든 감독은 “요즘 야구는 모두가 똑같은 악보만 치는 음악과 같다. 투수는 삼진, 타자는 홈런에만 열중하다 보니 개성이 사라져서 팬들이 외면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런 불평을 쏟아낼 일이 없다. 에인절스의 홈런 타자이며 선발 투수인 오타니 쇼헤이(27)가 올해 완벽한 투·타 겸업을 해내며 지금껏 한번도 들어보지 못한 멜로디를 매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홈런 선두를 달리는 LA 에인절스 오타니 쇼헤이가 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벌인 홈 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 3회 시즌 31호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상대 선발 토머스 에셜먼의 시속 126㎞ 낮은 변화구를 퍼올려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약 140m 대형 홈런이었다. /AP 연합뉴스
◇최초의 투·타 MLB 올스타
오타니의 독보적인 존재감은 5일(이하 한국 시각)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발표한 2021 올스타전 명단에서 드러났다.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 쿠어스필드에서 열리는 올스타전에 그는 투수이자 타자로서 참가한다. 타자로는 아메리칸리그 지명타자 팬 투표를 통해 뽑혔고, 투수로는 전문가 투표에서 1위(121표)를 차지했다. 조 매든 감독은 “오타니는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 참가했다가 타석에 서고, 마운드에도 오를 것이다. 이런 일은 지금껏 없었기에 야구 팬들을 흥분시킨다”고 미소 지었다.
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투수이자 타자로 동시에 발탁된 것은 오타니가 최초다. 투·타 겸업 원조인 베이브 루스도 못해 봤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은 1933년부터 열렸는데, 루스가 투수와 타자 모두 활발히 병행했던 시기(1914~1919)는 그보다 훨씬 앞섰다. 이후 루스는 타자에 전념했다.
오타니는 최근 17경기에서 14홈런을 터뜨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뽐낸다. 거의 매 경기 아치를 그리며 메이저리그 홈런 부문 전체 1위(31홈런)에 올랐다.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토론토 블루제이스·27홈런)와는 4개 차이.
그는 올스타전 명단이 뜬 5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비거리 약 140m 솔로 아치로 자축했다. 이날 시즌 31호 대포를 신고한 그는 종전 마쓰이 히데키(일본)가 보유했던 아시아 출신 메이저리거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04년·31홈런)과 타이를 이뤘다. 에인절스가 정규 시즌의 절반가량인 83경기만 치른 상태에서 도달한 것으로, 오타니가 타격감을 계속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올 시즌 홈런 61개가 가능하다. 이는 베이브 루스, 로저 매리스, 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에 이어 역대 6번째로 한 시즌 60홈런 타자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장타율(0.704) 1위, 타점(67점) 3위 등 주요 타격 부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오타니의 전인미답 야구
투수 오타니는 타자만큼 빛나지는 않는다.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3.60을 찍었다.
지난 1일 선발로 나온 뉴욕 양키스전에선 1회도 다 채우지 못하고 3분의 2이닝 7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투수 등판 다음 날 지명타자로 뛰는 경이적인 일정을 소화하며 이룬 기록이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이 100마일(약 160km)에 달해 ‘공이 긁히는 날’엔 적수가 없다. MLB에서 213승을 거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존 스몰츠(54·은퇴)는 “오타니가 투구에만 전념한다면 0점대 방어율을 찍는 제이컵 디그롬(뉴욕 메츠)처럼 활약할 것”이라고 평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8년 투·타 겸업으로 4승 22홈런을 신고해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가을 팔꿈치 수술을 받고 2년간 부진했다. “역시 투·타 겸업은 무리”라는 주변의 우려를 씻어내려고 그는 지난겨울 자신의 혈액 샘플을 분석해 식단을 다시 짰다. 달걀을 사랑했지만 경기력 향상에 방해가 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독하게 끊었다. 그리고 올해 전인미답의 길을 가고 있다.
생애 첫 MLB 올스타 무대에 두 개의 자아를 갖고 데뷔하는 오타니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홈런 더비를 비롯해 모든 걸 다 해보고 싶어요. 콜로라도에서 봅시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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