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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神, 국가 대표 유니폼의 저주 풀었다

최만섭 2021. 7. 12. 05:08

축구의 神, 국가 대표 유니폼의 저주 풀었다

송원형 기자

입력 2021.07.11 22:29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국가 대항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날이 드디어 왔다. 아르헨티나가 11일 브라질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2021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1대0으로 누르고 메시가 트로피를 들자 동료들이 함께 환호했다/AP연합뉴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34)는 후반 43분 브라질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개인기로 골키퍼를 제치려다 살짝 미끄러지고 말았다. 힘이 풀린 듯했다.

추가 시간 5분을 더해 7분 뒤 종료 휘슬이 울렸다. 선발 출전해 끝까지 뛰었던 메시는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쥐며 눈물을 흘렸다. 동료 선수들은 모두 달려와 메시의 이름을 외치며 헹가래 쳤다. ‘9전 10기'를 이룬 주장은 아내와 휴대전화로 화상 통화를 하며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는 11일 2021 코파 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결승전(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개최국 브라질을 1대0으로 꺾었다. 메시에겐 2005년 8월 성인 대표팀에 데뷔한 이후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었다.

1993년 이후 28년 만에 코파 아메리카 챔피언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와 함께 이 대회 역대 최다 우승(15회) 공동 1위로 올라섰다.

 

메시, 대표팀 무관의 한 풀다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은 아르헨티나의 앙헬 디마리아(33·파리생제르맹)였다. 그는 전반 22분 로드리고 데 파울(27·우디네세)이 자기 진영에서 긴 패스를 하자 브라질 수비진 뒷공간으로 파고 들어갔다. 디마리아는 상대 골키퍼가 전진하자 왼발로 공을 띄워 빈 골망에 넣었다.

메시는 대회 득점(4골), 도움(5개) 모두 1위에 오르며 브라질의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와 공동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그는 2004-200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스페인 명문 FC바르셀로나에서 17시즌을 뛰며 정규리그 10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회 등 우승컵을 35번 들었다. 축구계 최고 권위 상인 발롱도르도 역대 최다인 6차례 품에 안았다.

여보, 나 챔피언 먹었어 - 리오넬 메시가 경기장 잔디 위에서 아내에게 영상 통화를 하며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그런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었을 땐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2005 FIFA(국제축구연맹) 20세 이하(U-20) 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23세 이하) 등 나이 제한이 있는 대회에서만 우승했다. 메이저 대회인 월드컵은 4회, 코파 아메리카는 5회 출전했으면서도 준우승 4번을 했을 뿐이다.

메시는 월드컵에서만 3번 우승한 브라질의 ‘축구 황제’ 펠레, 1986년 월드컵 우승을 이끈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비교되곤 했다. 2016년 유럽축구선수권(유로) 우승 경력이 있는 라이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6·포르투갈)에게도 밀렸다.

 

메시는 2014브라질월드컵 때 골든볼(최우수선수)을 받고 나서 “우승을 못했는데 무슨 소용이냐”며 고개를 숙였다. 2015 코파 아메리카 결승전에서 칠레에 승부차기로 패하자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거부하기도 했다. 메시는 2016년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자신의 승부차기 실축으로 또 칠레에 패하자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마라도나까지 나서 만류하자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후 2018 러시아월드컵(16강)과 2019 코파 아메리카(4강)에서 또 실패를 맛봤다.

메시는 지난 6월 바르셀로나와의 계약이 끝나 소속 팀이 없어진 상황에서도 이번 코파 아메리카에 집중했다. 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코파 아메리카가 될지도 모르는 대회에서 마침내 정상에 섰다. 메시는 소셜미디어에 우승컵을 안은 사진과 함께 ”얼마나 아름다운 광기인가. 놀라운 일이다. 신께 감사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네이마르도 축하의 인사

브라질 수퍼스타 네이마르도 경기 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2골 3도움으로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결승전에선 아르헨티나의 거친 수비를 당하면서도 현란한 드리블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다만 브라질의 골 운이 따르지 않았다.

네이마르 역시 2013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랐지만 메이저대회 우승은 없다. 브라질이 2019년 코파 아메리카에서 우승할 당시 네이마르는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다.

메시의 마음을 잘 아는 네이마르는 감정을 추스른 후 메시에게 다가가 꼭 안으며 축하했다. 둘은 2013-2014시즌부터 4년간 바르셀로나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2014-201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 ‘트레블(3관왕)’을 일군 사이다. 대회 소셜미디어엔 두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과 함께 “축구의 매력, 메시와 네이마르의 감동적인 포옹”이란 글이 올라왔다.

 

송원형 기자

 

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취재팀과 법조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등을 거쳐 현재 스포츠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