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中 3번 거론하며 “코로나 기원 재조사”… 중국은 반발
미국·중국 갈등 코로나로 번지나
입력 2021.05.28 03:00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정보 당국에 코로나 기원에 대한 90일간의 재조사를 지시했다. 미국 내에서 코로나의 중국 우한(武漢) 기원설, 특히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 유출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조사를 지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중상모략” “책임 떠넘기기”라며 반발했다. 중국은 미 육군 전염병 연구소가 있는 포트 데트릭에서 코로나가 기원했을 가능성도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3월 정보 당국에 ‘감염된 동물과 사람의 접촉’ 또는 ‘실험실 사고’에서 유래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코로나의 기원에 관한 최신 분석 보고서를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이달 초 보고서를 받았지만 이 문제에 대한 확실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보고서에 따르면) 2개 정보기관은 ‘동물 매개 감염’에 기울었지만 1개 기관은 ‘실험실 사고’로 기울었다”며 “우리가 확실한 결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정보 당국에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배가(redouble)해 90일 내에 다시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중국의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실험실 사고’를 언급해 바이러스 유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런 발표를 한 배경과 관련해 백악관은 “코로나로 거의 60만명의 미국인이 숨진 만큼 코로나의 기원을 더 잘 알고 다음 팬데믹을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에는 “중국에 관한 구체적 질문”이 추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또 “미국은 중국이 완전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한 국제 조사에 참여하고 모든 관련 데이터와 증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도록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세계의 유사한 생각을 지닌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란 말도 있다. 중국이 민감해하는 코로나 기원 문제에서 대중 연합 전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재조사 사실을 알리는 성명에서 ‘중국’을 세 번 거론했다. 전체적 분위기도 중국의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었다. 또 국립연구소 등 다른 정부 부처들도 정보 당국의 조사를 돕도록 하고, 의회에는 조사 내용을 알리겠다고 했다.
코로나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고 처음 주장한 것은 전임 트럼프 행정부다. 그러나 구체적 증거를 제시한 적은 없어 미국 민주당 주변엔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공세를 위해 근거 없는 주장을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분위기를 뒤집는 재조사를 지시하고, 공식 성명에 ‘실험실 사고’라는 표현을 포함시킨 것은 미 정보 당국이 이와 관련해 상당히 개연성 있는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확증’을 얻기 위해 재조사에 착수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 같은 ‘전면적 조사’ 방침을 밝히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중상모략과 책임 떠넘기기가 다시 시작됐고 ‘실험실 유출’이란 음모론이 다시 등장했다”면서 “과학적 문제인 기원 추적을 정치화하는 것은 바이러스의 기원 확인을 더 어렵게 만들뿐더러 (중국을 탓하는) ‘정치적 바이러스’를 풀어놓아 팬데믹에 대한 국제 공조를 심각하게 방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주미 중국 대사관은 “인류의 보건에 대한 책임감에서 우리는 세계 전역에서 발견된 초기 코로나 사례의 포괄적 연구와 세계의 일부 비밀 기지 및 생물학 연구소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지한다”고 했다. 이 중 ‘비밀 기지 및 생물학 연구소’는 메릴랜드주 포트 데트릭의 미 육군 전염병 연구소를 암시한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 실험실 유출설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세계보건기구 합동 조사팀의 보고 중에 분명히 적혀 있다”며 “미국 일부 인사들은 사실과 과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고, (바이러스) 기원과 관련한 자신에 대한 의혹을 무시한 채 중국에 대해 재조사를 떠들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은 전 세계 200여 곳에 생물실험실을 보유하고 있는데 여기에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이냐”며 미국 실험실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처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코로나 방역 기여를 강조하고 있다. 시 주석은 26일 네팔, 몬테네그로, 스페인 정상과 연쇄 통화하며 의료 물자와 백신 등 방역 지원을 약속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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