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40년 고립됐던 대만, 국제정치 중심으로

최만섭 2021. 5. 10. 05:18

40년 고립됐던 대만, 국제정치 중심으로

美, 세계보건총회 참가도 지지… 對중국 전초기지로 후원 강화
반도체 산업 덕분에 몸값 올라… 차이잉원, 적극적으로 기회 활용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최은경 기자

입력 2021.05.10 03:00 | 수정 2021.05.10 03:00

 

 

 

 

 

국제 사회에서 주목받는 대만

1971년 유엔 퇴출, 1979년 미국의 단교(斷交)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대만이 다시 국제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국제 무대에서 대만 역할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 대만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이다. 대만 역시 국제 정치의 격변기를 적극 활용,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미국의 반도체 및 아시아 태평양 정책에 호응하며 위상 제고를 꾀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각) 이달 말 개최되는 세계보건총회(WHA) 연례회의에 대만을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시켜 달라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WHA는 WHO의 정책 결정 기구다. 앞서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G7(주요 7국) 외교장관 회담은 대만의 WHO, WHA 참여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포함시켰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의 WHA 참가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처리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미국은 대만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달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 등 정치·외교 분야 베테랑들을 ‘비공식 대표단’으로 대만에 파견했다. 도드 전 상원의원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을 만난 자리에서 “대만의 국제 역할 확대를 돕고 방위 투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3월 대만과 해양경찰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4월에는 미국 공무원이 정부 건물이나 공관에서 대만 실무 관료를 만나는 것을 허용했다.

미국과 중국이 기술 분야에서 미·소 냉전 수준의 경쟁을 예고한 것도 국제사회에서 대만의 몸값이 높아진 이유다. 대만은 TSMC라는 세계 1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기술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반도체 전략회의에 TSMC를 초대해 투자를 독려했고, TSMC는 미국에 반도체 공장 6곳을 짓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차이잉원 총통은 국제 무대에서 대만의 역할 확대를 핵심 어젠다로 추진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2019년 홍콩 시위 영향으로 대만 내 반중(反中) 정서가 강해지자 2020년 초 대선에서 역대 최다 득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반도체 특수로 경제가 호황을 이루고 야당인 국민당이 자중지란을 겪으면서 외교에 적극 힘을 쏟는 모양새다.

만의 코로나 방역 성공을 선전하며 WHO 참여를 국제 의제로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만은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협의체) 회원국인 인도의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자 즉시 연대를 표시하고 산소발생기, 산소통 등을 지원했다. 같은 반중 성향이지만 천수이볜 정권(2000~2008년)이 대만 독립, 유엔 가입을 추진하다 미국마저 등을 돌렸던 것과 달리 차이 총통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전략에 적극 협력하면서 대만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을 둘러싼 변화에 대해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대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 됐다'는 기사에서 대만 주변의 안정을 유지시켰던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흔들릴 경우 군사 분쟁으로 이어지고 세계에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중국을 유일한 정부로 인정하는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대만을 보호하는 전략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에서 군사 분쟁이 일어나고 미국의 군사·외교력이 중국의 공격을 방어하지 못할 경우 ‘팍스 아메리카’가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차이 총통은 이코노미스트 보도가 나온 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만은 전세계 민주주의의 최전선에 있다”며 “대만인들이 단결하고 핵심 가치를 지킨다면 권위주의 확산으로 인한 도전을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최은경 기자

 

국제부 최은경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