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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불타는 시신들... 모디의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최만섭 2021. 5. 4. 05:15

거리에 불타는 시신들... 모디의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코로나에 등돌린 민심
인도국민당 선거서 완패

임규민 기자

입력 2021.05.03 22:31 | 수정 2021.05.03 22:31

 

 

 

 

 

지난 1월 16일 마스크를 쓴 인도 여성이 인도 뉴델리의 전(全) 인도 의학연구소 밖에 있는 나렌드라 모디(가운데) 인도 총리의 대형 포스터 앞에 서 있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이 2일(현지 시각) 결과가 나온 지방의회 선거에서 패배했다. /블룸버그

나렌드라 모디(70) 인도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2일(현지 시각) 결과가 나온 지방의회 선거에서 패배했다. 인도의 집권 여당인 BJP는 선거가 치러진 5개 지역 중 3곳에서 졌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40만명에 육박하며 연일 폭증하는 인도의 코로나 상황이 모디에게 대형 악재로 작용한 것이다. 주요 선거 때마다 승리하며 3선 가도를 향해 질주하던 모디의 정치 항로에 비상등이 켜졌다.

인도 지방의회 선거 결과 집계에 따르면 BJP는 선거가 실시된 4개 주(州)와 1개 연방 직할지 중 3개 주에서 패배했다. 총 292석이 걸린 북동부 웨스트벵골에선 77석을 얻는 데 그쳐 213석을 차지한 전인도민초당(AITC)에 완패했다. 남부 타밀나두(234석)에서도 BJP가 주도하는 여권 연합이 기존 136석에서 61석을 잃으며 야권에 패했고, 케랄라(140석)에선 아예 1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북동부 아삼과 남동부 직할지 푸두체리에서만 각각 1석과 4석을 늘려 과반을 확보했다.

특히 접전지로 꼽힌 웨스트벵골에서의 패배가 뼈아프다. 모디는 지방 정치 세력들이 강하게 자리 잡은 남부 타밀나두·케랄라엔 기대를 걸지 않았다. 반면 웨스트벵골에선 “200석 확보”를 장담해왔다. 모디는 코로나가 폭증하는 와중에도 이곳에서만 약 20차례 대규모 선거 집회를 열었다.

이번 선거 패배로 모디가 첫 번째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모디는 1950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의 홍차 행상 부모 밑에서 태어나 기차역에서 부모와 함께 차를 팔았다. 그는 8세에 힌두 근본주의 단체에 가입하기도 했다. 1985년 BJP에 입당한 그는 ‘선거 브레인’으로 활약했다. 당시 모디가 크고 작은 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데 기여한 것을 일컬어 “선거의 귀재”(인도 일간 힌두스탄타임스)라고 표현하는 언론도 있었다.

1998년 BJP 사무총장에 오른 그는 2001년 고향인 구자라트 주총리로 선출되면서 탄탄대로의 정치 인생을 연다. 적극적 외자 유치와 규제 간소화 등을 내세워 구자라트의 경제성장률과 소득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지 언론들은 그의 성공적 경제 정책을 ‘모디노믹스’라고 불렀고 모디는 구자라트 주총리 3연임에 성공했다.

 

2014년 총선에서 모디는 당시 여당인 인도국민회의(INC)에서 내세운 정치 명문가인 네루·간디 집안의 라훌 간디와 총리 자리를 놓고 겨뤘다. 이 대결에서 모디는 INC와 의석 격차가 6배가 넘는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모디 집권 후 인도는 연평균 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고, 인도 국민은 2019년 총선에서 모디를 재선시켜줬다.

하지만 코로나가 모디의 발목을 잡았다. 이번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이유는 모디의 방역 실패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도는 지난달 21일 이래 2일까지 12일 연속 일일 신규 감염자 수 3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 30일엔 하루 40만명을 돌파했다. 사망자도 급증해 수도 뉴델리 등 대도시의 화장터에 시신이 줄을 섰다.

모디 총리는 작년 시작된 코로나 사태에서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 세계 76국에 백신을 나눠주는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변이가 자꾸만 생겨나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과소평가한 것이 화근이었다. 올해 2월 초 일일 확진자가 1만명 이하로 떨어지자 모디는 방역을 완화하고 힌두교 최대 종교 축제 ‘쿰브 멜라’ 등을 허용했다. 4월 한 달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수천만 인파가 이 축제를 위해 갠지스강에 몰리면서 코로나는 급격히 퍼졌다. 모디는 작년 전국적 봉쇄 조치 때처럼 경제가 마비될 것을 우려해 이번에는 방역을 강하게 하지 않았다. 모디는 이번 선거 유세 때 종종 마스크도 쓰지 않았다.

모디의 강점이었던 경제성장도 주춤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작년 인도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0.29%를 기록했다. 일간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경제와 방역 정책에 실패한 모디에겐 2024년 총선 전망도 불투명하다”고 평했다.

 

임규민 기자

 

국제부 기자 임규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