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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모테기 첫 20분 회담... 오염수·과거사 공방 벌이다 끝났다

최만섭 2021. 5. 6. 05:16

정의용·모테기 첫 20분 회담... 오염수·과거사 공방 벌이다 끝났다

이용수 기자

입력 2021.05.05 21:49 | 수정 2021.05.05 21:49

 

 

 

 

 

G7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5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두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를 마친 뒤 양자 회담을 가졌다. /외교부

5일 런던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의 첫 양자 회담은 개최 직전까지도 성사 여부가 불투명했다. 한국 측은 개최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일본 측은 “시간을 내기 어렵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외교 소식통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기 직전 (한·일 회담이) 가까스로 확정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날 회담은 과거사와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양측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이었지만 막혀 있던 고위급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두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의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직후 자리를 옮겨 약 20분간 회담했다. 정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 “주변국과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이뤄졌다”며 깊은 우려와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정 장관은 “오염수 방류는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해양 환경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모테기 외무상은 “원전 처리수(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필요한 정보 제공 등의 조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방류 결정을 비판해 온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고 외무성은 전했다.

이어 모테기 외무상은 정 장관에게 최근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 판결과 관련,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달라”고 요구했다.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서도 “한국 법원이 진행 중인 일본 기업 자산 현금화 조치는 절대로 피해야 하며 일본도 수용 가능한 해결책을 한국 측이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판단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일본 측의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는 과거사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며 위안부·징용 문제에 대한 정부 입장을 설명했다. 삼권분립 원칙을 내세워 사법부 판단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장관은 날 선 공방을 주고받으면서도 “한·일 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키자”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특히 외교부는 “두 장관이 북한·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일 양국과 한·미·일 3국이 긴밀히 소통해 온 점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실질적 진전을 가져오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며 “두 장관은 한·일 간 현안 해결을 위해 양국 간 긴밀한 대화와 소통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이 연달아 열리기 전까지 한·일 간의 고위급 교류는 꽉 막혀 있었다. 모테기 외무상은 한국 정부가 징용·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하며 지난 2월 취임한 정의용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도 거부해 왔다. 지난 1월 도쿄에 부임한 강창일 주일 대사는 아직 일왕에게 신임장을 제정하지 못해 공식 외교 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일본은 줄곧 한국과의 만남에 회의적이었지만 북핵 대응을 위해 한·미·일 3각 공조를 복원해야 한다는 미 측의 강력한 설득에 3국 외교장관 회의를 수용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한·일 외교장관 회담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다음 달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주요 7국) 정상회의에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참석한다는 점도 이날 회담 성사의 요인으로 꼽힌다. 확정되진 않았지만 한·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날 회담을 혹시 열릴지 모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의제 조율 등 사전 준비 모임의 기회로 활용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이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