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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박원순 부활’ 원하는 사람들...박영선은 난감하다

최만섭 2021. 3. 24. 05:00

지금 ‘박원순 부활’ 원하는 사람들...박영선은 난감하다

任 “가장 청렴한 사람” 페북 글… 조국 前장관은 ‘슬퍼요’ 눌러
박영선 캠프에도 박원순계 포진, 중도층 흡수 막는 자충수 우려
박영선 “任과 전화한 적도 없다”

김은중 기자

입력 2021.03.23 22:29 | 수정 2021.03.23 22:29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16 은평구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해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이자 진취적인 사람이었다”며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진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2주가량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가 열세인 가운데, 여권 핵심 인사가 ‘박원순 재평가’를 주장하고 나온 것이다. 단기적으론 서울시장 선거를 겨냥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장기적으론 대선까지 염두에 두고 ‘성추행당’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임 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임 전 실장은 박 전 시장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내 한때 ‘박원순계’로 불렸다. 그는 박 전 시장이 재임 시절 추진한 광화문 광장 확장과 생활 복지 등을 언급하며 “박원순은 미래 가치와 생활 이슈에 가장 민감하고 진취적인 사람이었다”고 했다. 이 글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슬퍼요’를 눌렀다.

임 전 실장뿐 아니라 최근 여권에선 2차 가해 논란을 무릅쓰고 박 전 시장을 호명(呼名)하는 움직임이 꾸준하다. 서울시 행정1부시장 출신인 윤준병 의원은 “지금까지도 (박 전 시장의) 유고 원인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소모적 논란을 잠재우는 지름길은 여성 서울시장의 등장”이라고 했다. 우상호 의원은 지난달 “박원순은 제게 혁신의 롤모델이자 인권과 민주주의를 논하던 동지”라고 했다.

박영선 후보 캠프에도 ‘박원순 사람'이 적지 않다. 박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임명돼 이달 초부터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 공세를 주도하고 있는 천준호 의원은 박 전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박 전 시장 밑에서 정무부시장을 지낸 기동민·김원이·진성준 의원도 거의 매일같이 오 후보를 공격하는 메시지를 내고 있다. 황방열 부대변인은 오마이뉴스 기자 출신으로, 박 전 시장 재임 당시인 2018년 서울시 간부(3급)로 발탁돼 2년을 근무했다. 오마이뉴스 소속 현직 기자는 전·현직 서울시 공무원을 인터뷰해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번 선거가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사망 때문에 치러짐에도 여권이 박원순을 재등장시키는 데는 그만한 정치적 이유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상 보궐선거는 투표율이 낮아 조직의 힘과 지지층 결집이 중요한데 ‘박원순 재평가’는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선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도 박원순의 정치적 부활이 필요하다. 당 관계자는 “박원순이 파렴치범으로 역사에 남을 경우 민주 진보 진영의 미래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당내에서도 이 같은 박원순 재소환 움직임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특히 박영선 후보 본인이 가장 민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는 성추행 사건 피해자에게 두 차례 공개 사과하고,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을 써서 논란이 됐던 고민정·남인순·진선미 의원을 캠프에서 물러나게 했다. 박 후보는 이날 한국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임 전 실장의 글에 대해 “그분은 지금 당에도 오지도 않고, 비서실장 그만두고 전화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2차 가해성 발언을 자제해달라 요청할 생각이 없는냐'는 질문에는 “상식과 집단지성이 발휘될 것”이라고 답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대놓고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악의적”이라며 “임종석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고 했다.

 

김은중 기자

 

정치부에서 외교부와 총리실, 감사원 등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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