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의 구글, 뉴스 공짜로 못 쓰고 통행세도 반토막
미국 州 곳곳서 앱 반독점법 추진
입력 2021.03.10 03:00 | 수정 2021.03.10 03:00
인터넷 공룡 구글에 대한 규제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으로 앱 스토어 통행세를 강제하고 저작권료 없이 언론사 뉴스를 공짜로 활용해온 구글의 사업 모델에 하나둘 제동이 걸리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38개 주ㆍ자치령으로 부터 반독점문제로 소송이 제기된 구글.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은 지난 4일(현지 시각) 구글과 애플의 앱 장터 독점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구글·애플이 각종 모바일 앱 서비스 제공자들에게 자사 앱장터 입점과 결제 시스템 이용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회사는 자사 앱장터에 기업들을 입점시킨 뒤 사용자가 요금을 낼 때마다 그 가운데 30%씩 수수료를 떼가고 있다. 지난해 두 회사가 수수료로 벌어들인 금액만 330억달러(약 36조6500억원)에 이른다. 만약 이 같은 독점이 금지되면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애플보다 앱장터 규모가 1.5배 크고, 하드웨어 수익이 거의 없는 구글에는 더 치명적이다. 영국 가디언은 “조지아, 하와이, 일리노이, 미네소타 등 미국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면서 “인터넷 시장을 독점해온 거대 테크 기업에 대한 새로운 전장(戰場)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구글의 앱장터 갑질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8일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성명서를 내고 “구글이 30%의 수수료를 15% 이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공짜 뉴스 사용도 세계 각국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구글은 자사가 뉴스 검색 결과만 제공하고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해준다는 이유로 세계 각국 언론사 뉴스를 제한 없이 공짜로 써왔다. 하지만 호주가 뉴스 저작권료 지급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자 지난달 주요 매체와 각각 연간 수백억원대의 저작권 계약을 맺었다. 유럽에서도 규제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지금까지 프랑스·독일·영국 등 7국 500여 매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공짜뉴스 재미본 구글, 세계 곳곳서 제동… 한국은 아무 규제 안해
미국은 해외에서 구글 같은 자국 테크(기술) 기업이 공격받으면 “특정 기업을 겨냥한 규제는 통상 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실제로 프랑스가 지난해 구글이 온라인에서 거둔 수익에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미국은 프랑스산 와인·식료품에 이른바 ‘와인세’라 불리는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 시각) 미 애리조나 하원을 통과한 ‘앱 장터 독점 금지법’이 각주로 확산되면 미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구글을 옹호하던 논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조대곤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의 법 제정은 다른 나라가 구글을 비롯한 인터넷 공룡을 규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규제를 거의 받지 않으며 사업을 키워온 구글 입장에서는 여러 국가에서 장벽에 부딪히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면초가 구글 / 그래픽=김하경
◇통행세는 줄고, 저작권료는 늘듯
구글은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1686억3500만달러(약 191조5000억원)의 매출과 412억2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글로벌 IT 업계에서는 구글이 앱 장터 입점 강요로 걷은 통행세(수수료)와 이용자 개인정보를 활용한 광고 사업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 있다.
미국 각 주가 도입하려는 앱장터 독점 금지법은 ‘앱공정성연합(CAF)’이 정치권을 상대로 치열하게 로비한 결과물이다.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 온라인 데이트 서비스 ‘틴더’의 매치그룹, 세계 최대 음원 사이트 ‘스포티파이’ 등이 결성한 CAF는 구글·애플이 과도한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해왔다. 이들은 각각 전 세계적으로 수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이지만 앱장터를 독점한 구글·애플 앞에서는 철저히 약자이다. 결국 ‘을’의 반란이 ‘절대 갑’인 구글·애플의 주요 수익원인 앱장터 통행세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뉴스 콘텐츠 사용에서도 구글은 곳곳에서 잡음을 빚고 있다. 사용자들은 구글에서 뉴스를 검색하고 검색 결과에서 원하는 뉴스를 골라 읽는다. 이 과정에서 해당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동하는데, 구글은 이런 방식이 사용자가 구글 내에서 뉴스를 읽는 것이 아니라 언론사 사이트로 연결만 해준다며 저작권료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막대한 트래픽을 유도하는 뉴스 콘텐츠를 공짜로 써온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프랑스와 유럽 각국, 호주가 뉴스 사용료 지급을 강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안 도입이 가시화되자 구글은 각국 주요 매체와 거액의 저작권료 지급 계약을 맺으며 사실상 백기 투항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면 구글이 지출할 돈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막강한 광고 영향력도 축소 위기
구글은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광고 사업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구글은 지난 3일 “내년 4월부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개인 정보 기반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 사용자의 개인 정보가 담긴 ‘쿠키(사용자가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자동으로 생성되는 파일)’를 더 이상 활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 서비스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분석해 광고주에게 맞춤형 광고를 판매하면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여성복을 검색하면 여성복 쇼핑몰 광고를 보여주는 식이다. 2019년 구글의 온라인 광고 매출은 1350억달러(약 151조원)에 달한다.
구글은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더 큰 위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IT 기업의 개인 정보 활용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것이다. EU는 현재 온라인상의 이용자 정보를 분석하는 맞춤형 광고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개인 정보 수집 때 동의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혐의로 프랑스에서 7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IT 업계에서는 개인 정보 활용이 제한되면 구글의 온라인 광고 시장 영향력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쿠키 기반 광고를 판매하지 않고 개인이 아닌 그룹으로 묶어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는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럴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생활 침해 위험이 낮아지지만, 광고주는 정밀함이 떨어진 맞춤형 광고 구매 필요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박건형 기자
과학/IT, 실리콘밸리 특파원 등을 거쳐 IT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최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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