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멀티태스킹? NO!...아마존 성공 비결은 ‘한 업무 집중’

최만섭 2021. 3. 13. 08:55

멀티태스킹? NO!...아마존 성공 비결은 ‘한 업무 집중’

양지호 기자

입력 2021.03.13 03:00 | 수정 2021.03.13 03:00

 

 

 

 

 

순서 파괴|콜린 브라이어, 빌 카 지음|유정식 옮김|다산북스|460쪽|1만9800원

미국 IT 공룡 기업 아마존에 대한 책은 이미 많다. 또 다른 책이 필요할까. ‘베이조스의 그림자’라는 별칭으로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콜린 브라이어와 아마존 디지털 미디어 부문 부사장을 지냈던 빌 카는 ‘거인’ 베이조스가 아닌 아마존의 업무 시스템에 주목했다. 합쳐 27년을 아마존에서 일했던 두 사람은 대표적인 비결로 ‘순서 파괴’, 효율적 인재 채용 시스템, 독립군식 신사업 개척을 꼽는다.

◇제품 개발 시작 전에 ‘보도자료’부터

아마존에서 신사업은 한 페이지의 ‘보도자료’와 다섯 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FAQ)을 토대로 시행 여부를 판단한다. 아이디어 단계일 뿐인데 마치 완성된 제품처럼 보도자료부터 만들라는 ‘순서 파괴’다. 고객에게 어필할 요소를 확보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역설계하라는 것이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 개발이 첫 성공 사례였다. 출시 당시 경쟁사보다 네 배 이상 많은 9만권의 구매 가능 전자책을 확보했고, ‘읽기 경험’이 더 뛰어난 전자 잉크를 사용하기로 했다. 단말기에서 무선으로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다. 모두 입으로 떠드는 ‘고객 최우선’이라는 방침을 극대화할 방법은 이렇게 나왔다.

아마존 창업주 제프 베이조스가 2009년 전자책 킨들을 공개하고 있다. 아마존 고위 간부 출신 저자들은 베이조스 개인이 아닌 업무 시스템에서 IT 공룡의 성공 비결을 분석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채용 면접관은 5~7명, 평가는 토론 없이 보고서로

인재 채용의 중요성 역시 모두가 강조한다. 100만명이 넘는 직원을 직고용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를 현장에서 실천한다. 이를테면 채용 최종 단계에서 이뤄지는 대면 면접 방식은 이렇다. 면접관 5~7명이 면접자의 직무 경험을 구체적으로 캐묻는다. 구두 토론은 없다. 면접자는 15분 이내에 자신의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한다. 핵심은 면접관들이 평가에 앞서 토론하지 않는 것이다. 말부터 나눴다가 상대방 의견에 동조하는 ‘집단 사고의 함정’에 빠질 것을 우려한 것이다. 5~7명이라는 숫자는 다년간의 채용 경험을 토대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적 인원이다.

◇'독립군'이 신사업 개척

아마존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마치 ‘창업 1일 차 스타트업’ 같은 민첩함이다.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신선 식품을 포함한 유통업 전반, 디지털 콘텐츠 구독, 전자책 단말기 ‘킨들’과 AI 스피커 알렉사 같은 디바이스 사업, 클라우드 컴퓨팅(아마존 웹서비스) 등 전방위적으로 확장했다. 끊임없이 새 시장을 개척했다.

 

그 비결은 ‘싱글스레드 리더십(Single Thread Leadership)’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한 사람에게 여러 가지 업무를 맡기지 않고,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게 한다. 그리고 이 목표 달성만을 위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전담 팀을 운영한다. “발명에 실패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그 일을 누군가에게 파트타임 업무로 맡기는 것이다.” 싱글스레드 리더십의 반의어는 ‘멀티태스킹’,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독립군’은 회사가 성장하면서 생기는 소통 문제에서 자유롭다. 대부분의 기업은 조직 간 장벽을 낮춰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하지만 아마존은 그런 노력이 필요 없는 길을 택했다. 킨들, 아마존형 물류창고, AI 스피커 알렉사 등은 이렇게 탄생했다.

책에는 2004년 아마존이 사내 파워포인트(PPT) 발표를 금지하고 이를 6쪽 이내의 이미지 없는 텍스트 보고서로 대체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쿠팡 ‘로켓 배송’의 모델이 된 ‘아마존 프라임’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도 자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2001년 닷컴 버블 붕괴로 주가가 6달러까지 떨어졌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 주가는 당시 500배인 3000달러를 넘겼다. 이제 베이조스는 오는 3분기에 아마존 CEO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사반세기 이상 축적된 아마존의 시스템으로 회사가 계속 성장할 거라 믿는 것이다. 책은 ‘천재로 칭송받는 리더’만 쳐다봤을 때 놓칠 수 있는 아마존의 경쟁력을 실제 성공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지난달 출간된 ‘제프 베조스, 발명과 방황’(위즈덤하우스)은 베이조스의 강연과 주주 서한을 토대로 한 ‘큰 그림’을 설명했다. 이 책은 당시 빈칸으로 남았던 구체적 실천법을 채워넣어 준다.

 

양지호 기자

 

사회부, 국제부, 문화부, 사회정책부를 거쳐 다시 문화부에 왔습니다. 출판, 방송, 미디어를 담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