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달라이 라마가 2명? 여성 지목? 미·중 눈부릅뜬 '티베트 후계자'

최만섭 2021. 2. 20. 09:06

달라이 라마가 2명? 여성 지목? 미·중 눈부릅뜬 '티베트 후계자'

[중앙일보] 입력 2021.02.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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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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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 2017년 사진이다. [EPA]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가 여성이 될 수 있을까. CNN이 지난 14일(현지시간) 던진 화두다. 현 달라이 라마는 올해 85세다. 건강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지만 그 자신이 “90세가 되면 환생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달라이 라마 직에서 은퇴할지를 결정하겠다는 의미다. 달라이 라마는 직책명으로, 현 달라이 라마는 14대다.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가 환생한다고 믿으며, 티베트 어린아이들 중에서 그의 환생을 찾는다. '달라이'는 바다, '라마'는 큰 스승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문제는 현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가 아닌 인도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탄압을 피해 인도 다람살라로 피신해 망명 정부를 세웠다. 티베트는 중국 자치구 중 하나다. 망명 정부로서는 티베트 아이들 중에서 후계자를 찾기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티베트인이면 되지 반드시 티베트 안에서 찾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달라이 라마가 직접 지정한 은퇴까지는 5년이 채 안 남았고, 이 사이 티베트가 중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 달라이 라마는 중국의 탄압에 맞서 비폭력 독립운동을 전개했다는 공로로 89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달라이 라마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승려들이 '하트'를 그려보이거나 박수를 치고 있다. [EPA]

 
달라이 라마가 눈엣가시인 중국이 티베트에서 후계자를 직접 지명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CNN은 “친중 성향으로 중국 공산당에 충성하는 달라이 라마 후계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 못 한다”며 “이 경우 달라이 라마가 동시에 2명이 옹립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달라이 라마의 후계 문제는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각을 세우는 미국이 문제시 삼을 수 있어서다. 이미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중국 당국이 달라이 라마 후계 문제에 개입할 경우 대중(對中) 제재를 가한다”는 골자의 티베트 지원법을 통과시켰다. 1월에 취임한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역시 중국에 대해선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에겐 민주주의(democracy)의 ‘d’자도 없다”고 말할 정도로 강경하다.    
 

달라이 라마의 생애를 담은 마틴 스콜세지 감독작 '쿤둔'

 

 


후계 지명 과정은 복잡하다. 먼저 특출난 아이를 찾아 후보를 추려내고, 그에게 전 달라이 라마가 사용하던 것을 포함해 몇 가지 물건을 건넨다. 이중 달라이 라마의 소유였던 것을 골라내는 과정을 여러 차례 거친다. 현 달라이 라마는 다섯 살에 후계자로 지명됐으며, 지팡이 등 전 달라이 라마의 소유물을 세 차례 모두 정확히 골라냈다고 한다.  
 
후계자를 남성으로 특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CNN은 “여성 달라이 라마도 가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 본인 역시 이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2019년 패션지 보그와 인터뷰에서 기자가 “여성도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느냐”고 묻자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는 당시 농담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설에 올랐고, 사과했다. 당시 달라이 라마 측은 “인터뷰 과정에서 농담으로 실언을 했다”며 “달라이 라마는 여성의 상품화 및 외모 지상주의에 반대해왔으며, 이번 일로 상처를 입으셨을 수 있는 분들께 사과를 전한다”는 입장을 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



[출처: 중앙일보] 달라이 라마가 2명? 여성 지목? 미·중 눈부릅뜬 '티베트 후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