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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줌마] 테너 박인수가 사랑한 트로트

최만섭 2021. 2. 20. 06:57

[아무튼, 줌마] 테너 박인수가 사랑한 트로트

[아무튼, 주말]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입력 2021.02.20 04:08 | 수정 2021.02.20 04:08

 

 

 

 

 

김윤덕 주말뉴스부장

설 전, 테너 박인수 선생을 만났습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로 시작하는 노래 ‘향수’를 이동원과 듀엣으로 불러 큰 사랑을 받은 키 크고 잘생긴 그분 맞습니다. 9년 전 인터뷰한 뒤 가끔 안부를 여쭙다 오랜만에 뵈었는데 여든 넘은 연치에도 첫 일성이 우렁찹니다. “거짓말하는 대법원장 때문에 요즘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미스트롯 덕분에 그냥저냥 위로받고 삽니다.”

성악가도 트로트를 듣느냐고 물었더니 “그럼요” 합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오라 소렌토로’부터 ‘울려고 내가 왔던가’까지 폭넓게 흥얼거리셔서 아주 익숙하죠. 지금도 가사를 다 외워요. 어린 마음에도 와 닿았나 봐요.”

성악과 트로트 중 뭐가 더 어렵냐는 우문엔 현답을 줍니다. “어떤 노래든 잘 부르려면 다 어렵지요, 하하!” 미스트롯2에서는 중학생 전유진이 부른 ‘약속’을 가장 인상 깊게 들었답니다. “아마 정통 트로트 스타일이 아니라 떨어졌을 거예요. 나중에 좋은 가수가 될 겁니다.” 성악이든 트로트든 노래의 감동은 테크닉보다는 소리와 감성이 결정한다고도 하더군요.

그 비슷한 이야기를 이미자 선생에게도 들었습니다. 트로트, 아니 전통가요의 성패는 꺾기가 아니라 가슴을 뚫고 들어가는 힘, 표현력에 달렸다고. 톱7 중 누가 마음에 들었느냐고도 물었는데, 뜻밖에도 “영탁”이라고 했습니다. 아, 단서가 붙은 답이니 오해는 마세요. 이미자 자신의 노래를 가장 잘, 가슴에 와 닿게 부른 가수가 영탁이었다는 뜻입니다.

 

트로트 담소 끝에 박인수 선생이 9년 전 인터뷰 때문에 혼났다는 얘기를 합니다. “주색잡기에 두루 능하니 나는 한량 중에 한량이지요”란 말이 기사에 그대로 나간 때문입니다. “웃자고 한 얘기를 신문에 그대로 썼더군요. 마누라한테 쫓겨날까 봐 종일 전전긍긍했다오.” 그래서 화가 나셨느냐 물으니 손을 내젓습니다. “화가 왜 나요? 그게 팩트인 걸, 하하!”

박인수는 맛집에도 정통한 미식가입니다. 그가 인정하는 맛집의 3대 조건이 있습니다. 반드시 우리 음식으로 집이 허름할 것, 쉰 넘은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간을 볼 것, 값이 저렴할 것. 대통령 할아버지라도 맛집은 공짜로 안 가르쳐준다는 그를 조만간 명사들 맛집 코너에 모셔야겠습니다.

코로나에도 차례는 거를 수 없다는 시어머님을 도와 육전을 부치고 오색 나물을 무쳤습니다. 그 고단함을 올해는 정동원 노래로 달랬습니다. 보릿고개, 희망가, 우수, 여백을 고부가 마주앉아 흥얼거리면서…. 이 풍진 세상에서 또 한 살, 나이만 먹었습니다.

 

김윤덕 주말뉴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