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파업이 모든 장점 상쇄… 노동개혁해야”
‘외국인 투자 환경’ 포럼… 외국 기업인들 쓴소리
입력 2021.01.29 03:00
“한국이 외국인 투자를 늘리려면, ‘노동 개혁'부터 해야 한다.”(한국GM 카허 카젬 사장)
“자동차에 관한 모든 규제가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르노삼성 크리스토프 부떼 부사장)
28일 서울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외국인 투자기업 관점의 투자 환경’을 주제로 열린 한 포럼에 한국GM 카젬 사장과 르노삼성의 부떼 부사장이 나란히 연사로 참석했다. 이들은 그동안 언론 인터뷰를 일절 꺼려 왔지만, 이날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 나타났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 외투 기업으로 최근 극심한 경영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GM은 5년간 3조원 이상의 누적 적자가 쌓인 상태에서 해마다 노조 파업으로 ‘GM의 한국 철수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르노삼성은 최근 2년간 노조 파업과 수출 물량 급감으로 지난해 생산량 반 토막, 8년 만의 적자를 봤다.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외국인 투자 기업 관점의 한국 경영·투자 환경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카허 카젬(왼쪽) 한국GM 사장과 크리스토프 부테(오른쪽) 르노삼성 CFO가 발표자로 나서 “한국의 노동 경직성, 고율 세금, 정책의 잦은 변동성 등을 개선해달라”고 호소했다. /이태경 기자
카허 카젬 사장은 이날 작심한 듯 노동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떼 르노삼성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르노는 한국을 떠나고 싶지 않다.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포럼은 자동차·반도체·배터리·철강 등 15개 업종별 협회 모임인 한국산업연합포럼(KIAF)이 마련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장, 디어크 루카트 주한유럽상공회의소장도 발표에 나서 “노동 경직성과 규제 불확실성에 의한 컴플라이언스(준법) 비용 증가”를 문제로 지적했다.
◇“1년마다 노사 협상, 2년마다 집행부 교체… 너무 짧다”
카젬 사장은 “GM 본사 투자를 받으려면 일정 수익률을 낼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며 “한국GM은 생산량 85%를 수출하는데, 수출에서 가장 중요한 건 ‘공급의 확실성'”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부품사들 실력도 좋고 생산 품질도 좋지만, 잦은 파업이 이 모든 장점을 상쇄한다”며 “본사가 이 부분을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노동 제도를 미국·독일·일본·스페인 등과 비교했다. 먼저 노사 협상 주기가 1년으로 매우 짧아 소모적인 갈등을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4년, 스페인은 3년간 임금·단체협약이 유지된다. 또 노조 집행부 임기(2년)도 짧아 ‘선명성 경쟁'을 하느라 강성으로 치닫는다고 했다. 미국·독일·일본·스페인은 집행부 임기가 모두 4년이다.
그는 한국에만 있는 ‘제조업 파견 근로 제한' 문제도 언급하며 “규제의 변동성이 비용 상승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일부 제조 공정을 도급 업체에 맡겨왔는데 카젬 사장은 이것 때문에 지난해 7월 ‘불법 파견’ 혐의로 출국 금지되고 재판에 넘겨졌다. 고용부는 “1800여명의 도급 직원을 정규직 고용하라”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한 상태다. 한국GM은 “하도급법과 고용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왔는데 2015년부터 법원 판결이 달라지며 고용부와 검찰이 징벌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르노삼성 CFO “르노, 한국 떠나지 않으려면…”
크리스토프 부떼 르노삼성 CFO는 “르노삼성은 지난해 최악의 생산량(11만대)을 경험하고 있다”며 “르노그룹 내에서 생산 물량을 확보하려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산 공장과 최대 경쟁 관계인 스페인 르노 공장은 시간당 임금이 한국의 62%, 차 한 대당 소요되는 지방세는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부산 공장의 고비용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법인세(27.5%)는 OECD 평균(23.5%)과 G7 국가 평균(27.2%)보다 높은 데다, 법인세 인하 추세인 G7 국가와 달리 한국은 인상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저공해차 의무 판매제, 메이커별 평균 연비 규제, 자동차 유해 물질 재활용 규제, 탄소배출권 거래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법 등 자동차 관련 모든 종류의 규제가 다 있는 곳은 한국뿐이다”라고 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정만기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정부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인이 이렇게까지 말하는 건 쉽지 않다”며 “아프게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장형태 기자
전 인도특파원, 현 산업부 IT 담당. 성장하는 곳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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