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은 못 잡아도, 기억력은 붙잡을 수 있다
한 살 더 먹어도 기억력 유지하려면
입력 2020.12.31 03:00
새해가 되면 새로 뭘 배우겠다고 다짐하는 이가 많다. 그러다 막상 시작하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낭패감을 쏟아낸다. 세월이 기억력을 가져갔다고 한탄한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더 먹어도 쓰기에 따라 기억력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게 뇌성형설이다. 뇌도 근육처럼 단련하면 기억과 인지 관련 신경회로망이 커진다는 의미다.
◇기억이 잘되는 원리 활용
기억 원리를 알면 기억이 쉬워진다. 뇌에서 기억을 주관하는 곳은 ‘해마’라는 부위다. 해마 바로 옆에는 ‘편도체’라는 조직이 있는데, 희로애락 등 감정에 반응하는 곳이다. 어떤 감정에 편도체가 움직이면, 인접한 해마가 자극을 받아 기억이 강화된다. 따라서 감정을 넣으면 기억이 잘된다. 사람 이름을 외울 때 감사함을 담거나, 추억을 연관시키면 기억이 잘된다. “이건 기억하자”라는 식의 명확한 의지를 표현해도, 기억 스위치가 잘 켜진다.
한번 뇌에 입력된 정보는 서서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 급격하게 손실된다. 오늘 기억한 것의 70% 정도는 다음 날 잊어버린다. 뇌에 각인된 것이 아니라면 “기억할 필요 없음”으로 분류돼 정보가 삭제된다. 정상적인 뇌 기능이다. 따라서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복습하면, 반복 자극 증폭 효과로 노력 대비 기억 효율이 매우 높다. 이른 시간 내 복습이 최고 기억법이다. 벽에 페인트를 여러 번 덧칠하면 색이 진해지고 굳건해지는 것과 같다.
◇손과 입을 동원하면 기억 잘돼
간단하게 메모하면 손 동작이 기억을 돕는다. 전화번호를 직접 쳐서 건 전화번호는 잘 외워지는데, 손가락으로 번호를 되집기 때문이다. 메모할 때 !, ?, ☆ 등을 표시해 놓으면, 골똘히 궁리한 과정이 해마를 자극해 기억을 돕는다. 메모할 때 펜 색깔을 달리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조사된다. 다만 펜 색깔에 따라 특정 감정이 실리면 기억에 도움을 준다.
/그래픽=백형선
자동차 키나 TV 리모컨을 매번 어디에 뒀나 찾아 다닌다면, 일정한 장소에 두는 습관을 들이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위치와 연관 지어 생각하면 기억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해마에는 위치를 인지하는 신경조직 뉴런도 있다. ‘위치 뉴런’은 자신이 어떤 공간에 있는지를 인식하고 기억한다. 위치 인식은 매우 중요한 뇌 기능이기에 장소와 결부된 기억은 강력하다.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해도 기억이 잘된다. 이중으로 자극되기 때문이다. 낯선 곳의 지하 주차장 위치도 말하면서 외우면 잘 생각난다. 누군가가 말하는 것을 꼭 기억하고 싶다면, 천천히 말해 달라고 하면 좋다. 집중력이 높아져 기억이 잘된다. 약 복용 시간이나 통화 약속 등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휴대폰의 알람을 설정하는 게 좋다.
◇전신 체력과 만성질환 관리가 필수
하버드대 의대 기억력 증진 연구팀은 체력이 기억력이라고 말한다. 신체 상태가 가뿐하고 뇌혈류가 좋아야 기억이 잘된다는 것이다. 정신 기능이 좋아지고 싶다면 정기적으로 몸을 쓰는 운동이 필수다.
잠은 기억 강화제다. 뇌는 수면 중에도 일을 하는데, 낮에 입력된 조각 정보를 불러오기 좋게 정리해서 저장한다. 날밤 새운 기억은 오래가지 못 한다. 최소 6 시간 이상 수면이 이어져야 한다. 고기류보다는 채식과 단백질 위주의 지중해식 식단이 기억력을 올리는 데 좋다. 식생활이 부실할 경우, 뇌 활동을 위해선 비타민 B와 D 섭취가 권장된다.
활발한 사회 활동과 교제가 기억력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데 크게 기여한다. 친구나 가족, 지인과 하루 전화 통화한 횟수가 기억력 유지 점수라고 할 수 있다. 긴장과 흥분은 정보 입력 효율을 감소시킨다. 명상이나 요가처럼 몸과 마음을 동시에 수련하는 활동이 도움이 된다. 시력과 청력이 안 좋으면, 입력 정보 양과 질이 떨어지니 정기 검진이 필요하다.
박건우 고려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갑상선 기능 항진은 혼돈감, 기능 저하는 우울감을 유발해 기억력을 줄인다”며 “당뇨병·고혈압 등도 인지기능을 떨어뜨리니, 만성질환을 잘 관리 하는 것이 나이 들어도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움직이는 고령사회, 어울리는 한국사회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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