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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가 드로샷으로 이글… 발톱 드러낸 새끼 호랑이

최만섭 2020. 12. 21. 05:27

11세가 드로샷으로 이글… 발톱 드러낸 새끼 호랑이

이벤트 대회 PNC챔피언십 1R

최수현 기자

입력 2020.12.21 03:00

 

 

 

 

 

열한 살 주니어 골퍼 찰리 우즈가 ‘황제’라 불리는 아버지 타이거(45·미국)와 팀을 이뤄 20일 이벤트 대회 PNC챔피언십에 나섰다. 이틀 전 프로암 때 아버지를 닮은 스윙을 선보이며 뜨겁게 주목받았던 그가 처음 큰 무대에서 TV 생중계되는 경기를 치렀다.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PNC챔피언십 1라운드 16번홀에서 타이거 우즈의 아들 찰리가 티샷하고 있다. 찰리는 아버지를 닮은 파워풀한 스윙을 선보였다. /AFP 연합뉴스

타고난 재능이란 감추기가 어렵다. 그간 지역 대회에서 활약해온 찰리는 18홀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파72)에서 개막한 이 대회는 메이저 챔피언 20명과 가족이 둘씩 팀을 이뤄 이틀간 경기한다. 한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한 뒤 그 중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두 명 모두 다음 샷을 하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찰리는 프로 선수들보다 티박스를 홀마다 100야드쯤 앞당겨 경기했다.

 

3번 홀(파5) 이글은 ‘팀 우즈’ 최고의 순간이었다. 찰리의 드라이버샷이 선택됐고, 홀까지 175야드 거리에서 5번 우드로 친 찰리의 세컨드샷은 홀 1.2m 지점으로 굴러가 멈췄다. 왼쪽으로 휘는 드로 샷으로 시야를 가리는 나무를 피하면서 왼쪽으로 휘는 홀을 공략했다. 퍼트까지 스스로 마무리한 찰리는 이날 이 홀에서 나온 유일한 이글을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어냈다.

이글 1개, 버디 9개, 보기 1개로 10언더파 62타를 친 ‘팀 우즈’는 단독 선두 맷 쿠처(42·미국)와 13세 아들 팀을 4타 차로 추격했다. 9번 홀(파4)에선 찰리가 버디 퍼트를 하고는 공이 홀에 들어가기도 전에 홀을 향해 걸어갔다. 자신감 넘치는 아버지 우즈 같은 모습이었다. 13번 홀(파4), 14번 홀(파5), 18번 홀(파5)에선 찰리의 티샷이 워낙 좋아 우즈는 샷을 생략했다. 16번 홀(파4)에선 찰리의 6번 아이언샷이 홀 바로 옆에 떨어져 버디를 잡았다. 우즈가 “홀에 거의 들어갈 뻔한 완벽한 샷, 아름다운 스윙이었다”고 설명했다.

 

찰리가 편안하게 경기한 건 평소 친하게 지내던 저스틴 토머스(27·미국), 토머스의 아버지이자 찰리의 골프 선생님인 마이크와 동반 라운드한 덕분이기도 했다. 찰리는 아버지를 닮아 상대 기 죽이는 말을 잘한다고 한다. 이날도 왼쪽으로 휘는 13번 홀에서 마이크의 드라이브샷이 오른쪽 페어웨이 벙커에 빠지자, 찰리가 벙커 안에 종이 쪽지를 슬쩍 남겨뒀다. ‘드로 홀(DRAW HOLE)!’ 이틀 전 프로암 때 찰리의 샷이 나무 사이로 들어가자, 마이크가 찰리를 놀려주려고 찰리의 공 뒤에 놓고 갔던 쪽지를 재치 있게 ‘재활용’했다.

3번 홀(파5) 이글 퍼트를 넣은 찰리(왼쪽)와 함께 기뻐하는 타이거 우즈. /AFP 연합뉴스

평소 우즈는 코스에서 언제나 목표를 향해 무섭게 타오르는 눈빛을 보여줬지만, 이날 이글에 성공한 아들을 붙들고 박수 치며 함박웃음을 지을 땐 영락없는 ‘아들 바보’였다.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우즈의 얼굴에서 뚝뚝 묻어났다. 하지만 우즈는 경기 내내 아들과 적당한 거리를 뒀다. 격려하면서도 조언을 아꼈고, 아들이 클럽을 손에서 놓쳤을 때도 그냥 지나쳐 걸어갔을 뿐 대신 줍지 않았다. 보통 이 대회에선 프로 선수가 팀 성적의 80%쯤 담당하지만 우즈는 절반 가까이 아들의 샷을 택했다.

 

우즈는 경기 후 찰리를 연습장으로 보내고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맞은 찰리가 골프의 즐거움을 잃지 않길 바란다”며 혼자 기자들 앞에 섰다. “찰리와 나는 둘 다 승리욕이 강하다”며 “우리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