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아무튼, 주말]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최만섭 2020. 12. 12. 10:05

[아무튼, 주말]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오종찬 기자의 Oh!컷]

오종찬 기자

입력 2020.12.12 03:00

 

 

 

 

 

겨울 철새들이 찾아온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토교저수지에서 오전 7시쯤 동이 터 오르자 수면에 머물며 밤을 보낸 쇠기러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고 있다. / 오종찬 기자

겨울 철새들이 찾아온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토교저수지. 동이 틀 무렵, 물안개 자욱한 수면 위로 쇠기러기들이 일제히 날아오른다. 밤새 저수지에서 잠을 자다가 먹이를 찾아 날아가는 중이다. 저수지 대부분이 민통선 지역. 군부대의 허가가 없으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다. 덕분에 철새들에게는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가 된다.

 

쇠기러기는 시베리아 등지에서 이곳까지 무려 4만여 마리가 월동을 위해 날아왔다. 무리 지어 움직이는 쇠기러기의 군무를 보기 위해 어두울 때부터 자리를 잡고 숨죽여 기다렸다. 물 위에서 쉬고 있는 철새들은 한참 동안 ‘끼룩끼룩’ 울기만 할 뿐 움직일 생각을 안 했다. 찬 바람에 온몸이 얼음장이 될 때쯤 날갯짓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천 마리가 동시에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순간, 마치 비행기 엔진 같은 웅장한 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와 고막을 때렸다.

 

오종찬 기자

 

사진과 스토리가 만들어내는 힘을 믿습니다. 깊은 울림을 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