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특허 감아차기 골… 손흥민 “오늘은 겸손할 수 없네요”
리그 10호골… 최우수 선수 선정, 매일 1000번 감아차기 슈팅 연습
입력 2020.12.08 03:00
월드 클래스(World Class·세계적인 선수)들은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고 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는 궤적을 예측하기 힘든 무회전 프리킥 슛으로 골키퍼들에게 두려움을 안겼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는 한 박자 이상 빠른 드리블로 밀집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소속으로 맹활약하며 월드 클래스 평가를 받고 있는 손흥민(28)이 지닌 비장의 무기는 ‘감아 차기 슈팅’이다.
‘손흥민 존(페널티 박스 좌우 모서리 45도 부근)’에서 볼을 지닌 손흥민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손흥민이 7일(한국 시각) 아스널과의 정규 시즌 홈 경기에서 전매특허인 감아 차기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는 모습. /토트넘 트위터
손흥민은 7일 아스날과의 정규 시즌 홈 경기 전반 13분 전매특허인 감아 차기 슈팅으로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올 리그에서 만들어낸 10호 골이다. 영국 공영 방송 BBC 라디오 해설 위원 클린턴 모리슨은 “이게 바로 월드 클래스다. 위대한 골”이란 찬사를 보냈다. 토트넘은 EPL 10경기 무패(7승 3무) 행진으로 단독 선두(승점 24)에 올랐다. 1골 1도움을 올린 손흥민은 EPL 사무국이 선정한 경기 최우수선수(King Of the Match) 영예를 안았다.
손흥민은 이날 골로 5시즌 연속 EPL 두 자릿수 득점에 성공했다. 1992년 EPL 출범 이후 토트넘 구단에서 5시즌 연속 10골 돌파는 로이 킨, 해리 케인(이상 6시즌)에 이어 손흥민이 세 번째. 현재 리그 득점 2위인 손흥민(11경기 10골 3도움)은 1위 도미닉 칼버트-르윈(에버턴·11골)을 1골 차이로 따라붙었다.
◇수만 번의 연습 끝에 만든 ‘손흥민 존’
손흥민은 이날 후반 43분 루카스 모우라와 교체돼 나올 때까지 단 한 개의 슈팅만 날렸다. 이 슈팅이 바로 원더골로 연결됐다. 0-0이던 전반 13분, 케인이 찔러준 패스를 왼쪽 측면에서 받은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 부근에서 드리블하다가 오른발로 감아 차 오른쪽 골망을 갈랐다. 190㎝ 장신인 아스날의 베른트 레노 골키퍼가 힘껏 손을 뻗었지만 막지 못했다. 골대와 약 23m가량 떨어진 곳에서 터진 환상적인 골이었다.
'손흥민 존'에서 터진 원더골 / 끊이지 않는 찬사
코로나 여파로 관중 입장이 중단된 지난 3월 이후 9개월여 만에 홈구장을 찾은 팬 2000명은 손흥민 골에 기립 박수를 보냈다. 소속팀 조제 모리뉴 감독은 “미쳤다 미쳤어(Crazy, crazy)”라며 “아들이 내 바로 뒤 관중석에 있었는데 ‘오’하고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내 표정도 같았을 것”이라며 미소지었다. 이날 상대였던 아스날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도 “손흥민 골은 월드 클래스 수준이었다. 박수 갈채 받을 만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손흥민은 경기 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슛을 운으로 돌릴 수 없다. 적장도 인정한 시즌 10호 골은 이른바 ‘손흥민 존(Zone·지역)’에서 터졌다. 페널티 박스 좌우 모서리 45도 부근으로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는 자리다. 그동안 손흥민은 이 위치에서 슈팅 기회가 생기면 골문 구석을 향해 강하게 감아 차 골을 넣었다. 2010년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습한 필살기다. 손흥민은 여름 휴식기에 귀국할 때마다 국내 프로 리그 선수 출신 아버지 손웅정씨와 함께 고향인 춘천 공지천에서 감아 차는 슈팅 훈련을 했다. 오른발, 왼발 각각 500회씩 총 1000회 매일 반복했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공이 두세 개로 보일 정도까지 연습했다”고 했다.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뛸 당시(2010~2015년)엔 전체 득점의 약 20%(10골)를 손흥민 존에서 터뜨렸다. 대표팀을 구한 것도 손흥민 존에서 터진 결승골이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3차전 카타르전 2-2로 맞선 후반 13분,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손흥민은 이 감아 차기로 골키퍼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고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오늘은 겸손할 수가 없겠네요”
이날 손흥민에게 5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이라는 기록을 안겨준 10호골은 결국 운이 아니라 수만 번 갈고 닦은 감(感)이 만들어 낸 결실이다. 경기 후 항상 자신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리곤 했던 손흥민은 이날만큼은 10호 골에 대한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오늘은 겸손할 수 없겠네요”라고 웃으며 “경기 전 SNS에 올라왔던 아스날전 영상을 보면 내 골이 없었다. 오늘 내가 넣은 골이 평생 사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손흥민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1경기서 10골,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6경기서 3골 등 17경기 13골을 넣으며 경기당 0.76골을 기록 중이다. 손흥민이 유럽 진출 후 한 시즌 최다 득점을 했던 2016-2017시즌(47경기 21골·경기당 0.45골)보다 골을 쌓아가는 추세가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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